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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원주민 원주민 ... 소외계층의 이야기인가 ?
무슨이야기일까? 궁금증만 커져갔다. 한겨례21에서 예전에 본 기억이 났다.
만화책이란다. 보기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샀다.
대한민국 원주민은 작가자신의 이야기- 그보다는 가족의 이야기- 였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였다. 적어도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특히 지금의 작가가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는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나도 그런적이 있었다. 뭔가 부끄러웠던, 결핍되었던 적이 여러번 있었고
거짓말을 해본 경험도 있었다.크고나서 그 때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한적이 있는데,
자신의 책에서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는 작가가 몹시 부러웠다. 샘이날만큼이나.
하지만 과거의 작가는 자신의 결핍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당당하다.
나에겐 없는 모습.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안아주고싶은 것은 동정심이지만
작가가 그렇게 하는 것은 순수한 애정이라고나 할까,
마음이 또 울적해졌다.
실제인물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인물들이 살아있다.
아 - 이사람은 이런사람일거야,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주변사람들에게 대입시켰다.
그래, 이사람이 적격이군. 이사람은 이사람같잖아 !
책속 이야기가 자꾸만 내이야기가 되어갔다.
큰 형이 미워서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가슴이 아려왔다. 큰 형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였다.
누나들에서도 나를 보았다. 특히 큰누나에게서, 첫째라는건 항상 희생과 책임이 따른다.
남들이 시켜서가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자란다. 늘 마음이 무겁다.
메달을 따고 돌아오는 길에 형이 자신의 소박하고 오랜 꿈을 꺼내어 볕에 말려보는
장면에서는 미소가 지어졌다. 나역시 가끔 그러니까.
그리고 무경험자의 한계.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제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
내가 늘 겪어왔던 느낌.
타인의 불행을 아무리 많이 보더라도 자신이 불행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슬프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작가의 어린시절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한 누나의 인터뷰 내용 중에 행복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 대목이 있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행복한 가정은 아니다.
작가가 쿨하게 바라보는 입장을 취했기때문에, 내내 담담했기 때문에
우리도 담담하게 읽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와닿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것은 내 이야기였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가슴이 서늘해졌다. 바늘로 콕콕찌르는 아픔이나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뭔가가 있다. 조금은 차가운 물안에 온몸을 담그고 있는 기분이다.
다 읽고 나니 허무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왠지 재밌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슬펐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묘한기분.
그 외에도 가끔 담담한 필체로 던지는 익살맞은 대사를 보는 재미를 한 몫 더한다.
오랜만에 책안의 인물이 나라는 착각을 했다.
그것도 한명이 아닌 여러명이... 사람들은 다 부분적으로 비슷하지만.
아무튼 책에 빠져들었던 만큼 마음의 짐도 더하지만 그만큼 덜 외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