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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사쿠라기 시노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평점 :
표지부터 굉장히 강렬했던 책.
처음에는 왜 이런 표지를 선택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읽고 나서는 어쩐지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속의 여자가 일곱개의 이야기 중에서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과 가장 닮았는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 여자가 쓴 여자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빠르게 읽히는 느낌이 있다. 일곱개의 이야기에 나오는 여자들은 흔한여자들에게 내재된 흔치않은 면을 드러낸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자들은 강하다. 현실을 알고 있지만 끝까지 확인할때까지 떠나지 않아 독자를 안타깝게 하지만 현실에 눈감는 대신 똑바로 바라보고서 비로소 떠나는 '바다로'의 치즈루도 처음부터 서있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피날레'의 시오리도 강하다.
시오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커피생각이 나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속이 쓰린 이야기를 읽을 때는 단걸로 속을 달래기도 하면서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현실을 외면하고 남자의 몸으로, 쾌락으로 몸을 맡겨보지만 결국 자신을 서 있게 하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조용히 일러주는 이야기들을 읽었다.
여자와 남자들의 관계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미묘한 자매간의 경쟁심을 다룬 '바람여자'와 사제간의 의리와 우정을 다룬 '결 고운 하늘' 도 흥미롭게 읽힌다.
아무도 없는 밤에, 이 책을 읽었다. 하루에 이야기 하나씩 읽으면서 내 모습을 비춰보기도 하고 힘을 내기도 하고 가만히 침체되기도 했었다.
밝은 내용이 아님에도 자신이 흔들릴 때는 하나씩 읽고 스스로 다잡을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이 묘했다. 여자가 쓴 여자이야기의 힘이기도 했고, 작가의 표현력이 좋기 때문이기도 했다. 담담하면서도 감정이 무르익는 느낌이 좋은 여자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