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날의 일곱 시간
수잔네 프로이스커 지음, 홍이정 옮김 / 샘터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몇해전부터 남편과 나는 한국에서 몇년간 살아보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가끔 한다.

내가 어렵사리 얘기를 꺼낼 때마다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티비에서 흘러 나온다. 남편은 움츠러든다. 그도 아니면, 참으로 흉흉한 뉴스가 전해진다.

특 히 지난 이삼년동안은 어린이와 힘없는 장애인 대상의 성폭력이 한국땅을 뒤덮은 듯, 하루도 가슴 철렁 내려앉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들려오는 소식마다 한숨 짓게한다. 딸아이가 있는 부모인 나로서는 세상에 내 아이 내어 놓기가 불안하기 그지 없을 지경이다.


저 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4월의 어느 날, 재혼을 코 앞에 두고 일곱 시간동안 겪은 무차별적인 성폭력에 대해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다. 성폭력...여자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일은 절대로 나에게만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누구인든 매일 매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겠는가! 그렇게 나에게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을 거 같은 그 일이 수잔에게는 일어났다. 수잔은 심리학자이고, 교도소에서 폭행범을 치료하고 상담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피해 갈 수도 있었을 그 일이 4월 어느 날 그녀에게 일어났다.


이 미 일어난 일을 없앨 수는 없다. 이 세상 누구도 시간을 거스르는 힘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힘든 여러 일들을 경험한 후에,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그 일이 남긴 상처를 조금이라도 더 아물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저자를 위한 치유 방법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경험한 일을 다시 떠올려 보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그 힘든 일이 속해 있는 자신의 인생의 한 장을 넘기고, 새로운 장을 써가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만 약 같은 일을 내가 겪었다면, 나는 아마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지우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나의 그런 역사를 모르는 곳으로 옮겨 가거나....최대한 기억에서 멀어지려는 노력을 했을 거 같은데,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만인에게 공개함으로서 스스로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작가는 용기 있는 여자가 아닌가 싶다.


저 자가 택한 하루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기 또는 살아내기. 그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사람이 얼마나 용감할 수 있는지 다시금 느끼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내가 오늘 피하고 싶었던 사소한 일이라도 내일은 피하지 말고 맞서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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