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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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책 리뷰

이 글에서는 책의 4 단편 중 <환상의 빛>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 리뷰할 책은 환상의 빛입니다.

책의 저자 미야모토 테루는 20세기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고, "서정성"이라는 키워드라면 언제 어디서든 얼굴을 내미는 그런 소설가입니다. 자신의 유소년 시절을 다룬 <흙탕물 강>으로 데뷔했고, 1947년생이지만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네요.

<환상의 빛>은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 중에서도 이름을 크게 알린 작품인데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995년 데뷔작인 <환상의 빛>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책은 몰라도 영화를 아는 사람이 많지요. 아직 저는 영화는 본 적 없지만, 책을 너무나도 감명 깊게 읽은 만큼 언젠가 영화를 보고 꼭 리뷰를 남기고 싶네요.


당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는 불행이라는 것의 정체가 비쳤습니다. 아아, 이것이 불행이라는 것이구나, 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환상의 빛> 80pg."세키구치" 유미코의 말

아아, 이것이 불행이라는 것이구나. 이 말은 책의 결론입니다. 다짜고짜 결론부터 튀어나오니 놀라실 수도 있겠네요. 생뚱맞지만 저는 <환상의 빛>은 주인공인 유미코가 환상의 정체를 찾는 여로형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주인공인 유미코는 25살에 남편 이쿠오를 만나 아이를 갖게 되고(남편을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때지만 이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행복을 꿈꾸지만 이쿠오는 아이를 출산하고 3개월 뒤 철로에서 전차에 치여 자살해버립니다. 슬픔과 당혹감, 그리고 자살의 이유를 모른다는 두려움과 의문스러움 속에서 3년을 보내고, 28살에 세키구치 다미오라는 남자를 만나 유미코는 재혼을 하게 됩니다. 세키구치 유미코가 된 것이죠.

재혼의 과정을 거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유미코는 일상의 행복감을 느끼지만 전남편 이쿠오의 환상에 빠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남편의 자살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었죠. 그러나 인생 속에서(중요한! 경험!) 유미코는 남편의 환상을 보는 것이 불행이라고 깨닫게 됩니다. 재혼하길 잘했다고 느끼면서...


책을 읽으면서 에어컨을 아주 빵빵하게 틀었었습니다. 그리고 다 읽었을 때 생각했습니다.

"내가 추위에 떠는 것인지, 글을 읽고 소름이 돋는 것인지 모르겠다." 라고요. 이별한 사람과, 남겨진 사람으로서의 인생이라는 주제 속에서 미야모토 테루의 서정적인 문장은 하나하나 마음에 사무칩니다. 그리고 유미코와 함께 자살의 이유를 추측하고 까닭 없는 두려움과 과거의 족쇄에 몰입하던 독자들은 유미코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당신의 환상을 쫓는 것이 진정한 불행이구나." 하고요..

환상의 빛은 당신을 홀리는 무언가가 아니라, 당신 곁에서 누워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그 사람이다.

이 책의 주제는 행복, 불행, 인생. 이런 것들이지만 소재는 "환상"입니다. 환상은 그 자체로 신기루, 일루전입니다. 그리고 진짜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는 환상(illusion)이 아닌 환상적인(fantastic)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별 속에서 남은 것들에게 매달리지 말고, 물을 더 부어서 잔을 깨끗하게 만드세요.

이 것이 책의 결론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교훈있으면서도 서정성에 빠질 수 있으며, 이별에 대해 생각할 때 좋은 책이었습니다. 꼭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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