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공화국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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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이라는 사람이 쓴 현대 한국문화사 시리즈.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제목들만 지켜보고 있다가

평소, 여성일수록 더욱 남자들만의 세계를 알고 있어야

한국 사회에서 그나마 사회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드디어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읽게 되었다.

 

전체적인 느낌은.....사실 '애걔, 딸랑 이거?' 이런 느낌이었달까?

한국에서의 사회학 쪽 사람들이 쓰는 글쓰기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워낙에들 시사잡지나 언론에서 쟁쟁하게들 활동한다니까)

내심 궁금했던 찰나였는데.....확실히 인문학자나 괜찮은 작가들에 비해서는 영.....

 

한국의 룸살롱 문화를 해방 이후부터 쭉 꼼꼼이 자료정리를 착실히 한 것은 굉장한 장점이었다.

그 바닥의 전문용어나 각 분기별 공화국의 수장들 및 참모진의 단골 룸살롱도 알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전부다. "룸살롱"을 키워드로 하는 각종 언론 자료들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해둔 책. 룸살롱 자료 정리집.

 

한국의 여자들은 "왜 사창가의 불빛은 정육점 불빛일까? 그냥 붉은 색도 아니고, 정말 보통 여자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붉은 색이잖아? 남자들은 왜 저런 불빛 아래 전시되어 있는 여자들과 자고 싶어할까?" 이렇게 생각한다.(어떤 남성이 알려줬다. 정육점 불빛 아래 있는 여자는 사람인 여자가 아니라 그냥 고깃덩이라고. 잠자리를 위한 고깃덩이. - 내가 들어본 설명 중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런 궁금증을 바탕으로 이 책이 뭔가 남자들만의 비밀을, 여자들과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 뭔가(^^) 알려주지 않을까 해서 읽었는데......

그런 점에서는.....솔직히 실망이다.

 

왜 한국에서는 "살롱"의 원산지인 프랑스와는 판이하게 다른 "룸살롱"이라는 것이 판치는가?에 대한 저자만의 시각도, 제일 마지막 부분에 에필로그 비슷한 정도의 분량으로만 실려있었다. 사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이 부분에 잠깐 비춰진 저자의 시각을 바탕으로 한국 룸살롱의 역사에 대해 기록해주기를 바랬는데. 그래서 이런 식의 글쓰기는 좀 비겁하달까? 그런 여운이 남는다.

하긴, 한국 학자들의 특징이기도 하지. 사실을 사실 그대로 얘기할 뿐, 너는 어떤 입장이냐고 했을 때 살짝 빠지는 거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난 뒤, 여자로서 말이다, 꼭 다른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물론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돈 잘 벌고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의 엘리트 남자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지위가 높아지고 유명해질수록

자신의 맨 밑바닥에 감춰둔, 이중적인 性관념과 異性觀을 노골적으로 표출한다는 점을.

(이 책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그렇다. 하긴 지금도 신문에서 "룸살롱 황제"가 폭로한 접대 리스트로 떠들썩하니, 내 생각이 얼토당토 없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성공한 한국의 엘리트 남자들에게, 여자는 그냥 전리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 땅의 미디어와 부모님들은 "사"자 붙은 남자, 돈 잘버는 남자,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와 결혼하라는 관념을 주입시키는가?

자신들의 딸이, 남자와 정을 나누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냥 껍데기(남편의 신분과 재산에 동승한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유)만 안고 살아가길 바라는 것인지......

 

슬프도다. 결국은 혼자되는 것이 두려워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을 한국 여인네들의 삶이.(오로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여인들에게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 진심이다. 조롱이 아니라.)

슬프도다. 남녀평등이라는 것이 고작 '호스트바'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현실이. 여인들이여, 그냥 자유연애를 하라. 남자들이 하는 천박한 짓거리를 흉내내어 남창을 사지 말고. 그리고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무기로, 오로지 性을 기반으로 남성을 유혹하려 하지 마라. 여성 동지들이여, 그렇게 날고 기어봐야 여자는 대상일 뿐이다. 미모로 잠자리 기술로 남성을 가졌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봐야 당신은 남성의 소유 대상일 뿐이다. 차라리 정열적인 카르멘이 되시오. "내게는 사랑이 넘쳐서 많은 남성과 사랑을 한다고" "나는 관습을 거스르는 정열적인 여자"라고 당당히 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런 자유연애는 못할 망정, 뭐? 텐프로라고? 어이가 없다.

슬프도다. 새롭게 도래한 계급사회에서 한국의 서민들이 기껏 추구하는 "부르주아적 향유"가 또 다른 형태의 룸살롱이라니. Oh my God!!!! 我的天a!!!! 한국의 서민들은 겨우 이런 데서 평등을 찾는가? 진정 그런게 평등이라 생각하는 건가?

 

한국에 룸살롱이 발달하는 이유가, 남성들의 따뜻한 터치에 대한 굶주림(웃기시네. 집에서 깨끗이 살림해 놓고 남편의 따뜻한 포옹을 기다리는 부인네들은? 그들에겐 그런 굶주림이 없는 줄 아는가?), 전쟁을 겪은 민족의 천박한 무리짓기 문화, 밀실문화 등 여러가지가 있던데....

글쎄, 위와 같은 원인 외에도 수천년간 이어져 온 한국인들의 이중적인 性 잣대가 밑바탕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남여 모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직된 性문화를 건강하게 개선하지 못하고

그냥 주어진 틀 속에서 욕구해소만 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소극적인 대처법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삶의 개선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이 현실이 더 우선 순위에 있는 한국인들의 가치관 때문은 아닐까?(룸살롱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지하 경제이자, 성매매 단속법이 시행되자 주변 상인들이 못 먹고 산다고 난리친다는 대목에서 든 생각이다.)

 

한국의 룸살롱이 문제인 것은, 상류층 남성들의 무분별한 매춘 행위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상류층 남성들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매춘 문화를 발달시킨다.(그러니 여성들이여, 너무 능력으로 남자를 평가하지 마라. 거꾸로 능력있는 남자치고 행실이 바른 남자도 드물지 않겠는가? 전체 남자의 70%가 자신이 나름 괜찮게 생겼다고 자부한다는데, 자기 스스로 지가 잘나고 잘생겼다고 생각해 보라. 남자들의 性에 브레이크가 없는 현실에서 얼마나 그러고 다닐지 충분히 짐작되지 않는가?)

하지만 한국 사회의 룸살롱은 보통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술자리 문화로 자리잡혀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러면서 이것이 일부 상류층 엘리트 남성들만의 문제라고, 은근슬쩍 자신들은 발을 빼고 방관자처럼 남들을 비난만 하는 데 있다.(자신들도 성공한 남자의 대열에 들어서면, 결국 그들처럼 되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그런 실증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사회적 법적으로 처리해야 할 경찰과 사법부가 룸살롱의 최대 주요 고객이니.....낭패가 아닐 수 없다.

 

결국......룸살롱의 폐단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 자체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이 현실을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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