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맥퀸 - 광기와 매혹 현대 예술의 거장
앤드루 윌슨 지음, 성소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렉산더 맥퀸- 광기와 매혹

 앤드루 윌슨 지음/ 성소희 옮김/ 을유문화사



 책을 덮은 다음 오랜만에 201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렸던 맥퀸의 전시 도록을 펼쳐보았다. 당시 패션학도거나 관심있었던 이들이라면 너도 나도 샀던 [알렉산더 맥퀸: 새비지 뷰티 ALEXANDER McQUEEN : SAVAGE BEAUTY]. 영어를 읽기엔 쉽게 지루...해져서 넘겼던 서문들이 책을 읽고 나니 익숙한 내용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본 맥퀸의 의상들은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떠올리게 하며 또다른 얼굴로,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는 이미 오래지만 그 때를 생각해보면 패션을 처음 배우고 옷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갈리아노, 마르지엘라 등 비범한 천재들에게 매혹된다. 그러다 졸업하고 혹시라도 의류 쪽에 종사하게 되면 피비 필로의 셀린 같은 게 더 어렵구나를 알게 된다.)

그렇다면 맥퀸은? 졸업패션쇼 때 가장 경계해야하는 디자이너이다. 쇼를 생각하다보면 까딱하면 의도치 않은 카피캣이 될 수가 있다. 그만큼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디자이너였다. 언제나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쇼를 만들어내던 사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던 사람, 천재지만 약쟁이에 중독자에 불안하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라는 게 비교적 온건한 패션 기사 너머로도 들려오던 사람. 비록 자살로 그의 시계는 멈췄지만 브랜드는 그의 오랜 동료이자 어시스던트였던 새라 버튼에 의해 계속되어오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 한때의 나의 슈퍼스타. 맥퀸이 나온 곳이라고 해서 얼마나 많은 패션학도들이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을 흠모하게 되었던가. 결국 작년에 런던 여행 때 굳이 잡은 숙소 위치도 CSM 근처였고 거기서 패션 수업 숏 코스도 들었다. (돈으로 산) 그 곳의 학생증을 받아들고 그 건물을 다니며 얼마나 설렜던가. 책을 덮고 난 지금은 천재는 그냥 가까운 학교에 가나보다서태웅처럼싶긴 하다만 서태웅도 강백호를 위시한 팀메이트를 만나고 안선생님 덕분에 자신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었듯 맥퀸도 그랬으리라.

전설의 사건으로 회자되는 세인트 마틴 마스터 (석사) 졸업쇼 작품을 전부 사들인 이사벨라 블로우와의 만남과 우정, 섀빌로에서의 경험, 그를 자살로 몰고간 우울증 등등이 그 사람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충실한 조사를 통한 전기로 마침내 하나로 연결이 되는 느낌이었다. 한번 읽고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또 한번 맥퀸의 도록을 본다. 그리고 맥퀸이 사랑했던 책인 [소돔 120]을 꺼내어 읽는다. 또 한 번 도록을 본다. 또 한 번 생각해본다. 그렇게 미쳐야지만 이런 걸 만들 수 있는걸까?



 책은 그의 삶을 조명하며 절대 춤을 멈출 수 없었지만 휴식을 갈구했던 불안한 영혼의 갈짓자 걸음을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그 자신이 남긴 말을 통해 담담히 보여준다. 항상 아름다움을 좇았던 사람. 하지만 놀라운 재능은 과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인지 결국 남도 망치고 스스로도 망친 사람. 섹스 중독자, 에이즈 환자, 방탕하고 이기적인 광인 뒤에 숨은 연약한 인간.




패션은 과연 예술인가? 라는 질문은 계속 반복되어온다. 누군가에겐 그저 상업 비즈니스이고 누군가에겐 예술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 행동의 모든 것이 재화로 교환된다고 하면 예술 역시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러한 모종의 관계 속에서 패션은 예술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이들에 의해서 나아가고 있다. 그 중에 맥퀸이 있다패션을 통해서 본인이 원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디자이너와 마찬가지겠으나  ‘가장 자유롭게 욕망할 때 가장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라고 주장한 사드의 저작들이 다시 재조명되고 읽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경기와 더불어 안전한상업적인 패션들이 런웨이의 대부분인 지금 맥퀸의 컬렉션은 언제나 다시 그리워지고 불려오며 읽히고 분석될 것이다.  


맥퀸이 죽은지 9, 한국 나무 위키에서의 맥퀸은 전국을 강타했던 세컨라인 맥큐McQ의 해골 스카프로만 남아있기에 이 책의 발간이 더욱 반갑다.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읽을 수 있기에 더욱. 내가 학생 때 읽었으면 조금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아닐 것도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