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작 I.1 한국어 칸트전집 23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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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 I.1>

-이 서평은 '철학의 세계'(Naver) 카페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직접 읽고 (?) 작성한 서평임을 알려드립니다.

 

나는 그동안 서평 이벤트에 대해 '믿음에 배신하는 길이요, 나의 게으름과 지적 허영을 만방에 과시할 수 있는 손쉬운 척도라 생각' 하기에 쉽사리 손 뻗지 못했다. 하지만 정가제로 인해서 나날이 오르는 종이책 값과 반비례하는 내 지갑과 빼어난 역본 자체는 금방 절판되고, 그리하면 중고로 3배는 웃돈을 얹어 사야하는 그야말로 웃지못할 웃돈 불상사 때문에 신청하고 말았다.

문제는 '15'이라는 기간이다. 아뿔싸, 내가 또 헛물을 켰구나 ! 보름안에 정독 가능? 후회하기엔 이미 도착해 버린 책이었다. 뜬구름 잡기로 유명한 관념론 대부의 책에 보름 잡고 서평을 쓰라니..? 사실 읽기도 전에 보름이란 기간에 대해서 의구심마저 들었다. (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양반 3대 비판서를 서론만 읽고 던진 자랑스런 이력이 있다. ) 게다가 이 책을 틈틈이 읽을 때 마다 지적 우월감에 헤엄이라도 치려고 하면, 어김없이 다그치며 현실로 당기는 손들이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나보다 성실히 독해한 후 서평을 쓴 독자들이 있을 것이겠지만.

 이 책은 칸트 할부지가 살아생전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원고와 강의록 따위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살아생전 워낙 부지런한 이 영감은 현재 엮어낸 모음집만 해도 책으로 29권이 나온다니 보통 정신으로 할 수준은 아니니까 맨정신이 아니라고 할까? 논문 많이 쓰면 위대한 전문가로 칭송받는 대한민국에 딱 걸맞는 인재상이로다 ! 아무튼 간에, 책에 들어가기 전 이 실상은 선집이라 부를 묶음의 1부를 나눠 먼저 발췌한 것에 대해 백교수가 목적을 밝혀 놓았다. <한국어 칸트전집>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 전문 번역을 하는 것이 과연 여러 방면에서 합당한가에 대한 회의와 거기에 대한 독자들의 고견을 듣고자 함이다. 실제로도 내용상 두서는 물론이고 문장 자체가 산발적으로 파편화 돼있거나 된장찌개보고 고추장찌개 맛 난다고 하다가 끝나버리는 문장들도 있다. 내 부족한 식견으로 만약 칸트가 지금 살아 있다면, 혹시 그래서 SNS를 하게 된다면 칸트의 '카카오톡 상태메세지' 엮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 죄송해요 백교수님 ) 그러면 이 책 읽는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언젠가 내가 칸트의 원서들을 마주해야만 할 때 그의 이런 사생활을 등을 알면 조금 더 분명한 이해의 과정에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그 부분이 그나마 제일 재밌다. ( 그럼 꼭 읽어야할 책은 아닌 거 아냐? ㅡ 원래 반드시 읽어야할 책은 없다는 게 내 독서 지론이다 ! 이 부분도 죄송해요 교수님, 그치만 정말 완독 가까이는 해냈어요. 믿어주세요. )  

 문제는 본문에서 마주하게 될 한자의 양인데, 이 부분은 그가 저술한 부분이 라틴어일 경우 한자로 옮겼다는 안내를 받았음에도 상당히 독해하는데 어려움을 자아 냈다. 가령 "나는 意慾하기에 要請한다. 理由 代身에 내 意志를 세워라."(136P) "최고의 것은 最高 存在者, ㅡ 最高 知性, 最高 善이다."(137P) 한 문장 넘기는데 옥편 찾아봐야 하는 나의 부덕한 한자 실력에 탄식을 자아 낼 수 밖에 없다. 물론 전공자들은 개의치 않을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 네, 저 한자 5급이에요 ) 옥편 어플 깔아서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제대로 이해도 못했다는 멍청함을 길게 쓴거 아니야? 라고 묻는다면, 네 맞습니다.

그렇지만 안 그래도 불황이라는 종이책 시장에, 더불어 불쏘시개 수준의 에세이나 똑같은 내용 반복하는 대중서가 베스트 셀러 먹고 있는 이 세상에 아직도 이런 힘든 길 걷는 연구자들에게 감사하다. ( 요즘은 책도 남들이 유튜브에서 읽어줘야 겨우 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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