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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ㅣ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박단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평점 :
창비에서 출간한 한 권으로 읽는 세계의 모든 것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에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프랑스가 추가되었다.
세계지도를 펼쳐서 프랑스를 찾아보자. 프랑스는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 있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 있다. 지리적으로 상당히 원거리에 있는 프랑스이건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상당수가 느끼는 프랑스에 관한 이미지는 친근하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을 찾아가려면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책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가 있기에 가능하다.
만약 프랑스란 국가에서 무엇이 연상되는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프랑스 대혁명을 떠올릴 것이다. 1789년 프랑스는 왕 루이 16세가 통치하고 있었고 엄연한 신분제 사회였다. 그런데 시민들이 자유, 평등, 우애를 표방하면서 과감하게 들고 일어났다. 현재의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공화정이 있기까지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이 있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우뚝 솟은 에펠탑은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세웠고, 개선문과 더불어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책의 겉표지에 프랑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우측 하단에 파리의 에펠탑이 스케치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에 피켓을 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사진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부터 유럽 연합까지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시민들의 나라, 프랑스에 대한 호감이 호기심으로 바뀐다.
책의 저자 박단은 프랑스 파리 1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통합유럽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유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서 실제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에 프랑스 현지인들 못지않게 프랑스를 잘 파악하고 있다.
책의 차례에 앞서 책의 좌,우 지면을 할애해서 프랑스 지도가 행정구역별로 표시되어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끼고 있는 육각형 모양의 땅덩어리는 프랑스인들이 축복받은 땅에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찍이 이 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조상들 덕분이라고 해야 하려나?
책의 차례를 살펴보면 본문이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 역사, 지리, 정치.경제, 문화, 한불 관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를 철저히 해부해서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한 사람이지만 마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기술한 내용을 정교하게 역어놓은 것 같다.
01 <사회> '시험대에 오른 자유.평등.우애'는?
프랑스가 사회적 공화국을 표방하고 있으며, 기회의 평등, 연대를 의미하는 솔리다리테, 관용의 정신을 의미하는 톨레랑스가 프랑스 국민성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슬람 신도인 여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히잡을 벗는 것을 거부해서 퇴학당하는 이른바 히잡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서 한 때 뜨거운 감자였던 사건으로 과연 현재의 프랑스가 프랑스 대혁명의 가치에 부합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02 <역사> '절대군주의 나라에서 시민의 나라로'는?
영국과의 백 년 전쟁으로 프랑스는 국민의식이 싹텄고, 태양왕으로 일컫는 루이 14세는 강력한 절대군주로 군림했다. 하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프랑스 대혁명의 혼란한 사회의 틈을 노리고 나폴레옹이 영웅으로 등장한다. 공화정이 아닌 제정 군주가 된 나폴레옹이지만, 러시아 원정 전쟁에서 패한 뒤 섬에 유배된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프랑스는 정치적 안정을 이루지 못했다.
03 <지리> '열린 국경, 공존하며 살아오다'는?
프랑스 지도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파리에서 시작된 프랑스가 지금의 국토를 확보하기까지 수많은 시련이 있었다. 알퐁스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에서 알자스로렌 지역을 둘러싼 독일과의 전쟁을 엿볼 수 있다.
04 <정치.경제> '제국주의 국가의 오늘'는?
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유럽 통합의 주역이다.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독일이 일으킨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전쟁의 포화 속에서 지내야 했던 프랑스는 전쟁 없는 유럽을 꿈꾸면서 유럽 통합을 이루어냈다. 프랑스도 여느 강대국이 그랬듯이 과거 제국주의 국가로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05 <문화> '프랑스인이 인생을 즐기는 법'은?
대한민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언젠가 프랑스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흡인 요인으로 프랑스의 문화가 있을 것이다. 여가, 박물관, 음식 등 다양하다.
06 <한불 관계> '생각보다 가까운 친구'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 중에서 프랑스만큼 우리나라와 밀접한 역사적 연결고리가 있는 나라가 있을까? 프랑스는 조선에 최초로 카톨릭을 전해 주었고, 병인양요를 일으키며 강화도를 침략해서 조선왕실의괘를 약탈해 갔다. 해방 이후 경제와 문화 분야로 프랑스와의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책의 군데군데 적절하게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은 프랑스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친절한 안내판이다. 18세기 세계사를 뒤흔든 시민혁명, 프랑스 대혁명 위주의 프랑스 역사를 프랑스의 모든 것인양 알고 있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를 읽으면 시, 공간을 초월해서 프랑스에서 거주하는 듯한 즐거운 착각에 빠져든다. 프랑스의 현재를 이만큼 가깝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은 단언컨데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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