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을 권리 -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누누 칼러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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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 도서평가단을 지원해서 기꺼이 읽었던 원고였다. 그 당시 원 제목 'Fuck Beauty'가 '아름답지 않을 권리' 라는 제목으로 재탄생했다. '아름답지 않을 권리'란 어떤 의미일까? 세상에 그런 권리가 있기라도 한 걸까?

책의 앞표지에 '아름답지 않을 권리'에 대한 부제목이 있다. 오른쪽 하단에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에서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책의 뒤표지에서 먼저 '타인의 시선에 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름다움을 새로고침하겠습니다"' 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본문의 일부가 인용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아름다운 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외모, 몸매, 화장, 옷차림 등등 그게 다 뭐란 말인가? 나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맞추기 위한 억지였다면 이제는 달리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책의 저자 누누 칼러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2011년부터 환경단체 그린피스 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한때 쇼핑 중독에 빠질 만큼 패션을 좋아했지만, 그런 중독 증세의 근본 원인이 외모 지상주의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외모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여성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책이 나왔다.

책의 첫 장에서 저자는 세상 여자들에게 "이제 내 몸에 자유를 선물하자" 라고 외치고 있다. 이른바 탈코르셋 운동이다. 여자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는 물론이거니와 답답하게 조여진 코르셋을 입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내가 얼마나 예쁜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라고 선언한다. 1999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비쩍 마름' 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이 세계 곳곳을 휩쓸었다. 

이후 거기에 대한 반작용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우린 뚱뚱하지만 건강하다', '뚱뚱한 게 아름답다'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구호들이 등장했다.

저자가 대다수 여성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본문에서 자신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스트리아나 대한민국이나 국경을 초월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잣대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세상이 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동, 서양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두꺼운 화장으로 민낯을 감추고 탄력성이 강한 코르셋으로 군살을 숨긴다. 

처음엔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하다가 나중엔 저자를 비롯한 여성들의 처지가 측은해 보인다. 꼭 그렇게 외모나 몸매에 집착하면서 힘들게 살아야 할까? 마침내 저자의 선언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에 이른다.

본문의 마지막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에서 저자가 그동안 깨달은 점들을 두서없이 나열했다. 그런데 저자의 깨달음이 독자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온다.

1)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지 말자.
2)몸에 발생한 이상 징후 때문에 체중 감량을 원하는 경우라면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3)자신의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되자.
4)몸을 좀 움직이자.
5)옷 사이즈 때문에 절망하지 말자.
6)최대한 의식적으로 언론 매체를 소비하자.
7)현실 속 여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페미니즘 관점으로 미디어의 유혹을 극복하자.
8)자기를 보호하자.
9)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친구들과 자주 교류하자. 
10)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다시 언급하자면 마음의 여유를 갖자.

아름다움은 당신이 당신 자신이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코코 샤넬의 말로 끝난다.

지금 성 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즘 열풍이 거세다. 그동안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눌려 지내야했다. 세상이 정해둔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편견에 시달려야했던가! 

이제 여성들 스스로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아름답지 않을 권리를 마음껏 누려야 할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외면을 가꾸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을 가꾸는 데 있다. '아름답지 않을 권리' 는 은연중에 여성들을 자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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