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제주
서미정.이신아.한민경 지음 / 루비콘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제주도. 살면서 세번 갔는데 제대로 관광한 기억이 없다. 아예 어렸을 때 간것은 사진은 있지만 기억속에는 없고, 봉사활동으로 일주일 제주도 갔을 때는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과학체험활동을 가르쳤던터라 관광을 못했고,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학회 끝나고 난뒤 버스타고 몇군데 들린 게 전부이다. 그나마 마지막에 갔을 때는 버스타고 이곳저곳 다니긴 했으나 겨울에 버스타고 여행하기는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스쿠터를 빌려서 여행을 다닐까 했지만, 친구가 무면허였기에 버스를 타고 바람을 헤치며 여행했던 터라 버스는 종착지점만 들러서 짬짬이 구경만 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제주도에 대한 로망이 있다. 아직 못가본곳이 더 많고 급여행으로 가기에도 쉽지 않은 곳이기에 더더욱 로망이 클 수밖에. 이 책은 제주여행자, 제주생활자, 제주이민자의 시선으로 본 제주에세이이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책이 아니어서 살짝 실망한 감은 있다. 적어도 제주도에 대한 짤막짤막한 소개라도 좀 있으면 좋았으련만 .... 세 여자가 제주도를 접하게 된 계기와 함께 현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본인이 생각하는 제주의 이미지란 무엇인지에 대한 글이 적혀있다.

서울에서 광고기획자로 살며 틈만나면 제주를 여행하는 제주여행자 서미정, 한달만제주도에서 살아보자한게 2년째 접어들고 있는 제주생활자 이신아, 광고카피라이터로 지내다 갑자기 제주이민을 결정한 한민경.

답답한 현재의 삶이 싫어서 떠났던 제주는 세 사람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보듬어 주었다.

세명의 여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의 모습. 본인들의 일상, 감성적인 이야기, 경험들을 적어놓은 책. 에세이류가 다들 그렇겠지만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 -

역시 이런 에세이류는 주욱 읽다가 보면 공감가는 글이 한두개씩 꼭 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나고,

서로 다녀온 곳을 묻고 저녁 내내 대화가 이어감에 따라

낯선 사이지만 이내 서로의 고민거리까지도 털어놓을 때가 있다.

처음 만났지만, 여행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금세 친해지는 사이.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설레는 곳.

마음 한 구석 텅 빈 곳을 채우고 싶을 때 찾아가게 되는 곳.

설렘과 마주하던 순간, 더욱 간절해지고 행복해지는 시간들.

지금 그 설렘을 다시 느끼고 싶다. p. 58

이 글귀는 정말 나의 마을을 대변하는 듯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꽤 흥미롭다. 어디서 왔는지 무슨일로 게스트하우스를 들리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여행날 그 날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다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인생사이야기를 듣다보면 느끼는 점도 많고,

아무래도 세 시선 중, 가장 공감이 많이 되는 글은 제주여행자의 시선이다.

책을 다 읽다보니 왜 제목이 '당신도 제주'인지 이해가 조금은 된다.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고 지칠 때 제주가 당신을 보듬어 줄거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제목을 지은 듯, 나도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훌쩍 제주도 비행기티켓 끊어서 훌쩍 여행다녀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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