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앤솔로지 : 거울 나라 이야기 앨리스 앤솔로지
범유진.이선.정이담 지음 / 고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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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다양한 작품에 인용이 되는 경우도 많았고 새롭게 각색된 작품이 출간된 경우도 있었다. 이 작품 " 앨리스 앤솔로지 "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출간된 후 6년 뒤에 집필되었던 " 거울 나라의 앨리스 "를 한국의 작가들이 재해석한 작품이다. 모든 것이 거꾸로 뒤집힌 신비로운 나라인 거울 나라에도 여전히 친숙한 존재인 앨리스와 그 외의 인물들, 험프티 덤프티, 트위들디 트위들덤, 하트 여왕님이 등장하며 그들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3편의 다채로운 단편들도 이루어진 이 " 앨리스 앤솔로지 - 거울 나라 이야기 "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첫 번째 단편 " 푸딩 재판 " 은 말 그대로 누군가가 재판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앨리스 역을 맡은 주연 배우가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얼떨결에 아동극 주연을 맡게 된 아린. 내일이면 첫 공연인데, 연습을 마치고 의상실에서 김밥을 먹는 와중에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 거울 나라의 앨리스 "에 나오는 거울 나라에 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 푸딩이 아린에게 찾아온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트위들덤은 " 푸딩 살해 죄"를 저질러서 현재 감옥에 갇혀 있고 곧 재판을 받을 예정이라 한다. 모든 것이 거꾸로 뒤집힌 세상인 거울 나라에서는 죄를 짓기도 전에 먼저 재판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유죄로 판명날 경우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 푸딩은 새로운 앨리스인 아린에게 찾아와서 트위들덤의 무죄를 입증해달라고 하며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데...

실로 오랜만에 연극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게 될 아린. 그러나 내일 오후 2시까지 돌아가지 못하면 모든 게 헛수고이다. 그녀는 과연 트위들덤의 무죄를 밝혀내고 푸딩을 살해의 위험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세 번째 단편 "앨리스 아이덴티티"에서 주인공은 몸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팔이 갑자기 거울로 변하기도 하고 귀가 나비로 변하기도 한다. 변화하지 않아서 여전히 남성, 여성 등과 같이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는 인간들은 주인공과 같은 존재를 괴물로 여긴다. 미친 것 같은 서커스 단장이 전 세계의 기이한 여자들을 모두 모아다가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주인공도 그중 한 사람이다.

단장의 일생일대의 목표는 전설 속 유니콘을 찾는 것인데, 아무리 찾아도 유니콘이 발견되지 않자 그는 서커스 무대에서 폴 공연을 펼치는 캐시에게 마치 유니콘처럼 치렁치렁하게 늘어지는 무대복을 입고 공연을 하게 만든다. 캐시는 깃털이 달리고 무거운 그런 복장으로 공연을 하다가는 막대 끝에서 떨어져 죽을 것이라며 우울해하지만 공연은 강행된다. 관객들이 눈이 화려한 깃털을 단 캐시에게 쏠리던 그때, 그녀가 한 말처럼 캐시는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캐시는 무대의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데.... 그녀는 과연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앨리스 앤솔로지 속 모든 단편들이 다채롭고 재미있었다. 첫 번째 단편인 푸딩 재판에서는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이란 설정이 흥미로웠다. 특히 벌을 먼저 받고 재판을 받게 되다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한번 뒤집어 본다는 게 재미있었다. 세 번째 단편인 앨리스 아이덴티티는 역시 작가의 색깔이 많이 드러났다. 여성을 일종의 상품으로 보는 시선과 다양한 성을 인정하는 않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의식이랄까? 평소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신비롭게 다루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 작품도 신비롭고 아련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있었다. 거울 나라 이야기를 재미있게 봤던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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