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마음 사이
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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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표지의 바탕색이 진녹색이다.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색깔이다.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먼저 마음의 안정부터 느낄 수 있다. 제목 '말과 마음 사이'는 '닿으려 했지만 닿지 못했던 우리를 위한 관계수업'이라는 글이 있어서 더욱 알송달송하다.

책의 뒤표지에서 지은이는 '하고 싶은 말과 전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

책의 지은이 이서원은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로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위한 상담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상담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상담 사례들을 담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사람 사이의 세 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다. 말 길, 마음 길, 사이 길이다. 말, 마음, 사이. 세 가지 길이 우리 삶의 모든 길은 아니겠지만, 이 길을 걷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는 세 가지 길을 하나씩 살피며 그가 알게 된 것과 경험한 것을 이 책을 읽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책의 차례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짐작하다시피 1부 <말>, 2부 <마음>, 3부 <사이>다. 각 부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몇 가지를 추려서 살펴보기로 한다.

1부 <말>은 '닿지 못했던 말에 관하여'다. 부부는 사소한 일 때문에 틈이 생긴다. 그 틈이 벌어져 정이 떨어지고 사느니 못 사느니 한다. 그런데 부부는 서로 자기를 알아달라는 싸움을 하고 있다. 

말 앞에 '안'이라는 글자 하나가 붙으면 듣는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들이 주르르 따라온다. 그런데 왜 말할 때 '안'으로 시작하면 듣기가 힘들어질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건드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관계에서 온다. 특히 사람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고 하면, 관계는 틀어지고 왜곡되며 결국 파국을 맞는다. 내 뜻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대하는 다섯 가지 방법에는 폭력, 화, 대화, 감동, 감화가 있다. 결국 다섯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나의 선택이 나의 가치를 결정한다.

2부 <마음>은 '담지 못했던 마음에 관하여'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난 마음의 길도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관심과 간섭으로 나눌 수 있다. 관심은 그 사람의 마음 길을 살피는 것이고, 간섭은 내가 먼저 마음 길을 낸 다음 그리로 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관심이 간섭으로 넘어가는 계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섭은 급한 마음과 상대에 대한 못미더움이다.

세상에는 비슷한 듯 다른 게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집요함과 고집불통이다. 올바른 전제에서 답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가는 노력을 집요함이라고 한다면, 그릇된 전제에서 답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가는 노력이 고집불통이다. 우리는 살면서 문제가 생기면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을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답을 찾는다. 그것이 집요함일지 고집불통일지는 전제를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3부 <사이>는 '다가가지 못한 사이에 대하여'다. 10년을 주기로 안정과 불안정, 자유와 부자유를 교차해서 보내고 있다. 자유와 안정은 공존하기 어렵다. 둘 다 얻을 수는 없다. 자유로우면 불안정했고, 안정되면 부자유스러웠다. 우리네 인생사에도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인생사 6:4의 원리를 적용하는 게 어떨까?

가정폭력 제로인 나라들의 세 가지 공통점 이 있다. 첫째, 청소부든 대통령이든 서로 간에 차별이 없었다. 둘째,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었다. 셋째, 남자와 여자가 따로 하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면 가정폭력이 잦은 사회의 공통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결론은 '개인이 행복한 나라는 다른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

'말과 마음 사이'를 읽으면서 진작에 이 책이 나왔더라면 가족들과의 관계에 도움이 많이 되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전에 예비부부가 이 책을 같이 읽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면 바람직한 가정을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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