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의 마지막 춤
파비오 스타시 지음, 임희연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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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가정 경제를 생각해 어렵고 비싸게 해외배송을 받아야 하는 한국어 책보다는 집앞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쉽게 사오거나 대출해 올 수 있는 영어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온라인 북클럽 멤버들과 읽게 된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드라마판을 보다가 눈에 들어온 캐릭터가 있어서 그녀의 실제 삶을 검색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짧게 등장한 인물이었지만, 왠지 마음에 끌리고 누군가가 연상이 되어서 검색해 본 것이었는데, 그녀가 찰리 채플린의 손녀 우나 채플린이란다. 


찰리 채플린....사실 사십대인 나에게도 그의 작품은 그리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저 팝컬쳐에 익숙해진 우리 대부분에게 그의 이미지 정도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성영화 시대의 주역들중 한명이었던 그는 내게는 그저 통큰 바지와 꽉끼는 윗옷. 둥그르슮한 중절모와 풍성하고 짧은 콧수염, 그리고 요즘 남자 아이돌은 다 한다는 아이라이너를 짙게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했던 인물. 


그런 찰리 채플린이 80대 초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을 데리러 온 사신과 내기를 하는 극적인 구상으로 이 글은 시작된다. 36세 나이차의 젊은 부인과의 결혼으로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았던 그는 어린 아들때문에 사신을 따라 나설수 없으니 자신이 사신을 웃기는 조건으로 1년의 삶을 더 부여받는 내기를 한다. 사실, 내가 그리 잘 웃거나 일반적인 개그에 수긍을 못해서인지 모르지만, 작가가 찰리를 빌려 내놓은 우스개에 공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신은 우스웠나보다. 매년 같은 내기를 하면서 6년간의 삶을 찰리에게 주었다니 말이다. 결국 15세가 된 아들에게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삶을 편지로 남기는 것...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나는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는 것도, 누군가의 일대기를 읽는 것도 즐긴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비교도 해보고 앞으로 내가 나갈 길을 비춰주는 누군가의 행동에 자극과 도움을 받기도, 또는 경계를 세우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의 삶, 평탄치만은 않았다. 영국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원에 맡겨지고, 어린 그는 무대에 서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이주해서 산전 수전 겪으면서도 자신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문학에 빠져들고 그 덕분에 영화판에 뛰어들 기회를 갖고....그런 것을 보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많은 노력, 필연과 우연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이 매끄럽지 않다. 혹여 번역탓일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작가의 문체가 원래 그렇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읽다보면 처음에는 입안에서 겉도는 보리가 섞인 밥을 먹는 느낌이다. 하지만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보리알의 느낌에 빠져드는 것처럼 읽다 보니 이 작가의 문체에도 묘하게 빠져들게 된다.  이 책 한권으로 찰리 채플린이라는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다 이해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찰리 채플린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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