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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담긴 찬장 ㅣ 좋은책어린이문고 7
캐시 케이서 지음, 김난령 옮김, 원유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억울한 무시와 수모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우리 민족의 아픔이 투영된
외국 동화를 만났다.
어쩌면 먼 나라 다른 민족끼리 이리도 아픔이 닮을 수 있는지,,,
꽃잎으로 쓴 편지. 마지막 수업, 안네의 일기,,
이제껏 어른들의 전쟁을 아이의 눈으로 솔직하게 적은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했다.
이제 나만의 이 리스트에 비밀이 담긴 찬장을 추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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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담긴 찬장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극을 당해야만 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1939년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해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이어 유럽전역을 패배했고
그 속에서 독일의 유대인 박해 정책은 약탈과 학살로 이어졌다
사실 유대인의 박해에 관한 역사는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성경 속에서도 억압 받았었고 쉰들러 리스트나 소피의 선택, 홀로코스트의 화면에서도속절없이 죽어 나갔다. .
이 이야기 속에서도 전쟁은 주인공 가비의 유년기를 암울하게 물들였고
민족과 종교가 달랐어도 서로의 차이점을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우정을 다졌던
단짝 친구와도 헤어지게 했으며 농장과 집안의 재산을 몰수해 갔다.
전쟁과 유대인 탄압이 진행되는 속에서 가비는 사랑하던 아버지를 잃었고
마구잡이로 유대인 여자 아이들을 잡아 가는 독일군을 피하고자 어쩔 수 없이 찬장에 숨는다. 가비의 행복했던 시절과 늘 함께 했던 찬장이었지만 딸을 내 놓으라고 위협하는 독일군의 고함과 발자국 소리, 질식할 것만 같은 어두움 속에서 가비는 두려움과 공포를 절감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가비는 신기하게도 찬장 구석에서 돌아가신 아빠의 체취를 맡는다. 아늑한 아빠의 품에 안긴 것 같은 편안함을 느껴서 진정한 덕에 가비는 기적적으로 위급한 상황을 모면한다.
그 뒤 농장 일꾼의 도움으로 다른 곳에서 숨어 지냈던 엄마와 가비는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했던 집은 상관없던 독일인이 살고 있었고 그 집을 떠나면서가비의 엄마는 가비가 숨어서 독일군의 징집을 면했던 찬장을 받아서 나온다.
할머니가 된 가비가 그 동안 찬장과 함께 세월을 채워가면서 어떤 생각과 아픔을 겪었는지는 작품 속에 나오지 않지만 잔잔한 내용 속에 묻어 있는 슬픔이 줄거리에 배어 있다.
작품 전반부에 가비의 아빠는 가비에게 독일의 유대인 탄압에 대한 진실을 알려 준다.
다른 민족을 탄압하는 이유는
자기의 잘못을 고치기 보다는 남을 탓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비난의 이유가 종종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준 높은 어린이 책이다.
비밀이 담긴 찬장이 어린이 독자에게 더욱 좋은 까닭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웃들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돕고 상대방을 걱정해 준다.
심지어 다른 민족이었던 농장 일꾼은 가비와 엄마를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켜주는 용기도 보여준다.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믿음과 사랑, 용기가 아닐까.
가비가 비극의 역사를 이겨낼 수 있었던 힘도 결국은
서로 간의 사랑과 신뢰라는 진실이 막판까지 감동을 안겨준다.
우리 민족 역시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뼈를 깎는 고통과 가슴을 저미는 절절한 아픔을 맛보아야만 했다.
약자여서 당하는 아픔이었기에 더욱 억울했고 슬펐다.
우리의 역사가 속속들이 드러나서인지
책을 덮은 지금도 가비의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