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는 과정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고용 관계, 그것도 조금 특별한 고용 관계로 묶여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물쩍 그렇고 그런 관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쪽은 좀 어수룩하고 한 쪽은 정말 세상 물정은커녕 저 자신도 잘 모르고.. 행위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갈팡질팡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지고.. 아무래도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사이다 보니 정말 중요한 사건 앞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와 감정에 서로 어쩔 줄 몰라 방황하게 되는 과정이 정말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만큼 사건의 전개 부분은 조금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던 하얀의 감정을 일깨워주고 행동을 이끌어 내 주었던 여현의 존재나 알고 보니 사건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했던 관리자 아저씨의 등장이 좀 더 설득력 있게 그려졌음 더 좋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다 드러낼 수 없었던 이야기의 뒷면이 더 보고 싶었던 거겠죠...
그리고 외전에서 삶이 오락가락했던 정말 거대한 사건을 마주하고 견뎌내고 이겨낸 두 사람이 각자 온전한 개인으로 서로 마주할 수 있을 때 다시 재회하게 된 모습을 보게 된 게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재회가 외전이라 다른 외전으로 둘이 행복하게 잘 지내는 모습이 더 보고 싶어질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