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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협찬 #서평단
나의 어린 어둠 - 조승리 작가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연달아 읽고 북토크를 경험하면서 곧 소설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 좋은 기회로 서평기회까지 얻어 책을 더 자세히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두 번 세 번 연달아 읽은 것도 오랜만이다. 서평을 작성해야 한다는 좋은 장점이자 부담감 일 수도 있겠다.
조승리의 실제 삶과 소설 속의 성희의 삶이 평행하다 마주치고 겹쳐져 작가의 가슴 안에 울분이 터져 나온 글이라고 느꼈다. 그렇다고 마냥 슬프다거나 ‘나 이렇게 살았소!’, ‘나 좀 봐줘요!’ 같은 신파도 아니다. 그녀의 문체답게 간결하고 명확하고 씩씩하기까지 하다. 처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것이 아닌 살다 보니 시각장애인이 되었는데 좌절도 잠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며 찾는 당찬 성희 즉, 조승리 작가를 엿볼 수 있다. 오히려 비장애인들이 회복이 더딘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여기서 더 마음 아파하지 않고 일어나는 소설 속 성희를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은 시각장애인이란 직접적 소개로 자신을 알리는 소설가이겠지만 작가의 말대로 <차별에 길들여져 핍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이들, 외면과 무관심 속에서 정신까지 병들어가는 내 주변 이웃들, 분하고 억울한 삶을 인지조차 못 하는 내 장애인 동료>(p.196)들을 위해 평생을 쓴 사람으로 그녀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로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소설을 통해 오로지 어둠이 몰려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오는 두려움, 억울함 반면에 스스로 이겨내는 행동들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게 더 다정하게 굴어야 할 깨달음을 줄 수 있겠다. 또 혼자 느껴야 할 고통이 아니다. 남자친구 집주인이었던 할머니가 “그만 울고 우리 집 넘어가 수박이나 썰어 먹자고. 수분을 다 빼냈으니 그만치 또 채워야 기운이 나지.”(p.32) 하는 다정한 한마디로 마음을 다독이고,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아침에 논둑 깎았다고 유세 떠는 거야. 저이는 고아로 커서 그런가, 자식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어쩜 낟알 하나만큼도 없나 몰라!”(p.66)라는 엄마의 꿍시렁 대는 한마디로 “내가 서울 안과에 예약을 해줄 테니까 빨리 검사를 받아보거라. 꼭 부모님 모시고 가고.”(p.162)라는 안경점 아저씨의 걱정 어린 말들이 모여 이 소설 속에도 아직은 살만하다고 살아낼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인다.
살다가 나는 아니겠지? 나는 끝까지 건강하겠지? 나는 비장애인으로 남겠지? 인간의 오만한 생각이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도 챙길 수 있도록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자기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좋은 책이다. 이런 유의 장애인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소설이나 인문학, 에세이를 자주 읽다 보면 그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똑같이 살아가는 우리 내라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시각장애인이 쓴 소설은 틀림없이 책날개에 두고두고 적힐 이력이다. 먼 훗날 첫 소설 [나의 어린 어둠] 제목 옆에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분투하며 쓰인 소설이라고 소개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