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인간을 말하다 - 권력에 지배당한 권력자들의 이야기
리정 지음, 강란.유주안 옮김 / 제3의공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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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인간을 말하다'는 권력에 지배당한 권력자들의 이야기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말한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로 하여금 경외심을 갖게 만들어서 복종하게 하는 힘이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살상을 저질러왔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은 권력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비정해진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혈연관계인 부모나 자식을 죽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해서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한들 그들이 영원히 그 권력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은 왜 권력의 정점에서 길을 잃었는가'라는 저자의 물음은 권력이 지닌 무상함을 깨우쳐준다. 마치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문득 깨닫는 인생무상과도 같다.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 본토에서 나아가 주변국들과 동아시아문화권으로 연결되었던 당나라 왕조가 있었다. 당나라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문명을 일구었지만 끝내 스스로 붕괴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저자 리정은 중국에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바링허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저자는 당나라 시대의 인물을 통해 왕국의 흥망성쇠와 정치의 메커니즘을 얘기하고 있다. 거기엔 권력 투쟁이 스며 들어 있다.

머리말에서 '왜 권력은 흥망성쇠의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저자는 이 책을 가볍게 읽으면 처세술과 인생무상을 느낄 수 있고, 깊이 읽으면 정치와 인간성의 심층적인 비밀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가볍게 혹은 깊이 있게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어떻게 읽고 싶은가?

책의 차례에서 보듯 이 책에는 당나라의 역사를 시간 순으로 담아내고 있다. 당나라가 건국되기 전 중국 천하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이밀부터 당나라 말기의 황소, 주은에 이르기까지 10여 명의 권력자 혹은 권력집단이 전면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어렵사리 권력을 쟁취해서 최고의 권력자로 우뚝 섰지만, 오랜 세월 그 권력을 지켜내는 것까진 성공하지 못했다. 아마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지닌 약점이자 한계라고 하겠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 2장 <후계자 선정>에서 이세민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권력에 이르는 길은 음모나 살육으로만 가능하지 않다. 세속을 초월하는 도덕적 기반을 갖춘다면 권력은 더욱 공고해진다.(40쪽)

당나라를 건국한 이후 태평성대를 이끈 당 태종 이세민은 후계자 선정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황제 권력의 절대성은 오직 한 아들을 선택하고 다른 아들들은 버리도록 만들었다. 황제 권력을 둘러싼 형제간의 다툼은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니라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이다.

태자 이승건, 위왕 이태, 진왕 이치 세 아들들이 황위 계승의 유력한 경쟁자였다. 그런데 최후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이승건과 이태가 권력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세 아들들 중에서 가장 힘없고 무능한 이치가 어부지리를 얻었다.

저자는 역사적인 사실만을 주욱 나열하지 않는다. 권력자들간의 투쟁속에서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꺼집어낸다. 그리고 동서양의 문헌을 인용해서 그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권력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던 당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권력 투쟁의 측면에서 당나라 역사책을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이다.

맺음말에서 '중국의 전통적 정치를 이해하는 시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책의 343쪽에서 한 장의 표로 간략히 정리했다.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표의 키워드를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정치는 분명 현대의 정치와 다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 역사의 한 부분을 되돌아보면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당나라 정치의 성공과 실패를 해부했다. 

역사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새로움을 향한 열정, 미래로 나아가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저자는 이 책의 끝맺음을 마무리했다.

앞서 저자가 알려주었듯이 독자들은 저마다 가볍게 혹은 깊이 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역사책을 기피하는 독자라면 당나라의 역사보다 권력을 향한 정치나 인간의 속성에 초점을 맞춰서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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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무기가 되는 독서 - 파괴적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엇을 읽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공병호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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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무기가 되는 독서'는 저자의 이름을 내건 책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상호명에 주인장의 이름이 내걸린 간판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그게 어떤 의미일까? 그만큼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래서 왠지 모를 신뢰감이 생긴다. 이 책도 그렇다.

책의 앞표지 제목 위에 깨알같이 적힌 글이 있다. 책 읽기를 습관화했을 때의 이점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이라면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아도 책 읽기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안다. 그래서 사족같은 느낌이 든다.

책의 뒤표지에서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 읽기 습관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과 같은 급격하고 엄청난 변화 속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책의 저자 공병호는 현재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이끌며 다양한 주제로 10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했다. 그런 그는 왕성한 저술가만큼 열렬한 독서가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비즈니스맨에게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책들을 엄선해서 크게 네 가지 주제인 혁신, 미래, 리더십, 일과 삶으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다. 

책의 차례를 보면서 독자들은 목록에 있는 책들을 몇 권쯤 읽었을지 헤아려 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손가락에 꼽을 수 없다면 저자의 안내에 따라서 자신의 관심분야에 맞는 책을 읽으면 된다. 

독자들이여 명심하라. '공병호의 무기가 되는 독서'에 이름을 올린 책들은 저자가 먼저 읽고 엄선한 목록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열렬한 독서가 공병호를 믿고 책을 선택하면 된다. 

서문에서 저자는 '읽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책 전체를 읽지 않더라도 핵심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여기서 추천한 책들에 대해 기술한 내용은 전적으로 저자 자신의 관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책 읽기를 하라고 당부한다. 

책의 차례에서 보면 알겠지만, 주제에 맞춰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파트별로 책의 핵심 포인트와 책의 제목이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본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 그저 눈길이 가는 대로 선별적으로 책 제목에 이끌려서 본문을 읽으면 된다. 본문에서는 각각의 책이 어떤 책인지 4쪽으로 요약해서 알려준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비즈니스맨을 위한 책을 소개해서 주제가 딱딱하다. 혁신, 미래, 리더십이 그렇다. 그런데 마지막 주제 '일과 삶'은 거기에서 살짝 벗어난다. 

일에 있어 성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맨일지라도 인간인 이상 어느날 문득 일이나 인간관계에 지쳐서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일과 삶'에서 소개한 책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책 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책을 펼쳐서 읽으면 된다. '공병호의 무기가 되는 독서'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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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과학 -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당신을 위한
사쿠라이 다케시 지음, 장재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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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잠 못 이루는 당신을 위한 '수면의 과학'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필자는 어릴 적부터 잠이 많았다. 미처 저녁밥이 늦게 차려질 때면 밥상머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잠들기도 했다. 그러니 학창시절 한창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매일 잠과의 전쟁을 벌였다. 

나이가 들면 잠에서 벗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거꾸로 자정을 넘기면 잠들기 어렵다.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이다가 멀뚱멀뚱 눈 뜬 채로 부시시한 새벽을 맞이한다. 

젊은 시절엔 쉽게 잠들어서 지금은 쉽게 잠들지 못해서 고민이다. 그러니 단번에 '수면의 과학'이라는 제목에 눈길이 갔다.

저자는 한술 더 떠서 '인간의 모든 행복과 불행은 수면에서 비롯된다'라고 한다. 잠을 깨우는 핵심 물질 '오렉신'을 최초로 발견한 일본 수면 연구 일인자가 밝히는 잠의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알아본다.

저자 사쿠라이 다케시는 일본 도쿄 출신으로 현재 츠쿠바대학 의학의료계 및 국제종합수면의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8년 각성을 통제하는 신경펩티드 '오렉신'을 발견하여 수면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시작하는 글에서 저자는 이 책이 전문적인 수면학 전공서적이 아니라고 했다. 이 책은 수면과 각성의 메커니즘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내용 이해를 위해서 간단한 신경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곳곳에 '알아보기' 등으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 책은 2010년 11월 초판이 출판된 이후 7년 가까운 기간 동안 수면 연구의 진전을 추가해서 이번에 개정판을 내었다. 

차례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왜 잠을 자는 것일까?> 
-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면의 수수께끼, 그리고 기억을 강화시키는 수면의 놀라운 효과
2장 <최신 기술로 탐구하는 수면의 정체>
- 영상 기술로 알아낸 '렘수면과 논렘수면의 차이점'
3장 <수면과 각성을 전환시키는 뇌 구조>
- 신경전달물질과 뉴런이 만들어 내는 교묘한 두 가지 시스템
4장 <수면장애 연구의 대발견>
- 각성을 일으키는 물질, '오렉신'의 중요한 역할
5장 <오렉신이 밝힌 각성의 의미>
- 인간과 동물은 왜 반드시 깨어나야 하는가?
6장 <인간은 어디까지 잠을 조절할 수 있을까?>
- 불면증 치료제, 그리고 '잠들지 않고 살 수 있는 약'의 가능성
7장 <수면에 관한 궁금증과 이후의 주제>
- 꿈의 역할, 배꼽시계부터, 수면물질의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까지
8장 <왜 잠을 자는 것일까?>
- 다양한 가설을 세우다

차례를 훑어보면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본문을 펼쳐봐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1장과 8장의 제목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왜 잠을 자는 것일까'란 의문이 아직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1장에서 "왜 반드시 잠을 자야만 하는가?"란 질문에 '잠이 오니까'라는 것이 유일하게 명쾌한 답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수면이 부족한 다음 날 주의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또한 판단력도 흐려지게 한다.

수면은 신체의 휴식뿐만 아니라, 뇌를 쉬게 하고 동시에 더욱 능동적으로 뇌를 유지 및 관리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뇌에서의 노폐물 처리는 혈류뿐만 아니라 뇌척수액이라는 세포간극을 채우는 액체의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이 대부분 논렘수면 중에 이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가 잠이라고 말할 때 논렘수면과 렘수면이라는 전혀 다른 상태를 포괄하여 일컫는다. 건강한 성인의 수면 그래프를 보면 논렘수면과 렘수면이 번갈아 나타난다. 

사람은 잠을 자면 가장 먼저 논렘수면에 들어간다. 논렘수면 중에는 대뇌피질 뉴런의 활동이 저하되어 점차 동기화가 되며 발화한다. 이 상태는 뇌가 잠자는 모드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60~90분 가량 시간이 경과하면 렘수면에 들어간다. 이때 뇌는 각성 때와 마찬가지의 상태 혹은 그 이상의 활동을 한다. 그러나 감각계와 운동계는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몸은 잠든 상태로 남아 있다.

2장에서 볼테르의 말을 인용했다. "신은 인생의 갖가지 걱정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에게 희망과 수면을 내려주셨다."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깨어 있는 낮시간 동안 온갖 걱정거리로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데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라는 마음으로 잠을 자면서 순간 이 모든 근심을 잊는다. 

3장에서 수면부채(또는 수면압력)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잠에서 깨어 심신이 활동하고 있으면 수면부채는 점점 늘어난다. 수면을 취하지 않는 만큼 부채를 지고 있는 셈이다. 밤샘을 하거나 수면부족이 되면 평소보다 수면부채가 커진다. 그렇게 되면 잠을 오랫동안 깊게 잠으로써, 수면부채를 반드시 갚아야만 한다.

5장에서 오렉신이 밝힌 각성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오렉신의 기능은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각성을 촉진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오렉신이 존재하는 곳은 섭식중추에 일치하는 영역이다. 이것은 동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각성이 필요한 이유가 '먹고 살기 위해서' 그리고 '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수면의 과학'이라는 제목처럼 수면과 각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저자가 언급했듯이 신경과학에서 쓰는 전문용어가 자주 나와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읽다보면 어렴풋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시간을 내어서 다시 읽어본다면 훨씬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신경과학 분야 전공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인간의 하루가 각성과 수면이 반복되면서 지나간다. 한 번쯤 각성과 수면의 현상에 대해서 알아두면 어떨까?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또 아침이면 눈 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행위인지를 새삼 인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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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괜찮은 이유
로만 무라도프 지음, 정영은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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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앞표지에서 제목 '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과 고양이 삽화가 어우러져 이 책이 고양이를 주제로 삼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필자의 추정이 맞을까?

책의 뒤표지에 조르주 페렉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거주자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양이들은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신호만 취하고 관련 없는 동작들은 무시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는 기술을 완전히 터득했다. 

고양이에 비해 인간은 어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에 강박증이 있다. 그래서 헛된 시간을 보냈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다르게 생각한다.

저자 로만 무라도프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는 이번 책에서 깊이 있고 철학적인 에세이와 함께 자신의 아름다운 그림을 선보였다. 

그는 산책과 사색 등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프롤로그에 앞서 저자는 단언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사랑에 빠질 이유도, 단풍을 모아야 할 이유도 없다.'라는 말에서 저자의 메시지가 드러난다.

프롤로그 서두에서 저자는 러시아의 시인이자 극작가 다닐 하름스가 쓴 "나는 오늘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상관없다."를 예시로 들고 있다. 사실 하름스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위의 문장을 썼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이 아니다. '특정 목적을 가진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책이다.

차례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길을 잃는다는 것 - 길을 잃을 때, 우리는 자신을 잃고 다시 자신을 찾는다
2. 기다림과 반복의 미학 - 매일 걷는 길도 매순간 다른 길이다
3. 침묵이 만들어내는 소리 -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4.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 -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그 무엇일 수도 있는
5.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것 - 부조리하고 복잡한 삶을 이해하는 방법

저자는 본문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의 작품을 수시로 인용하고 있다. 작가, 예술가, 프로듀서, 만화가, 가수, 코미디언, 사진작가, 평론가 등 다양하다.

1장에서 레베카 솔닛이 '길 잃기 지침서'에서 길을 잃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는 거라면서 이는 지리와 지형을 따라가며 얻게 되는 초자연적 상태로, 의식적 선택의 결과이며 스스로 택한 순응이라고 한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길 잃는다는 것은 정해진 목적지를 찾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레베카의 말대로라면 자신을 잃는 길 잃기는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

작가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저자는 책의 삽화를 직접 그렸다. 작가의 상상력이 표현된 삽화는 자칫 난해할 수도 있는 글에 쉼표와 같은 역할을 제공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우리의 삶이 대단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삶의 이야기를 관통해 흐르고 있다. 우리는 삶이 우리의 손아귀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전까지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 중 하나를 따라갈 수 있다.

마지막에 참고문헌과 감사의 말이 있다. 마치 방대한 논문을 읽은 것 같다. 

책의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조르주 페렉의 말에서 착안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으로 정해졌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고양이에 관한 주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참고문헌에서 보듯 저자는 수많은 책들을 인용하면서 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다면 그의 메시지는 무엇이냐구?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때론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저 하릴없이 빈둥거리고 있어도 그 행위조차 재충전이나 사색의 시간일 수 있다.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라는 것은 아니다. 

'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을 펼쳐든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책이 주는 신선한 충격에 빠져들 것이다. 이 책은 철학적인 깊이와 톡톡 튀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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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현대인과 기독교의 만남을 위하여
손봉호 지음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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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을 접하면서 독자들은 섣불리 이 책이 존재론에 관한 철학책일거라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책의 앞표지를 보면 제목을 중심으로 위, 아래에 부연 설명이 있다. 위에는 '현대인과 기독교의 만남을 위하여', 아래에는 '현대인들에게 기독교가 왜 필요한가를 알기 쉽게 역설한 수상집'이라고 나온다. 공통된 단어가 기독교이다. 그래서 바탕에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디자인되어 있다.

책의 뒤표지에 제목에 대한 답이 나온다. 인간의 삶이 불완전하기에 가급적 일찍 그리고 자주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서 인생의 길을 점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 손봉호의 이력에서 그의 수많은 직함들 중에서 특히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세계밀알연합회 이사장이 눈에 띈다. 여기서 알다시피 그는 기독교의 말씀을 전하는 사역자이자 실천가이다.

저자는 1987년 '나는 누구인가'를 출간했고, 30년 사이에 바뀐 세상과 저자의 관점을 반영해서 2018년 현재 개정판을 내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현대인에게도 기독교가 필요한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비단 기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인간은 점차 진보한 과학기술로 자신과 닮은 인공지능로봇을 만드는 시대다. 어쩌면 종교가 과학기술 앞에 쓸모 없는 장신구가 되어가고 있다. 

기독교가 시작되었던 약 2천 년 전에 비해 세상이 엄청나게 변했다. 그래서 기독교의 가르침과 우리의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과 근원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기독교는 항상 새롭고 살아 있는  종교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차례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하나님은 과연 계시는가>
제2장 <현대인에게도 성경이 필요한가>
제3장 <현대인에게도 예수가 필요한가>
제4장 <현대인에게도 교회가 필요한가>
제5장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제6장 <나는 누구인가>
제7장 <왜 사는가>
제8장 <어떻게 살 것인가>

차례를 훑어보면 1장부터 4장까지 하나님의 존재부터 시작해서 현대인에게 과연 기독교가 필요한지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5장부터 8장까지 세 가지 질문, 나는 누구이며, 왜 살고, 어떻게 살 것인지 질문을 제기한다. 차례의 흐름을 보면 기독교의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나 자신의 문제로 귀결된다. 

제1장과 제4장을 살펴볼까?

<하나님은 과연 계시는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듯 '내가 믿습니다. 믿음 없는 나를 도와주십시오.'라는 기도문이 나온다.

또한 <하나님은 과연 계시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성경에서 구하고 있다. 로마서 1장 18절~21절에 수록된 성경의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많은 현대인들의 고민은 그들이 믿고 싶어도 믿어지지 않는 신의 존재에 있다. 그런데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관심은 역사상 늘 있어왔다. 서양에서는 철학자들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이론적 시도를 했다.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이 참 하나님이라는 증거가 많다. 인식 대상으로 찾으려면 참 하나님은 나타나시지 않는다. 그를 믿고 의지하며 그에게 무릎을 꿇는 자들의 마음에만 그 참 모습을 보여주신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듯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를 잃거나 빼앗기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한다.

또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성경에서 구하고 있다. 고린도전서 15장 10절에 수록된 성경의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는 '나'를 알 수 없고, '나'는 관계에서 태어난다. 내가 '나' 되는 것은 은혜라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자격, 능력, 조건과 관계없이 그런 것들을 초월한 다른 이 즉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나'가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믿는 저자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적어둔 성경 말씀을 근거로 현대인들이 갖는 의문에 답하고 있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니깐 의심 없이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식의 강요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든 독자가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기독교를 믿지 않는데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없어라고 단정하는 독자에게 강요 하진 않겠다.

기독교라는 종교에서 과연 하나님, 예수님 그리고 인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성경의 주요 구절을 풀이해 놓은 해설서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나중에 시간을 내어서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들도 책을 통해서 접해 보길 바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이해하는 시야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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