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인간을 말하다 - 권력에 지배당한 권력자들의 이야기
리정 지음, 강란.유주안 옮김 / 제3의공간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력, 인간을 말하다'는 권력에 지배당한 권력자들의 이야기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말한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로 하여금 경외심을 갖게 만들어서 복종하게 하는 힘이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살상을 저질러왔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은 권력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비정해진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혈연관계인 부모나 자식을 죽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해서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한들 그들이 영원히 그 권력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은 왜 권력의 정점에서 길을 잃었는가'라는 저자의 물음은 권력이 지닌 무상함을 깨우쳐준다. 마치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문득 깨닫는 인생무상과도 같다.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 본토에서 나아가 주변국들과 동아시아문화권으로 연결되었던 당나라 왕조가 있었다. 당나라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문명을 일구었지만 끝내 스스로 붕괴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저자 리정은 중국에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바링허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저자는 당나라 시대의 인물을 통해 왕국의 흥망성쇠와 정치의 메커니즘을 얘기하고 있다. 거기엔 권력 투쟁이 스며 들어 있다.

머리말에서 '왜 권력은 흥망성쇠의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저자는 이 책을 가볍게 읽으면 처세술과 인생무상을 느낄 수 있고, 깊이 읽으면 정치와 인간성의 심층적인 비밀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가볍게 혹은 깊이 있게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어떻게 읽고 싶은가?

책의 차례에서 보듯 이 책에는 당나라의 역사를 시간 순으로 담아내고 있다. 당나라가 건국되기 전 중국 천하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이밀부터 당나라 말기의 황소, 주은에 이르기까지 10여 명의 권력자 혹은 권력집단이 전면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어렵사리 권력을 쟁취해서 최고의 권력자로 우뚝 섰지만, 오랜 세월 그 권력을 지켜내는 것까진 성공하지 못했다. 아마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지닌 약점이자 한계라고 하겠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 2장 <후계자 선정>에서 이세민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권력에 이르는 길은 음모나 살육으로만 가능하지 않다. 세속을 초월하는 도덕적 기반을 갖춘다면 권력은 더욱 공고해진다.(40쪽)

당나라를 건국한 이후 태평성대를 이끈 당 태종 이세민은 후계자 선정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황제 권력의 절대성은 오직 한 아들을 선택하고 다른 아들들은 버리도록 만들었다. 황제 권력을 둘러싼 형제간의 다툼은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니라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이다.

태자 이승건, 위왕 이태, 진왕 이치 세 아들들이 황위 계승의 유력한 경쟁자였다. 그런데 최후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이승건과 이태가 권력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세 아들들 중에서 가장 힘없고 무능한 이치가 어부지리를 얻었다.

저자는 역사적인 사실만을 주욱 나열하지 않는다. 권력자들간의 투쟁속에서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꺼집어낸다. 그리고 동서양의 문헌을 인용해서 그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권력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던 당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권력 투쟁의 측면에서 당나라 역사책을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이다.

맺음말에서 '중국의 전통적 정치를 이해하는 시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책의 343쪽에서 한 장의 표로 간략히 정리했다.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표의 키워드를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정치는 분명 현대의 정치와 다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 역사의 한 부분을 되돌아보면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당나라 정치의 성공과 실패를 해부했다. 

역사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새로움을 향한 열정, 미래로 나아가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저자는 이 책의 끝맺음을 마무리했다.

앞서 저자가 알려주었듯이 독자들은 저마다 가볍게 혹은 깊이 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역사책을 기피하는 독자라면 당나라의 역사보다 권력을 향한 정치나 인간의 속성에 초점을 맞춰서 읽기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