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그런 마음
김성구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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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책들관 달리 책의 앞표지 맨 아래에 제목이 있다. '좋아요, 그런 마음 - 김성구 산문집'이다. 그런데 제목보다 부각된 중앙의 삽화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요즘과 같은 핵가족시대에 보기 드문 장면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삼대가 등을 돌리고 앉아서 때수건으로 등을 밀어주고 있다. 삽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스해지면서 한편으론 짠하다. 

왼쪽 위에 '서툰 마음이 괴로울 때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고 굳은 마음을 풀어줄 좋은 마음 탐구기'라고 쓰여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꺼내어 읽으면 위안이 된다.

책의 뒤표지에 '007을 꿈꾸던 남자가 잡지 발행인이 되어 발견한 좋은 마음, 그 다짐의 기록'이라고 한다. 엉뚱하게도 영화속의 스파이를 꿈꾸었던 김성구는 어떤 사람일까? 그의 이력이 궁금해진다.

책의 저자 김성구는 월간 <샘터> 발행인이다. 앞서 에세이가 아니라 산문집이라고 한 것으로 미루어 우리말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더니 역시 출판업계 종사하시는 분이다. 그는 <샘터>를 통해 여러 작가들과 교류했다. 피천득, 정채봉, 최인호, 장영희,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에 이르기까지. 

1970년 4월 <샘터>가 창간된 이후 지금껏 꾸준히 발행된 국내 최장수 월간교양지이다. 그의 이력을 보니 먼저 성급하게 책에 대한 무한신뢰가 생긴다. 

책의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짝을 이룬 친구와 등배지기했을 때를 떠올린다. 등배지기는 등을 서로 나누는 동시에 마음을 함께 하는 일이라면서 그가 <샘터> 지면을 통해 마음 나누기를 해온 게 햇수로 23년이 넘어간다고 했다. 그에게 <샘터>는 단순한 직업의 영역을 뛰어넘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책의 차례는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파트별 소제목이 없다. 각각의 짧은 산문들을 어떤 범주로 묶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한 편씩 산문을 읽어가다보면 파트별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단 생각이 든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본인이 원해서든 그렇지 않든 각자의 처지에서 삶의 희노애락을 겪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득 깨닫는 바가 생기고 그러면서 한층 성숙해진다. '좋아요, 그런 마음'은 저자의 인생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쓰고 있다. 물론 기분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설령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라 해도 세월이 지나고 보니 비교적 차분하게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이어진 피천득 선생과의 일화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이 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 특히 '인연'은 첫사랑을 간직하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 

007을 좋아해서 007시리즈 영화를 섭렵했다는 저자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만능 스포츠맨이 되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차라리 올림픽 대표 선수를 목표로 삼았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저자의 말에 웃음이 난다. 

책의 앞표지 삽화는 아들과 목욕탕에 가고 싶은 아버지의 소망이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부자지간이지만 서로 바쁘단 이유로 하루에 한 번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 목욕탕에 삼대가 앉아서 등을 밀어주는 장면은 아버지의 한낱 바람에 머물 수도 있다.

저자의 일상을 풀어쓴 이야기는 저자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래서 독자들은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좋아요, 그런 마음'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끔 일상에 지쳐서 힘들 때 이 책을 들춰서 읽어보길 바란다.

https://m.blog.naver.com/geowins1/22126533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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