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나만 기억해주렴. 언어 학습은 여태껏 쌓아온 자아에 새로운 걸 덧붙여 올리는 작업이 아니야. 때로는 쌓아 올린 것을 부숴서 토대를 다지고 넓혀야만 할 테지. 기대보다 더 찬란한 건물을 짓는 과정이니까.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너를 생각하게 만드는 언어가 바뀌는 일인 거야. 생각과 관심사, 어투 그리고 심지어는 걸음걸이까지 바뀌는 너를 발견하게 될 거란다. - P52
배우지 않더라도 얼마나 귀한 깨달음이니? 지금까지 만들어진 자아는 선택과 환경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스스로가 규정한 나‘란 자기 손으로 직접 채우는 족쇄와도 같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 세상의 빛을 본 후로 선택할 여지도 없이 죽음까지 짊어지고 가는 게 삶이라면 그게 주민등록번호지 어떻게 한 사람의 일생이겠니? 정체성이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결정되지만, 그 환경을 직접 선택할 자유 또한 주어져 있다고 믿어. 그래서 나는 너의 노력이 아름답고 자랑스러워. 앞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자유를 시험하고 있으니까. - 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