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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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묘미는 러시아인 교수 프닌의 서툰 영어다.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가 섞여서 나오는데 각 언어별로 말장난이 계속 나온다. 언어를 가지고 노는 나보코프는 정말 언어 천재인 것 같다. <롤리타>를 읽으면서도 어쩜 이렇게 아름답게 문장을 수식할 수 있지 생각 많이 했는데 역시 나보코프는 천재가 맞다.


영어가 서툰 프닌,,, 전부인이 집에 방문할 것 이라는 걸 집주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 “내가 온 이유는,” 그가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의를 위해서, 토요일 여성 접견자가 허용되는가에 대한 문의ㅡ접견은 물론 낮에 이루어집니다. 나의 전처이고, 지금은 리자 빈트 박사입니다. 여러분이 정신 치료계에서 들어본 이름 일 것입니다."

 

나보코프의 책을 한글로 읽는건 이게 처음이었는데, 번역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코프 특유의 긴호흡의 문장들이 정말 끊임없이 이어졌다. 인물이나 장면을 묘사할때 절대로 짧은 한 문장으로 넘어가는 법이 없는 나보코프 ,,, 그건 <롤리타>때도 많이 느꼈었는데 이 책 역시나 ...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문장이 끝난줄 알았는데 아직 안끝났어..!! 너무나 구체적으로 묘사를 해줘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는데 많은 디테일을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책 중간중간 나보코프 특유의 위트가 드러난 문장들이 보여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 “실재란 지속이라네.”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볼로토프.
"아니지요!" 상대방은 목청을 높이곤 했다. “치약의 거품도 치아의 화석 못지않게 실재하는데요!"

- 프닌의 웃음 띤 전언에 따르면 의사들은 그의 엑스레이를 찍을 때마다 “심장 후방 그림자”(그들이 붙인 용어)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노력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나쁜 소설에 좋은 제목이로군요.” 샤토의 논평이었다.

 

소설 초반에는 프닌을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캐릭터로 묘사하는데, 소설을 읽을수록 프닌의 진실성과 순애보(?)에 이 인물에게 정이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에게 정이, 들었다는 건, 성공적인 독서였다는 것...! 내 주변에 프닌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친하게 지냈을까 생각해보기도... 나보코프의 다른 작품들도 탐구하고 싶어지는 독서였다.


나보코프의 책이 처음이라면, <프닌>을 추천하고 싶다. 제일 유명한 <롤리타>는 제법 두께가 있는데, <프닌>은 나보코프의 스타일을 느끼면서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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