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박지리문학상 제 1회 수장작으로 구병모, 이기호, 정소현 소설가가 심사를 맡았고, 총 215편의 응모작 중에 뽑힌 책이라 기대가 컸다.
당차고 결의에 찬 표지의 소녀 모습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예상을 빗나가 재미와 놀라움을 준다. 무슨 이야기지? 판타지야? 그저 작가의 상상 속에 빠져 허우적 될 뿐이다.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글쓰기로 독자의 맘을 사로잡으니 박지리 문학상 수상에 걸맞는 작품이다.
열아홉 살의 구수정은 방석에 엉덩이를 대기도 전에 합격할 대학을 말해 준다던 점쟁이 북두를 찾아가서는
‘얘는 대학 못가. 야, 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싫다면요?’
이때부터 살아내고자 하는 구수정의 낯설지만 용감한 투쟁이 시작된다.
p.29
‘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그렇잖아요. 열아홉 살은 죽을 나이가 아니잖아요. 아니 내가 늙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죽어야 하는지.‘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만난 동갑내기 이안.
살기 위해 남동쪽으로 향하는 수정이 죽기 위해 북쪽으로 가는 이안을 만난다.
내가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것처럼 긴장감 있게 그들의 모험 속에 빠져든다.
“내일, 우리, 희망, 나, 오늘”
내일이 너무 개같으니까.
내일이 온다는 게 개같고, 내일이 있다는 게 개같아.
그건 틀렸어.
개같은 내일에 우리가 함께여서
난 오늘 희망을 보았어.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해 하기 보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를 죽이고 싶어 하는 세상을 향해,
어떤 힘으로도 끊어내지 못하게
스스로 더 단단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길에 우리들의 내일과 이안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p.126 작가의 말
'단단이라는 이름의 약속'
앞으로도 세상은 우리를 계속 죽이고 싶어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 단명을 타고난 것이고, 어쩌면 끊을 단으로 끊어야 할 최종 목표는 저 짧을 단인지도 모르겠다. 단단斷短할 것을, 더 단단해질 것을 약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