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덮는 순간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몰려왔다. 그리움으로 가득한 이야기 그리고 음식들. 저자의 이제는 먹을 수 없는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 이야기에 내가 먹었던 엄마표 음식이 떠올랐다. 제주도에 살았던 부모님이 뭍으로 나오면서 겪었던 이야기와 함께 바닷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생경하긴 하지만 정겨웠다.
바닷가 근처에 사셨던 엄마 덕분에 해산물을 많이 먹었던 나이기에 저자의 이야기의 일부는 공감되었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나라 꽁치젓갈과 그 걸로 만든 음식들은 책을 읽으며 그 맛이 궁금해졌다. 제피가루로 만든 김치는 경상도가 고향인 아버지 덕분에 들어본적이 있어 이 책이 나에게는 우리 부모님 이야기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해녀의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죽음만이 물질과 헤어질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글에서 마음이 찡했다. 이제 만날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는 부모님, 큰언니에 대한 그리움이 몸에 새겨진 오감의 기억을 깨어나게 하여 음식의 그리움으로 번저나갔다. 내 몸에 차곡차곡 쌓이는 음식의 힘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