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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 - 10g, 1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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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때 향에서 산미가 느껴집니다 . 요즘 유행이 산미가 있는 걸 선호하는 걸로 아는데 그에 맞추어 바디감도 마일드한 커피네요. 다만 뜨겁게 마시면 산미가 어디로 갔는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스로 먹는 것이 향에서 기대했던 새콤함 부드러움이 잘 느껴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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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티튜트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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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하지만 항상 질은 보장되는 성실한 이야기꾼 스티븐 킹이 2020 여름 휴가를 책임진다! 제목은 연구소..정도로 번역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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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두는 과도기의 남자 팀. 플로리다 지역의 경찰이었던 것으로 추정.

애매하게 경찰직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가서 경비 일을 구하려고 비행기를 탔지만 어쩌다보니 히치하이킹을 거듭하다가 근대화의 세례를 좀 덜 받은 듯한 작은 마을 듀프레이에 야경꾼으로 취직한다.

중간 중간 작가 특유의 생각이나 유우머로 사건을 따라가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이를테면 초반팀이 히치하이킹을 하다 만난 도서관장 분과의 씬. 트위터에서도 트럼프를 자주 까시는 분답게 시니컬하시다가

- 그 협회는 돈이 없는데 "왜냐하면 트럼프하고 그 일당이 다 빼앗아갔거든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은 당나귀가 수학을 이해하는 수준하고 비슷해요. " p.24 흠. 근데 도서관협회는 항상 돈이 없는 거 아닌가요

갑자기 따뜻한 말을 하신다.

-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도 (그도 어떨 때는 그랬다.) 그래도 미국은 아직 살만한 곳이었다. p.25

점점 더 엿같아지기만 하고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슬로건)은 반대 급부로 존재감을 발산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게 되는 한 문장.

그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람들에게서.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베푸는 친절과 호의에서.

이 마음은 미국이 아니더라도 2020년을 살고 있는 세계인이라면 이해할 마음이 아닐까.

그래도 인스티튜트랑은 무슨 상관인가.. 할 무렵 팀은 잠시 퇴근하고 다른 친구가 나온다. 12살에 미국의 수능같은 SAT을 보고 명문대 두 곳에 합격을 낙점해놓은 천재 루크. 오 이 친구가 이제 학교에 가서 랩에서 뭔가 어마어마한 걸 만들어내나? 하니 웬걸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잃고 본인이 남들의 실험동물이 되어버린다. 초능력을 가진 어린이들을 모아놓은 인스티튜트의 새로운 실험체로.

그렇게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초능력은 보통(!)인 정도라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하는 루크. 루크의 모습을 보며 다른 어린아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짐작하며 내가 다 괴로워진다. 뛰어난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앞서의 루크의 모습과 인스티튜트에 와서 애매한 능력치라 여겨져 과도하게 실험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소설이라 해도 고통스럽다. 이 모습은 SAT 시험장에서 루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틀리는 (아마도 SAT 칠 연령인) 학생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뛰어난 친구들은 데리고 가고, 애매한 친구들은 소모품으로 쓰다 버린다. 현실을 대비시켰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구성이다.


'앞 건물' 의 연구소에서는 애들에게 주사를 놓으며 계속 점이 안 보이냐! 하며 집착하는데 작품에선 그걸 슈타지 라이트 실험이라고 한다.


현실세계에서 슈타지란 이름은 통일 전 동독의 비밀경찰/첩보기관을 말하며 그들의 업적..으로는 인간성을 파괴하는 수용소로 이름이 높았다. 물론 안기부나 북한보다는 나았다곤 하는데.. 이것두라 매운 맛 좀 보여줄까?;;; ㅠㅠㅠㅠ 그런 성격이 이 아이들이 가둬진 곳, 인스티튜트의 분위기나 목표, 성격을 상상하게 한다.

슈타지 라이트 실험을 통해 초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 목표인 줄 알았더니 앞 건물에서의 생활의 일차적 목표는 뒤 건물에서의 생활: 아이들의 초능력 무기화 를 대비시키는 것이라 하니 이것은 2권에서 회수될 중요한 떡밥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망가질 때까지 쓰이다가 어떻게 되는걸까?

명석을 넘어선 천재, 머리가 좋은 만큼 세상과 적절한 상호작용을 수행하던 착한 아이 루크는 상황에 적응해 나간다. '안 좋은 쪽으로의 발전'으로.

'그래봤자 무슨 소용 있겠어요' 라는 말을 입에 붙이다 용기를 내게 되는 것은 여자 아이들의 심장에 불을 지르는 니키, 언제나 반항하느라 상처가 끊이지 않았고 뒷 건물로 끌려가는 순간까지 끝까지 저항하던 아이 니키를 생각하면서이다.

망설이다가 다크 웹 뒷문을 통해 부모님의 사망 사실을 뉴스로 확인하고, 현실에 발을 딛고, 호의로 도와준 내부자(이것도 할 말이 많은데 채무와 파산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움을 청할 길이나 법률이 있지만 드라마[나의 아저씨]에서도 그렇고 모르는 이는 끝까지 모르고 생의 의지를 잃을 정도로 고통받는다.) 에게 도움을 받아 탈출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과연 탈출에 성공한 루크와 듀프레이에서 기다리고 있을 팀은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가. 경첩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로 듀프레이에서 모일 둘은. 루크는 친구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인스티튜트는 무너질 것인가? 세상이 악해서 아이도 낳지 않았다는 팀은 2권에서 다시 출근하여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초자연적 현상을 너무나 현실적인 요소와 맞물려 '있을 법한' 공포로 살려내는 것은 공포 소설에 반드시 요구되는 역량이라지만 스티븐 킹은 매우 탁월하다. 그가 그려내는 세상엔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감정이라는 공포를 큰 가지로 하여 지금의 세계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고발에 여러 가지로 뻗어 있다. 한 번 정신없이 읽다 보면 - 또 워낙 작가가 이야기꾼이다보니 온갖 단서를 주워담으며 읽다보면 어느새 1권이 끝나있다. 과연 이 단서들은 맥거핀으로 끝날 것인가 헨젤&그레텔의 조약돌일 것인가. 빵조각일 수도 있겠다. 다 까먹어버릴테니(...) 어서 2권을 읽어야겠다. 그 때까지는 다시 읽으며 내가 놓친 조약돌들을 주워봐야지. 단순히 공포소설로만 놓기엔 섬세하게 짜여진 요소요소가 여러 번 읽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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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손가락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도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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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분이 내가 불러온 전문가예요. 미스 마플 양.

여러분. 모두 잘 보세요.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인간의 오만 가지 사악함에 대해 잘 알고있는 사람이랍니다. p.297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멋진 추리소설.

전혀 개연성 없어보이는 단순한 것들이 프로 뜨개질러인 그녀에게서 '명징'하게 '조직'되어 진실로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좀 심심한 작품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마치 마술사의 공연을 보듯이 감탄하면서. 21세기에 '익명의 편지'로 누군가를 괴롭힌다는 것이 구식으로 여겨져 재미없다 생각할 수 있지만 시대에 맞게 악의를 표현하는 수단은 변화할 뿐 그 마음엔 인간사의 한결같음이 있으니. 당장 사이버불링으로 경찰서에 달려가서 잡고보니 지인인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묵념) 인간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을 것 같은 악의.

- 눈에 보이지 않는 증오... 그래요. 눈에 보이지 않는 증오가 숨어 있어요. 장님이라고 해도 심장을 찌를 수는 있는 법이죠...

그렇게 되면 그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p.90

움직이는 손가락은 편지를 쓰는 손가락이기도 하지만 미스 디렉션을 유발하는 손가락이기도 하다. 마치 마술의 트릭을 알고나면 너무나 단순하지만 그 전까진 마술이 아니라 마법으로 여겨지듯이.

미스디렉션은 사건을 밝히는 데만 등장하지 않는다.

에이미 그리피스를 통해 꿈이 좌절된 여권 주의자(여성도 일을 하고 싶어한다! 라고 얘기하는데 당신 여권주의잔가요? 한다. 수준...) 의 목소리를 등장시키는 대신 남성 화자를 통해 그 시대에 맞는 온건함으로 포장한다. 모두에게 덜 떨어진 취급받는 메건이 다 늙은 할머니 마플 양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가를 불러야한다며 마플 양을 소환한 건 어딘가 이상해보이는 목사 부인 데인 캘드로프 부인이고. 궁극적으로 여성 셋이 해결해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것을 불편하지 않게 완급조절하는 것이 영리하다. 요즘의 기준에 댄다면 소심하다고 할 정도이지만 PC함-정치적 올바름-에 대해서 가르치려든다라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21세기에도 많은데 20세기는 어땠을까.

결국 사건은 익명의 편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키보드 워리어;들에게 따뜻한... 말도 한다. 그 때도 익명의 편지로 사람 괴롭히는 이들이 있었나보다.

- 정말 모르겠어요? 느끼지 못하나요? 한번 상상해봐요. 그런 편지를 써야 할 만큼 한없이 절망과 울분으로 가득 차 불행해하고 있을 누군가를 말이예요. 그 사람이 얼마나 외롭고, 사람의 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지를. 완전히 타락해서, 어두운 감정의 물결을 그런 식으로 분출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의 모습을 말이예요. p.139

아, 따숩다. 그에 비해 난 썩었다. 아니요, 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이런 독자들의 반발을 예상하듯 화자는 전혀 연민의 감정이 들지 않는다 라고 속으로 대답한다. 모두를 아우르십니다 과연.

휙휙 돌아가는 손가락을 좇아가다보면 작가가 전하고 싶은 교훈은 마지막에 있는 것 같다. 사건을 해결한 건 좋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약혼자를 위험에 빠뜨린 것에 대해서 불평하는 남성 화자에게 미스 마플의 한 마디.

-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이 달려 있는데도,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해 위협을 회피한 채 이 세상을 살아서는 안 되는 거예요. 이해하겠어요? p.307

커헉 그러기가 힘들어요 미스 마플... 코로나19 사태를 보세요...

나오는 방식은 구식이었지만 전하고 있는 생각이나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이어서 즐거웠던 소설. 과연 데임이십니다 충성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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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의 바다 Project LC.RC
김보영 지음 / 알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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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와인샵에서 한참 와인을 째려보고 있던 나를 보고 소믈리에가 웃으며 한 말이 있다.

와인샵에서 한참 와인을 째려보고 있던 내게 소믈리에는 웃으며 말했었다.

'잘 모르겠다 싶으실 땐 라벨이 마음에 드는 걸 고르세요. 중박은 칩니다.'


과연 진실한 이치는 분야를 가리지 않으니. 좋은 표지의 좋은 소설이었다.

이번 러브크래프트 프로젝트 8권 중 (형편이 되는대로 한 권씩 사모으고 있기에) 가장 먼저 장바구니에 담은 것이 바로 이 [역병의 바다]였다.

선택의 기준은 바로 라벨이었으니 마치 소설 [우주 전쟁 The War of Worlds, 1898년 발행] 의 유명한 삽화인 거대한 외계인과 그를 마주한 인간의 모습이 압도적이었달까.

다른 것이라면 삽화 속의 인간은 놀라며 몸을 피하려는 모습이라면 여기선 삼단봉(This is Korea style!) 을 들고 전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 과연 오마주 소설다운 좋은 변화이자 지금에 걸맞게 다시 쓰여지기 위한 '부름'에 응답한 글이었다 생각한다.


크툴루 신화라는 세계를 열어준 선구자이지만 공포의 원인을 바다와 우주, 잃어버린 역사와 신화라는 인류의 미지 뿐 아니라 본인에게 있어서의 미지의 영역인 인종과 여성에서 찾았기에 완전히 경애할 수 없는 이가 된 이름이여. 당신같은 이를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이(He-Who-Must-Not-Be-Named)라고 하는 걸까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9명의 해리가 여기 있군요.

여성 경호원과 (과도한 스케줄에 시달리는 어린이. 짧게 언급되지만 이 역시 당대의 문제일 것이다) 조카의 강릉행. 갑자기 지진으로 인해 해저가 융기하며 시작된 전염병.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치료도 그러한 병의 모습은 현실의 지금과 닮아 좀 더 소설에 몰입하게 한다.


책임져야하는 것을 잃은 괴로움을 안은 채 기약없는 격리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 하는 주인공이 결국 차가운 악의로 온 외계의 존재(;)를 쓰러트린다. 그 곁에 학대당하는 결혼이주여성이라는 한국의 문제가 있었고 목격자로써 내밀었던 손이 (하나의) 열쇠로 제시된다. 이 열쇠는 소설과 현실 모두에 적용될 것이다.

좋아하는 단편인 [인스머스의 그림자]에 나오는 물고기 인간들과의 재회에 오랜만에 섬뜩했다. 그 와중에 '적'과 '우리'에서 거대한 힘에 동화되는 걸 택한 원작과 달리 21세기의 주인공, 옳은 것을 행하고하며 살아온 인간은 러브크래프트의 존재들의 특징인 '무심한 악의'의 존재를 부수러 바다로 향하는 간지폭풍에 닭살은 두 배로.


러브크래프트여, 보고있나요? 당신이 혐오하던 약한 존재의 지금을? 당신의 편집증적 주인공들-공포에 벌벌 떨며 편지를 쓰는- 이제 조연으로 전락했지요. 웰컴투더뉴에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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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맥퀸 - 광기와 매혹 현대 예술의 거장
앤드루 윌슨 지음, 성소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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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맥퀸- 광기와 매혹

 앤드루 윌슨 지음/ 성소희 옮김/ 을유문화사



 책을 덮은 다음 오랜만에 201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렸던 맥퀸의 전시 도록을 펼쳐보았다. 당시 패션학도거나 관심있었던 이들이라면 너도 나도 샀던 [알렉산더 맥퀸: 새비지 뷰티 ALEXANDER McQUEEN : SAVAGE BEAUTY]. 영어를 읽기엔 쉽게 지루...해져서 넘겼던 서문들이 책을 읽고 나니 익숙한 내용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본 맥퀸의 의상들은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떠올리게 하며 또다른 얼굴로,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는 이미 오래지만 그 때를 생각해보면 패션을 처음 배우고 옷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갈리아노, 마르지엘라 등 비범한 천재들에게 매혹된다. 그러다 졸업하고 혹시라도 의류 쪽에 종사하게 되면 피비 필로의 셀린 같은 게 더 어렵구나를 알게 된다.)

그렇다면 맥퀸은? 졸업패션쇼 때 가장 경계해야하는 디자이너이다. 쇼를 생각하다보면 까딱하면 의도치 않은 카피캣이 될 수가 있다. 그만큼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디자이너였다. 언제나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쇼를 만들어내던 사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던 사람, 천재지만 약쟁이에 중독자에 불안하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라는 게 비교적 온건한 패션 기사 너머로도 들려오던 사람. 비록 자살로 그의 시계는 멈췄지만 브랜드는 그의 오랜 동료이자 어시스던트였던 새라 버튼에 의해 계속되어오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 한때의 나의 슈퍼스타. 맥퀸이 나온 곳이라고 해서 얼마나 많은 패션학도들이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을 흠모하게 되었던가. 결국 작년에 런던 여행 때 굳이 잡은 숙소 위치도 CSM 근처였고 거기서 패션 수업 숏 코스도 들었다. (돈으로 산) 그 곳의 학생증을 받아들고 그 건물을 다니며 얼마나 설렜던가. 책을 덮고 난 지금은 천재는 그냥 가까운 학교에 가나보다서태웅처럼싶긴 하다만 서태웅도 강백호를 위시한 팀메이트를 만나고 안선생님 덕분에 자신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었듯 맥퀸도 그랬으리라.

전설의 사건으로 회자되는 세인트 마틴 마스터 (석사) 졸업쇼 작품을 전부 사들인 이사벨라 블로우와의 만남과 우정, 섀빌로에서의 경험, 그를 자살로 몰고간 우울증 등등이 그 사람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충실한 조사를 통한 전기로 마침내 하나로 연결이 되는 느낌이었다. 한번 읽고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또 한번 맥퀸의 도록을 본다. 그리고 맥퀸이 사랑했던 책인 [소돔 120]을 꺼내어 읽는다. 또 한 번 도록을 본다. 또 한 번 생각해본다. 그렇게 미쳐야지만 이런 걸 만들 수 있는걸까?



 책은 그의 삶을 조명하며 절대 춤을 멈출 수 없었지만 휴식을 갈구했던 불안한 영혼의 갈짓자 걸음을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그 자신이 남긴 말을 통해 담담히 보여준다. 항상 아름다움을 좇았던 사람. 하지만 놀라운 재능은 과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인지 결국 남도 망치고 스스로도 망친 사람. 섹스 중독자, 에이즈 환자, 방탕하고 이기적인 광인 뒤에 숨은 연약한 인간.




패션은 과연 예술인가? 라는 질문은 계속 반복되어온다. 누군가에겐 그저 상업 비즈니스이고 누군가에겐 예술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 행동의 모든 것이 재화로 교환된다고 하면 예술 역시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러한 모종의 관계 속에서 패션은 예술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이들에 의해서 나아가고 있다. 그 중에 맥퀸이 있다패션을 통해서 본인이 원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디자이너와 마찬가지겠으나  ‘가장 자유롭게 욕망할 때 가장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라고 주장한 사드의 저작들이 다시 재조명되고 읽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경기와 더불어 안전한상업적인 패션들이 런웨이의 대부분인 지금 맥퀸의 컬렉션은 언제나 다시 그리워지고 불려오며 읽히고 분석될 것이다.  


맥퀸이 죽은지 9, 한국 나무 위키에서의 맥퀸은 전국을 강타했던 세컨라인 맥큐McQ의 해골 스카프로만 남아있기에 이 책의 발간이 더욱 반갑다.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읽을 수 있기에 더욱. 내가 학생 때 읽었으면 조금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아닐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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