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 -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당신을 위한
사쿠라이 다케시 지음, 장재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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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잠 못 이루는 당신을 위한 '수면의 과학'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필자는 어릴 적부터 잠이 많았다. 미처 저녁밥이 늦게 차려질 때면 밥상머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잠들기도 했다. 그러니 학창시절 한창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매일 잠과의 전쟁을 벌였다. 

나이가 들면 잠에서 벗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거꾸로 자정을 넘기면 잠들기 어렵다.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이다가 멀뚱멀뚱 눈 뜬 채로 부시시한 새벽을 맞이한다. 

젊은 시절엔 쉽게 잠들어서 지금은 쉽게 잠들지 못해서 고민이다. 그러니 단번에 '수면의 과학'이라는 제목에 눈길이 갔다.

저자는 한술 더 떠서 '인간의 모든 행복과 불행은 수면에서 비롯된다'라고 한다. 잠을 깨우는 핵심 물질 '오렉신'을 최초로 발견한 일본 수면 연구 일인자가 밝히는 잠의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알아본다.

저자 사쿠라이 다케시는 일본 도쿄 출신으로 현재 츠쿠바대학 의학의료계 및 국제종합수면의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8년 각성을 통제하는 신경펩티드 '오렉신'을 발견하여 수면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시작하는 글에서 저자는 이 책이 전문적인 수면학 전공서적이 아니라고 했다. 이 책은 수면과 각성의 메커니즘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내용 이해를 위해서 간단한 신경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곳곳에 '알아보기' 등으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 책은 2010년 11월 초판이 출판된 이후 7년 가까운 기간 동안 수면 연구의 진전을 추가해서 이번에 개정판을 내었다. 

차례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왜 잠을 자는 것일까?> 
-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면의 수수께끼, 그리고 기억을 강화시키는 수면의 놀라운 효과
2장 <최신 기술로 탐구하는 수면의 정체>
- 영상 기술로 알아낸 '렘수면과 논렘수면의 차이점'
3장 <수면과 각성을 전환시키는 뇌 구조>
- 신경전달물질과 뉴런이 만들어 내는 교묘한 두 가지 시스템
4장 <수면장애 연구의 대발견>
- 각성을 일으키는 물질, '오렉신'의 중요한 역할
5장 <오렉신이 밝힌 각성의 의미>
- 인간과 동물은 왜 반드시 깨어나야 하는가?
6장 <인간은 어디까지 잠을 조절할 수 있을까?>
- 불면증 치료제, 그리고 '잠들지 않고 살 수 있는 약'의 가능성
7장 <수면에 관한 궁금증과 이후의 주제>
- 꿈의 역할, 배꼽시계부터, 수면물질의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까지
8장 <왜 잠을 자는 것일까?>
- 다양한 가설을 세우다

차례를 훑어보면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본문을 펼쳐봐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1장과 8장의 제목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왜 잠을 자는 것일까'란 의문이 아직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1장에서 "왜 반드시 잠을 자야만 하는가?"란 질문에 '잠이 오니까'라는 것이 유일하게 명쾌한 답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수면이 부족한 다음 날 주의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또한 판단력도 흐려지게 한다.

수면은 신체의 휴식뿐만 아니라, 뇌를 쉬게 하고 동시에 더욱 능동적으로 뇌를 유지 및 관리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뇌에서의 노폐물 처리는 혈류뿐만 아니라 뇌척수액이라는 세포간극을 채우는 액체의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이 대부분 논렘수면 중에 이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가 잠이라고 말할 때 논렘수면과 렘수면이라는 전혀 다른 상태를 포괄하여 일컫는다. 건강한 성인의 수면 그래프를 보면 논렘수면과 렘수면이 번갈아 나타난다. 

사람은 잠을 자면 가장 먼저 논렘수면에 들어간다. 논렘수면 중에는 대뇌피질 뉴런의 활동이 저하되어 점차 동기화가 되며 발화한다. 이 상태는 뇌가 잠자는 모드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60~90분 가량 시간이 경과하면 렘수면에 들어간다. 이때 뇌는 각성 때와 마찬가지의 상태 혹은 그 이상의 활동을 한다. 그러나 감각계와 운동계는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몸은 잠든 상태로 남아 있다.

2장에서 볼테르의 말을 인용했다. "신은 인생의 갖가지 걱정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에게 희망과 수면을 내려주셨다."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깨어 있는 낮시간 동안 온갖 걱정거리로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데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라는 마음으로 잠을 자면서 순간 이 모든 근심을 잊는다. 

3장에서 수면부채(또는 수면압력)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잠에서 깨어 심신이 활동하고 있으면 수면부채는 점점 늘어난다. 수면을 취하지 않는 만큼 부채를 지고 있는 셈이다. 밤샘을 하거나 수면부족이 되면 평소보다 수면부채가 커진다. 그렇게 되면 잠을 오랫동안 깊게 잠으로써, 수면부채를 반드시 갚아야만 한다.

5장에서 오렉신이 밝힌 각성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오렉신의 기능은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각성을 촉진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오렉신이 존재하는 곳은 섭식중추에 일치하는 영역이다. 이것은 동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각성이 필요한 이유가 '먹고 살기 위해서' 그리고 '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수면의 과학'이라는 제목처럼 수면과 각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저자가 언급했듯이 신경과학에서 쓰는 전문용어가 자주 나와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읽다보면 어렴풋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시간을 내어서 다시 읽어본다면 훨씬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신경과학 분야 전공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인간의 하루가 각성과 수면이 반복되면서 지나간다. 한 번쯤 각성과 수면의 현상에 대해서 알아두면 어떨까?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또 아침이면 눈 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행위인지를 새삼 인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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