리나 - 개정판
강영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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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의 인권을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모든 사람의 인권 신장이라는 것이 정말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과 인권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모호하다. 국경을 넘고 넘어 이곳저곳을 돌고도는 리나에게는 무엇인 인간다운 것일까. 어떤 삶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일까. 창녀가 되지 않는 것, 화학약품 더미 속에서 살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는 것. 단순히 먹고 살 수 있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삶일까. 그런데 리나는 다 무너진 화학 공단 속에서도 그곳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리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도 스스로 포기하지 않았는데. 창녀가 되고도 스스로를 창녀라고 정의하지 않았는데. 리나는 탈출 과정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얼음 밑에 눕고 싶어했는데. 리나를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 함께 분노해야 할 대상으로 볼 수도 없고, 구해내야 할 사람으로 볼 수도 없다. 리나는 그저 이곳저곳을 돌며 더 나은 곳,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이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아이도 어른도 아닌 한 개인일 뿐이다.

저 먼 초원 위로 길어진 해 그림자가 보였다. 그 너머의 국경은 터지지 않은둑처럼 긴 띠를 이루어 몰려올 듯한 기세였다. 리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국경을 보았다. 국경은 그냥 지평선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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