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고양이 시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매혹하는가
세라 브라운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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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고양이와 함께 하게 된 것도 9년. 대학생활을 지나 두 번의 직장생활까지 함께 하게 된 내 가족이자 친구 노란 길고양이 출신 뚱돼지 고양이 고길동.


누나 집사가 퇴근하면 사과박스에서 육중한 몸을 찌뿌두둥 꺼내어 서울의 냄새가 붙은 다리를 사정없이 문지른다.

내가 좋고 반가워서라는 건 알겠는데, 하루라도 안하면 안되는 건가?


털이 잔뜩 묻어버린 바지를 벗어 털을 떼며 여전히 잠옷 바지에 털을 묻히고 있는 고길동을 바라보면 좋지만 이해가 영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유튜브에서 알려줘서 얼핏 알지만 고길동의 모든 행동을 설명해주진 않고 집사가 보기엔 고길동은 다른 고양이와 같지만 다른 존재다. 이해를 할 수 없는 생물 고양이. 고길동.


여러 미디어로 고양이를 접하고 함께하지만 정작 고양이에 대한 책은 읽은 적이 없던 나에게 좋은 기회가 생겨 본 서를 읽게 되었다. (사실 표지에 있는 노란 고양이에게 홀리기도 했다!)


본 서에서 고양이는 그들의 언어로 인간에게 끊임없이 그들의 욕구를 표출하고 있다고 한다.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는 줄 알았던 게으른 고양이들도 나름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꼬리 움직이기, 문지르기, 눈의 깜빡임, 수염의 움직임, 목소리로, 등돌림과 핥아주기 등 고양이의 모든 행동이 그 언어체계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양이가 사람과 상호작용을 많이 할 수록 물건이나 주변 무생물에 머리를 많이 문지르는데 이것이 주변 지물에 머리를 문지르며 상호작용 할 사람을 관찰하고(!) 파악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문지르기를 통해 집사의 반응을 관찰하고 야옹-울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고양이님의 큰 계획..! 유튜브에는 그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싶어한다'라는 간단명료한 표현으로 그쳤지만 여러 고양이들을 관찰한 저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에는 고양이의 인간과 상호작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내 노트북과 책상 머리에 콧물과 털을 묻혀가며 비비적거리던 고길동, 나를 관찰하고 상호작용하고 싶었구나?


단편적인 예시였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리 고길동을 바라보니 9년 동안 알아주지 못했던 것들이 참 많았다. 방에 쿡 틀어박혀 있으면 어느새 걸어와서 졸린 눈을 깜빡이고 이불 끝에 앉아있던 고길동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한 번은 미디어 속의 고양이보다 오랜 관찰과 애정으로 담아낸 고양이 시점의 언어를 책을 통해서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넘어가는 책장마다 고양이의 털이 끼어있을 지라도 털을 뿜으면서도 집사와 함께하고자 하는 귀여운 우리 털복숭이 가족의 언어를 진지하게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본 리뷰는 메디치미디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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