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소프 - 에로스와 타나토스 현대 예술의 거장
퍼트리샤 모리스로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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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소프의 얼굴을 좋아했다. 그가 찍은 몇 개의 자화상에서 그의 얼굴은 어여쁜 삐에로 같았다. 그의 사진을 논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즐겁게 마주할 수 있는 데에는, 내 취향과 시선이 그 어딘가에 맞물린다는 사실도 있겠지만, 6-70년대 이후 끊임없이 많은 자극을 터트려온 현대예술에 익숙할 대로 익숙한 시대에 사는 사람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플소프의 사진이 지닌 금단, ‘도를 지나침이라는 도취의 농밀함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이는 논쟁적을 일정부분 자유롭게 벗어나 그가 선점한 어떠한 아름다움의 자리에서 자태를 뽐낸다. (특히나 유명한 누드, 섹스 장면들 외에 그의 꽃 사진들은 탐미의 날 선 이중성, 탐욕과 그 자체로의 순수성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메이플소프와 그의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뒤로하고,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을유(참 좋아하는 을유)에서 올 여름, 메이플소프의 얼굴이 탁 박힌 메이플소프 평전이 번역되어 나왔다. ‘현대 예술의 거장의 두 번째 책으로, 받아보기 전까지는 별 생각 없이 그의 사진들과 그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와 자료들이 실려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퍼트리샤 모리스로가 쓴 메이플소프 평전으로, 메이플소프의 사진은 몇 장 없이 그의 삶에 관한 얘기로 가득하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이 책의 온전한 매력은 메이플소프의 사진과 그의 삶이 유행한 방식, 그리고 그것들이 가진 가치를 메이플소프의 시선 외에 그 환경으로부터 이끌어낸다는 점에 있다.

 

이 평전은 두 가지 측면, 그러니까 메이플소프라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담아내며 시간이라는 축을 가지고, 그 주변의 환경들, 즉 동시대의 인물들의 관계, 대화, 사건들을 통해 그 사회적 분위기를 담아낸다. 이를 통해 메이플소프가 일궈낸 그의 키워드들은 그가 살아낸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어우러져 재조합되고 입체적으로 풍성해진다. 저자는 메이플소프라는 개인을 영웅시하지 않으며, 유명한 그의 사랑이야기에 치중하거나 어떠한 극단에 도취되거나 매몰되지 않는다. 쾌락, 섹스, 폭력, 죽음과 같은 격렬한 주제들과 함께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그것들을 그것들만이 가지는 아름다움 속에 온전히 둔다는 것에 이 글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서술을 통해 메이플소프의 작품 없이도 그 키워드들은 보다 넓은 환경 속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이러한 이유로, 을유문화사의 <메이플소프>는 메이플소프와 그의 작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1960-80년대 뉴욕의 현장 일부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할만하다.


#현대예술의거장 #메이플소프 #예술가 #사진

"나도 걸렸어. 짐도 걸렸고. 모두 걸렸어." - P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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