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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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댓글 조작 너무 티나고 보기 안좋습니다. 도정일 선생님께서도 거북해하실 것 같아요. 제발 이런 거 하지마세요. 오히려 저자의 명성에 누가 되는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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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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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의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은 일본 근대의 시작인 메이지 유신을 조망하는 안내서다. 저자가 이전에 쓴 개설서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가 체제와 대내외적 정세에 대해 거리를 두고 쓰여졌다면, 이번에는 19세기 중반 메이지 유신의 주역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의 삶을 파고들어 서술해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하급 사무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전국시대 사무라이들과 달랐다.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라는 부제가 드러내듯, 도쿠가와 막부 250년 동안 유례 없는 평화가 이어지면서, 신분 상승이 막힌 사무라이들은 주자학, 난학 등의 학습을 이어갔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요시다 쇼인이다. 일찍이 쇼인은 쇄국 일본 안에서 선구적으로 해군 양성, 대외팽창론, 정한론을 주장했다. 독서광인 그가 학문을 가르치던 ‘송하촌숙’은 훗날 메이지 내각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평가될 만큼,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인재들의 요람이었다. 당시 정국은 막부가 서양 세력과 연이은 굴욕적 조약을 맺으면서, 막부에 적대적인 번들(주로 조슈번, 사쓰마번)을 중심으로 '존왕양이(천황을 중심으로 서양 오랑캐들을 무찌르자)'가 대두했다. 아이자와 야스시가 지은 존왕양이의 바이블 <신론>은 “필사에 필사를 거쳐 이미 전국적으로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60p) 동서고금을 통틀어 체제를 바꾸려는 것은 언제나 불만을 가진 세력이다. 그런 점에서 백여 년 동안 학문을 이어온 하급 사무라이 계급들은 교육, 정보, 조직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한편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었다. 일본이 쇄국을 벗어나야 한다면서, 왜 이들은 복고주의처럼 보이는 ‘존왕양이’를 주장한 것일까?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의 입장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존왕’에 있어선 의견의 여지가 없지만, 극단 세력과 결을 같이하는 ‘양이’가 아닌, 일종의 ‘양이개혁론’에 가까웠다. 서양의 것을 무조건 배척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문명과 기술을 배워 넘어서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러기 위해선, 270여 개의 번(복합국가)에서 벗어나, 서양 국가들처럼 단일한 ‘국민국가 체제’로 나아가야 했다. 천황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였다. 당시 소속 국가와 마찬가지였던 번을 탈퇴한 뒤, 신분제약 없는 ‘해원대(사설 해군, 무역 결사)’를 창설한 료마의 행보에서 드러나듯, 일찍이 난학을 통해 일본 안에서 국제적으로 사고했던 것이다.

단단한 벽으로 둘러 쌓인 시대를 바꾸려면 광인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였을까? 막말 ‘존왕양이’를 외치던 유신 지사들은 스스로를 광인이라 여겼다고 한다. 250여 년간 전쟁이 없던 세상에서 강력한 위기론을 주장했고, 감히 ‘탈번’을 감행했으며, 증기선 하나 없는 나라에서 해외 팽창론, 정한론을 꿈꿀 정도였으니 말이다. 요시다 쇼인은 지배체제에 실망하여 ‘초망굴기’를 부르짖다 사형당했고, 사카모토 료마는 '삿쵸(조슈, 사쓰마)동맹'과 쇼군 요시노부의 '대정봉환(천황에게 권력을 이양)'을 극적으로 이뤄냈지만 암살당했다. ‘라스트 사무라이’ 사이고 다카모리는 구체제의 잔재로 남겨진 사무라이들과 함께 산화했고, ‘철혈재상’으로 유신 정부의 기틀을 닦은 오쿠보 도시미치 역시 암살로 삶을 마감했다. 어쩌면 이들에게 독서는 전국시대 총칼보다 더 위험한 ‘무기’였을지 모르겠다. 목숨과 맞바꾼 메이지 유신으로의 전환은 성공적이었지만, 그때 남겨진 광기는 1930년대 쇼와 군국주의 일본의 씨앗이 되었다.


"본 서평은 네이버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cafe.naver.com/booheong/198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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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청년 논객 한윤형의 잉여 탐구생활
한윤형 지음 / 어크로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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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구매기록을 보니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2016년 6월에 구입했다. 청년 문제를 공부해야겠다는 당위로 선택한 것이지만, 여러 곡절이 있어 제대로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 가볍게 훑어보다, 2019년 1월쯤 서가를 정리하면서 집 근처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일이주에 한 번씩 어떤 책이 들어왔는지 구경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이 책은 이천원의 가격에도 팔리지 않은 채 남겨져 있었다. 결국 9개월 전에 기증한 책을 내 손으로 다시 찾아왔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세대 문제를 공부해야겠다는 갈급한 마음이 들었고, 그제서야 이 책을 황급히 떠올리게 된 것이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2016년 6월에 구입했다. 청년 문제를 공부해야겠다는 당위로 선택한 것이지만, 여러 곡절이 있어 제대로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서 가볍게 훑어보다, 2019년 1월쯤 서가를 정리하면서 집 근처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일이주에 한 번씩 어떤 책이 들어왔는지 구경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이 책은 이천원의 가격에도 팔리지 않은 채 남겨져 있었다. 결국 9개월 전에 기증한 책을 내 손으로 다시 찾아왔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세대 문제를 공부해야겠다는 갈급한 마음이 들었고, 그제서야 이 책을 황급히 떠올리게 된 것이다.

한윤형의 글은 누구든 독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 또래인 노정태나 좀 더 어린 박가분이 전방위적으로 독서하며 정치철학 용어를 구사하는 것과 달리, 한윤형의 저작들에선 철학적 관념이 짙은 글을 찾기 어렵다. 문장이 쉽고 독서 영역이 상대적으로 한정되어 있다고 사유와 논리가 뒤쳐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저자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요약, 분석, 논쟁)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며, 포괄적인 독자를 염두에 뒀기에 의식과 문장 역시 거기에 최적화 된 듯하다.

" '지금 여기'의 문제를 호출할 수 없다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서 아무 철학자의 이름이나 검색해보라. 아무 학자 이름이나 주워대면서 제 지식의 풍성함을 자랑하는 그런 '인문 오덕'들이 한국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113)

그에게 지식과 교양은 우리의 생각과 고민을 해결할 방향에 대해 조언해주는 도구이다. 그 시선으로 자의식 과잉에 빠진 사람들에게서 '우리 세대의 보편성'을 읽어내기도 한다. 배배 꼬인 채 서로를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은 너무도 닮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그것은 파편화된 잉여적 존재로서 자의식 없이 견뎌낼 수 없는 세대의 고통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은 무작정 청년들의 독서, 교양을 문제 삼으며 계몽하려 드는 지식인들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또 하나 그의 기억에서 흥미로웠던 건 세기말 지식인들이 당시 젊은이를 두고 '인물과 사상'같은 잡지나 보고 있다며 비판했다는 것이다. 그 논지는 더 한탄스럽게 변형되어, 요즘 청년들은 책도 보지 않는다고 발화되는 중이다.

반복되는 세대론의 함정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속물적이고 탈정치화 된 젊은이를 비판하는 "20대 개새끼론"이 유행했는데, 그 시기 2008년도 광우병 촛불 집회에 참여한 10대 여고생들을 두고, '새로운 세대'가 나왔다며 기성 세대들은 열광했다. 계산해보니 그 10대들은 나와 같은 90년대생들이고, 이제 20대가 중.후반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내 세대 감각으로 돌아보건대 '새로움'은 커녕 살인적인 경쟁과 우울은 한윤형이 체감하던 때보다 더 어두워진 것 같다. '다른 것'이 싹트지 못할 만큼 경제구조가 닫힌 곳에서 잉여화된 청년 문제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다음 20대 역시 마찬가지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깨어 있는 10대를 극찬하는 반응들이 보인다. 그들은 5년 후에도 그 기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그때 가서 또 다른 10대들에 대해 열광할까?

기성 진보는 청년들을 두고 보수화와 정치적 무관심을 지적하지만, 청년들은 오래전 진보든 보수든 자신들을 대변해주지 않으리란 걸 깨달았다. 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무지'에 의해서가 아닌, 뼈저린 앎과 경험에서 빚어진 것이다. 최근의 조국 사태 역시 그런 흐름을 보여준 것 같다. 586세대 중산계층이 사활을 걸고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나간 것에 비하면, 청년들은 여기에 관심조차 가지지 못하거나 외면했다. 세대간의 온도차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놀라운 건 여전히 청년 세대를 문제 삼은 보수화론이 주요 매체에 떠돌고, 전형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지 6년이나 지났지만, 청년 문제는 진전된 것이 없어보였다.

자기 문제의 의제화마저 기성세대에게 의지해야 했던 청년들은 이제, 어떻게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싸워나갈 수 있을까? 저자는 과거의 대학생들이 타자를 서사화하며 운동에 동참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엔 "자기 자신의 삶을 '서사화'할 때에 세상도 사회도 깨달을 수 있다"(274)고 말한다. 그 방식은 저자가 일상의 삶에서 청년문제, 지역문제, 경제문제의 시대상을 읽어낸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일 테다. 누군가는 웹툰으로, 또 누군가는 소설로 각자의 삶을 서사화하고, 쳇바퀴처럼 반복되어 왔던 세대론의 함정과 싸워가야 한다. 기성 세대와 제도가 청년을 대변해주지 않을지라도, 대다수가 비정규직이 되고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면 맞서야 한다. 연대가 가능했을 때 청년운동은 가장 큰 당사자 운동이 될 수 있지만, 포기한다면 각자 자신의 방에서 외롭게 투쟁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마지막 말을 들어보자.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될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더 이상 부모 세대와 선배 세대를 원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생각과 별개로 세상은 움직일 것이고, 결국 그 세상을 살아갈 이들은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청춘을 위한 나라가 없다면, 다른 나라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책무도 결국 이 세대에게 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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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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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빨리 시의성을 포착해 방대한 자료더미 속에서 글 써내는 게 강준만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근본적인 ‘대안‘을 찾고 싶다면 강준만의 책을 시발점으로 삼아, 좀 더 심도 깊게 한 분야를 파고들며 독서하시는 게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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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 대우고전총서 46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박찬국 옮김 / 아카넷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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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있는 학자가 차근차근 완성해나가는 또 다른 ‘니체 전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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