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 도정일 산문집 도정일 문학선 2
도정일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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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몇 달 전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대한 기사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후마니타스'의 뜻만 알게 되었지, '도정일'님의 존함은 까먹었었나보다.

이 책은 순전히 운좋게 구입하게 된 것이다.

'폰 쇤부르크씨의 쓸데없는 것들의 사전'을 검색했다가 '쓸데없는'이라는 검색어에서 '쓸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시리즈로 이 책도 알게 된 것이다. (참 이런 우연은 정말 꼬리에 꼬리는 문다는 말이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1편보다 2편을 먼저 읽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이 책이 도정일님으로 가는'길을 놓아준' 책인 셈이다.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교육'과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떤 교육이 참교육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내가 머리가 아파질 정도로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은 이것이다.

 

혼을 춤추게 하는 독서에서는 우선 자신이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추적하는 어떤 화두를 갖는 일이 필요하다. 그 화두는 지적인 문제일 수 도 있고 지리상의 어떤 나라나 문화, 역사상의 한 시대나 인물, 특정의 작가, 사상가, 사건일 수도 있다. 평생을 두고 추적할 만한 어떤 관심사를 갖는 일은 독서의 습관화를 위한 첩경일 뿐 아니라 장기적 독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독서가 깊어지고 점점 재미가 붙고 정신과 마음의 확장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이런 관심의 지속적 유지를 통해서다. 독서가 날이 갈수록 어떤 ‘수준’에 올라서는 것도 이런 방식의 독서를 통해서다.

...독서 습관을 몸에 붙여보려는 사람,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로 고민하는 사람은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져보는 것이 좋다. 독서행위는 그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선택해야 할 책들이 눈에 띄고 읽기가 계속되면 읽는 방법도 터득된다. 혼의 춤은 그렇게 시작된다.

 

서재를 채우고 있는, 책장을 넘쳐나려고 하는 책들을 보면서 문득 '내가 왜 이 책들을 샀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터라, 윗부분을 읽고 내가 목적없이 갈지자로 걷고 있는 방랑자였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추적하는 어떤 화두'를 찾기로 하였다.

머리가 아플 정도록 계속 생각을 하고 나면 뭔가 얻게 될 것이다.

 

또 도정일님은 다음의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고 하신다.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이며 그런 사회는 가능한가?”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이며 그런 삶은 가능한가?”

“인간적 선善이란 무엇이며 그런 선이 있는가?”

 

좋은 사회, 좋은 삶, 인간적 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이런 질문을 스스로 계속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우리를 '주체'로 세운다.

참 머리 아파지지 않을 수 없다.

 

산다는 것은 결국 한 편의 자서전을 쓰는 일이며 스스로 플롯을 만들고 이야기를 꾸미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책임지는 일이다. 이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가?

인생살이가 자서전 펼치기라는 생각을 해보는 순간 우리는 삶이란 것이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개똥 굴리듯 내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것은 나 자신에게 매우 의미있는 내용이었다. 왜 잘 살아야 하는지, 인생은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이런 얄팍한 문답에서 벗어나 나도 이제는 의미를 가지고 내 인생을 책임지면서 살게 되는 것이다. 이 한 문장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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