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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뜨거움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는 36.5도다"
'언니의 독설', '드림온'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자리를 잡고, 속시원한 유쾌한 강의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김미경. 그녀가 '살아 있는
뜨거움'이란 책으로 다시 돌아왔다. 논문 표절로 인해 잠적을 감췄던 김미경. 그녀가 다 내려놓고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발돋움하기 시작한다.
'언니의 독설', '드림온' 다 읽고, 이번 '살아 있는 뜨거움' 까지 김미경의 작품 세가지를 다 접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언니의 독설과 드림온은 제목부터 가르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거리낌이 있었는데, 이번 책은 제목부터가 마음에 쏙 든다.
앞표지에 나와있는 김미경의 모습과 뒷표지의 김미경의 모습. 책 중간중간 나와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왠지 모른 먹먹한 감정까지 느껴지곤 한다.
이 책은 김미경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적어놓은 에세이이다. 부모님의 삶부터 자신의 삶, 그리고 더불어 딸과 아들들의 삶까지 적어놨는데, 책
읽으면서 아, 이 사람 아직 죽지 않았구나 싶었다. 강의들을 때마다 저 사람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 할까.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저런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달을 할까 한 적이 많았다. 이 책은 마치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을 내가 듣고 있는 느낌이다. 김미경의 강의하는 모습이 오버랩 되는
느낌. 그렇다고 이 책이 또 ~ 해라 라는 식의 강의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다이어리를 읊조리듯이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1부부터 4부까지의 내용 중,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것 몇가지가 있다. '사회적 알람'에 대한 내용. 우리
사람은 태어나면서 사회로부터 알람시계를 받는데 우리가 스스로 알람을 설정할 수 없다. 세상이 임의적으로 합의한 시간에 울리도록 세팅되어 잇는데
열네살이 되면 중학교, 열일곱살이 되면 고등학교, 스무살이 되면 대학,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취업, 30대초반에는 결혼이라는 알람이 사정없이
울려댄다. 순차적으로 옥죄어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죽음의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인생의 시간도 제각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일하다가
결혼이 늦어질수도 있고, 가난 때문에 대학을 나중에 갈 수도 있고, 사회적 알람에 맞춰갈게 아니라 자신의 운명 시계만 보면서 가도 인생은 그리
늦지 않다고 말을 하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엄마'보다 오래된 이름, 김미경. 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었는데, 울컥울컥 할 때가 많았다. 엄마 생각도 나기도 하고.
작가는 엄마이기 이전에 자신은 '김미경'이라고 말을 한다. 엄마와 아내는 역할일 뿐이지 본질은 아니라고. 그러면서 자신은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서 자신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엄마와 딸이 아닌 서로를 파트너로 신뢰하게 되는 그 여행길. 딸은 엄마가 앞뒤
꽉 막힌 40대 아줌마가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30년 전에 먼저 하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게 이 여행의 핵심이다. 엄마,
아빠이기 전에 자신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이 작가는, 그게 여행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큰딸과 아들과의 여행은 끝이 났고, 막내의
여행을 앞두고 있다고 하며 우리에게도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인생은 사는 연습이라고 말을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번 승부가 끝인 것처럼 살면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고
벌벌 떨다가 제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한다. 어제 점프 연습을 하다 넘어졌다면 오늘 또 하면 되고, 매일 연습하다보면 나중에는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매일 한 번도 안 살아본 '오늘'을 만나고 있다고 인생은 죽는날까지 연습이라고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책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약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오랜만이다 이렇게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