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괜찮은 파랑 - 여전히 깊고 푸른 우리들을 위하여
진초록 지음 / 뜻밖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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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하늘은 아이스 블루 혹은 페일 블루. 우리말로는 연한 담청에 가깝고 얼어붙은 겨울 강의 얼음 빛깔을 닮은 색이다. (p.32)

 

색에서 위로를 얻는다. 색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우리는 색을 통해 늘 많은 것을 말하고 전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물어온다면 답하길 놓치지 않게 되는 질문. “무슨 색을 좋아하시나요?” 신간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파랑의 진초록 작가는 더 나아가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의 팔레트에는 어떤 색이 채워져 있나요?”

 

나는 라벤더색을 딱히 좋아해본 적이 없다. 보라색 계열의 어떤 색에도 큰 뜻도 취향도 없다. 그럼에도 아마 그 라벤더색 가운이, 그 가운의 연보랏빛이 딸들에게 그렇게나 편안하고 인기 있었던 건 늘 엄마가 입던 것이어서였을 것이다. (p.55)

 

멍들고 깨지고 상처 입어도 우리는 여전히 푸르고 여전히 아름답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은 모두 색과 함께 온다는 모토로 일상의 색채를 담아낸 저자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 팔레트를 펼쳐 보인다.

 

엄마의 라벤더색 샤워 가운, 한때 발레리나를 꿈꿨던 동생의 핑크색 토슈즈, 파리에서 맛본 샴페인의 복숭아빛, 그리고 흐린 하늘의 담청색까지. 저자는 차마 전체를 나열할 수 없는 삶 곳곳의 색으로 과거를 반추하고 지난 감정을 돌이켜 느낀다. 동시에 세상의 다채로움과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간의 허락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는 색이 있다. 세월이 묻은 사물들이 가진 색이 주로 그렇다. 그런가 하면 저 스스로 시간을 머금는 사물들도 있다. 기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일상적인 사물이 시간과 함께 새로워지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오랜 시간 저를 조용히 묵혀온 서가의 헌책들에서 볼 수 있는 진한 생강색, 진저색을 아낀다. (p.196)

 

팔레트. 이 단어를 들으면 한 가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가수 아이유는 팔레트를 노래하며 자신을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말한 것. 작년 새해엔 나 스스로를 알고자 하는 마음에 첫 곡으로 이 노래를 들었다. 어떻게 자신을 모르나 싶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 아이러니 속에서 방황한다. 다채로운 경험으로 많은 색과 면모를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도무지 자신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팔레트에 채울 수 있는 색의 선택지는 늘어갔으나, 내 팔레트는 어딘가 듬성듬성 비어만 갔다. 굳은 물감을 짜내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경험과 가능성이 아무리 섞어도 탁해져만 갔다. 그제야 조금은 알게 된 사실 하나.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는 것, 그렇게 팔레트 빈칸이 하나 둘 채워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신의 색은 어떠한가. 어떤 색을 좋아하고 팔레트에는 어떤 색들이 가득 차 있는가. 다시금 이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건 결국 정답과 끝이 없기 때문이리라.




*본 게시글은 저자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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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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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픈 순간에도 살아가는 것이다. 점점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가는 것. 겁을 먹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 이 여름을 살아가고 있다. 힘겹더라도 온몸을 다해. (p.101)

 


개인의 흔들림은 타인의 흔들림을 만나 반동을 주고받음으로써 잦아들곤 한다. 걱정, 고통, 고민, 방황. 사실 많은 이들은 여기에서 유발되는 아픔을 쉬이 드러내길 기피한다. 어차피 상대는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어두운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면 다들 불편해하니까, 아픔을 공유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이 또한도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그 흔들림을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홀로 몸부림치던 반동이 조금씩 잦아드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병에 걸리고 나서 정상이 아닌 곳으로 내려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세계가 얼마나 좁고 단편적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외면한다고, ‘나는 그런 거 몰라하고 지나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 삶이 분명히 있다. 내가 생각한 보편성이란 것이, ‘누구나 다 그럴 거야라는 생각이 삶의 얼마나 작은 부분만을 담고 있었는지. (p.103)

 


2004년 출생의 작가 신채윤이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에세이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는 바로 그런 책이다. 이름, 모양, 정도는 제각각이지만 저마다의 아픔이 있는 사람들과 기꺼이 함께 흔들려주는 책 말이다.

 

여느 십 대 소녀와 다를 바 없었던 저자는 20199월에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제도 없고 언제 나을지조차 불분명한, 100만 명 중 2명꼴로 갖는다는 희귀 난치병 타카야수동맥염을 진단받았다. 숱한 고통과 이전과 같지 않다는 좌절, 불쑥 밀려오는 우울 등 괜찮다고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아냈다.

 

으레 병은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앓기 전의 자신과 후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 노란색, 그림 그리기, 글쓰기. 좋아하는 것이 여전히 존재했고 함께 있어주는 따뜻한 이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소중한 자신의 오늘을 희귀병 때문에 홀연히 놓치지 않으려 했다. 병의 진행에 속절없이 좌절하기보다 치료의 진행에 집중하고 힘쓰면서 지금의 순간도 저자 자신이 살아가는 소중한 삶임을 매 장을 넘기며 보여준다.

 


내가 포기하고 잃는 것들이 아닌 것보다 많다고 믿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울고, 속상해하고, 우울해할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p.209)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부제에서도 드러나듯 저자는 아름다운 일상도 있는 자신의 삶을, 웃음을 잃지 않는 스스로를 결코 쉬이 포기하지 않겠다고 굳건히 다짐한다. 하늘은 쾌청하다가도 흐리고, 추적추적 울부짖다가도 따스한 빛을 비추곤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아픔을 하나 둘 지니고 있지만 그 고통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숨이 턱턱 막히다가도 숨이 넘어갈 듯 웃을 날도 많다는 것을, 책은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준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출판의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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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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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고스펙이 그리 낯설지 않게 된 오늘날엔 모두가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게으른 게 죄인 것처럼 눈치를 주는 압박 속에서 어쩌면 모두는 살아가기보다 못내 살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피할 수 없던 강제를 벗어나 학’, 취준의 삶을 지나고 이젠 그 마저 희미해진 채 백수로 남은 이들. 거듭되는 실패와 낙오로 자신의 존재가 흐릿함을 체감한 이들. 끝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게 된 2030 청년 백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66만 명을 훨씬 넘어버렸다. 1에 다가가고자 아등바등 노력했지만 결국 0에 더 가까워지기만 한 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은 그렇게 희미해져만 가고 있다. 이제 세상은 수많은 유령이 살아내고 있는 곳이 되었다.

 


0에서 1로 변모하는 과정은 설레면서 우울하다. 1이 되겠지만 아직은 아니므로 0에 가까운 자신을 체감하게 된다. 첫 출근 날에는 0.0000001쯤 되는 기분이었다. (p.34)

 


2017<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고민실 작가의 첫 장편소설 영의 자리는 이렇듯 ‘0()’에 한없이 가까워지다 유이 되고 만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흐릿한 유령이 되어 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누구만큼이나 치열하게 생을 분투하고 있다. 작품은 0도 얼마든지 무한한 가능성을 내보일 수 있음을, 1을 넘어 더 큰 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세상의 모든 유령에게 위령제를 올려주듯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을 전부 무너뜨린 경험이 나에게도 있었다. 숨 쉬는 법을 모르던 물고기는 숨 쉬는 법을 잊은 물고기가 되었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거대했다. 끝났다거나, 실패했다거나, 돌이킬 수 없다는 말보다는 유령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나았다. (p.146)

 


유령이 또 왔네.”


1장은 20대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무엇이든 되어야 한다는 위기감에 젖은 이름 없는 주인공의 희망적이지 못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딱히 게을렀던 것도 아니었지만 실업을 겪을 거라곤 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을 박탈당하고 일상, 사건, 존재, 모든 게 어렴풋한 삶 속에서 약국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는 주인공은 그렇게 덤덤히 유령이 된다.

 

그러나 영의 사람들도 하염없이 흐릿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작품은 2장을 통해 보여준다. 약국을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보고, 커뮤니티 사람들과 함께 주말 집회에 참석하는 주인공. 유령이기만 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1에 한참 미치지 못했던 작은 존재들도 흐릿한 픽셀 하나가 가득 채운 모니터처럼 함께 모이면 거대한 수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낸다.

 


0은 다른 숫자 뒤에 채워 넣기만 하면 얼마든지 큰 수를 표기할 수 있다. 어쩌면 인도에서는 신의 무한한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0을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p.233)

 


한때 이런 말이 유행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과열된 경쟁 속에서 숫자 1을 향하는 것은 당연한 목표가 되었고, 그렇게 1에 닿지 못한 수많은 0의 사람들은 끝내 유령이 되고야 말았다. 그런데 1이 되지 못했다고 좌절하며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세상은 의외로 1의 사람들에 의해서 보다 수많은 0의 사람들 합으로 열심히 굴러간다. 지금의 어렴풋한 시기도 생의 여정 속 하나의 지점이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0에 가까운 생도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히 거치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혹시, 유령이신가? 그렇다면 이 책으로 위령 받고 다시금 나아갈 힘을 얻게 되길.



*본 게시글은 한겨레출판의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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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줘
알릭스 가랭 지음, 김유진 옮김, 아틀리에 드 에디토 기획 / 어반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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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언제의 추억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가. 엄마와의 거리는 그 누구보다 가깝다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멀어지기도 한다. 서툴렀던 과거를, 사랑하기에 따뜻했던 품과 사랑하기에 아팠던 상처를 어렴풋이 이해할 즘엔 시간은 이미 속절없이 흐르고 난 후일 때가 많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고 딸이었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우리는 수많은 시간과 기회를 놓쳐버리고 나서야 깨닫는다.

 


할머니의 머리는 그녀가 스무 살 때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부모님이 기다리는 그녀의 어린 시절 집은 그녀의 망상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내 유년기의 집은, 바로 여기다. 나 역시도 늙고 병들게 되면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어 할까? (p.28)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작가 알릭스 가랭의 첫 번째 그래픽 노블 나를 잊지 말아줘는 할머니, 엄마, 그리고 손녀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서사를 담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요양원이 싫어 3번이나 탈출했지만 결국 붙잡혀 원치 않는 약물 치료를 받게 된다. 이에 손녀 클레망스는 절망에 빠진 할머니를 구출하고자 납치를 감행한다. 할머니가 어렸을 때 살던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다사다난한 긴 여정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클레망스는 시간이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 않음을 깨닫고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하게 된다.

 


당신에게, 당신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당신을 슬프게 하나? 향수에 젖게 만드나? 단번에 사소한 기억들이 엄습해온다. 수요일은 엄마가 나를 데리러 학교에 오는 날이었다. 그리고 작게 자른 닭 가슴살과 쌀로 요리를 만들어 주곤 했다. 사실 나는 그것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수요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다는 것을. (p.148-149)

 


클레망스와 할머니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세 가지 키워드를 만나게 된다. 첫 번째 키워드는 엄마. 클레망스에게 엄마와의 관계는 두 가지가 있다. 물리적 관계에서의 엄마, 그리고 정신적 관계에서의 엄마. 전자는 친엄마와의 관계다. 그녀와는 어느 순간 멀어져 개인적인 속마음까지 편히 털어놓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후자는 할머니와의 관계다. 어릴 적 따뜻한 추억이 훨씬 많고 불행 가득한 요양원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울 만큼 그녀와의 관계는 애틋하다. 하지만 점점 병이 악화되어 가는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동시에 엄마와의 관계를 다시 반추하고, 그동안은 의사인 엄마의 삶을 알지 못했지만 조금씩 알게 모르게 이해하게 된다.

 

두 번째는 시간이다. 젊음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다는 착각은 쉽게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은 천천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차 없이 흘러가 누구나 늙음을 마주하게 하고, 때로는 공평하게 나누어 주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늙어 알츠하이머라는 병까지 앓게 된 할머니는 자신이 모든 걸 잊는 게, 딸에게 언젠가 잊히는 게 두렵기만 하다.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물망초의 별명 나를 잊지 말아줘를 나지막하게 읊는 순간은 그 마음이 담겨 있기에 울림이 크다. 사람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게 시간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우리는 그 속절없음을 느낄 때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각 인물이 가진 이슈. 할머니는 알츠하이머, 엄마는 홀로 아이를 키운 싱글맘, 클레망스는 동성을 사랑하는 레즈비언이다. 어쩌면 이러한 점들은 서로에게 벽이 될 수 있었음에도, 이는 벽이 아닌 끈이 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방해하지 않는다. 3대가 가진 각자의 서사를 따뜻한 이야기에 녹여내어 진지할 수 있는 이슈를 읽는 이들이 넓고 부드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엄마에게 해야 할 말을 전혀 하지 못했어. 수많은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이야. ‘너무 늦은 때라는 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는 법이다.” (p.175, 할머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고 어쩌면 단 한 마디로 충분했을 지도 모른다. 무엇이 어렵길래 우리는 예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는 너무 늦은 때를 애써 무시한 채 이토록 많은 기회를 흘려보냈을까. 나를 잊지 말아줘는 그런 모두에게 지금껏 못다 한 용기를 심어준다. 흐드러지게 꽃 피는 계절, 따뜻한 이 순간 잊지 못할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길.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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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대백과 - 로고 디자인의 모든 것
마이클 에바미 지음, 김영정.정이정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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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베어 문 사과, 아치형의 알파벳 M, 콜라가 담긴 빨간 캔에 쓰인 하얀 필기체. 서로 다른 문화 속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우리는 이 로고가 써져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 어떤 기업인지 인지할 수 있다. 시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인식 한 곳에 자연스레 자리 잡은 그것. 지금 당장 눈만 돌려도 발견할 수 있는 수십 개의 로고는 하늘 아래 똑같은 것 없이 모두 차별화되어 있다. 기업 저마다의 정체성을 함축해서 담았기에 그 하나하나가 기업의 얼굴인 셈이다.

 


로고는 조직이 스스로를 내세우는 렌즈와 같다. 뛰어난 상품이나 가격에 남을 만한 고객 경험, 훌륭한 공급업체 등의 형태로 렌즈 뒤에 빛을 비출 경우, 렌즈는 빛을 발한다. 만약 이러한 빛이 없다면, 렌즈를 아무리 바꿔도 의미가 없다. (p.12)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로고 디자인 참고서 로고 대백과에는 1,600개가 넘는 로고가 엄선되고 집대성되어 담겼다. 지난 10년간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책은 300개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추가로 포함해 개정 증보판으로 돌아왔다. 디자인 전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카피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 마이클 에바미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에게 유명한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눈여겨볼 만한 브랜드 로고들을 광범위하게 소개한다.

 


손글씨체 로고는 식품 제조업체나 헬스케어, 공예업과 같이 배려와 신뢰가 중요한 산업과 전문가들에게 인기가 있다. 창의적인 신생 기업들은 글자 형태를 겹치거나 붙이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동아시아와 관련 있는 요식업체들은 로고를 세로로 쓰는 걸 좋아한다. 건축가와 사진작가들은 입체적인 워드마크를 좋아한다. 흐릿한 서체가 주는 부드러움과 풍부한 표현력은 예술 단체에 어울린다. (p.25)

 


1장에서는 워드마크, 이니셜, 타이포그래피적 요소로 구성된 다양한 로고타이프와 문자를 선보인다. 식사 대용으로 간단하게 챙겨 먹는 시리얼 하면 대표적으로 한 회사가 떠오를 것이다. ‘켈로그의 워드마크는 식품이 제조된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팔려 나가던 시대에 제품이 진품임을 보증하기 위해 창업자의 서명을 사용하던 고전적 사례다. 이외에도 A부터 Z까지 알파벳 글자 등이 펼치는 다채로운 서체는 로고들 속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 알파벳 사이에서도 특정 글자가 훨씬 선호 받아 인기를 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2장에서는 추상적, 구상주의적으로 디자인된 심벌을 다루고, 3장에서는 최근에 출현해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새로운 측면을 제시한 단 하나의 카테고리 패밀리 및 시퀀스를 다룬다.

 

색을 빼서 로고 자체의 시각적 형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다른 디자인 참고서와는 또 다른 차이점으로 작용한다. 그 틈에서 다종다양하게 살아 숨 쉬는 로고들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주변에 당연하듯 머물러 있던 로고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평소 로고에 관심이 많거나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애플, 나이키, ,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전 세계에 로고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로고에 기업명을 쓰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가 몇몇 있다. 아이덴티티가 언어 경계를 넘거나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말해야 할 때 단어와 이름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마케팅 전문가는 이런 식의 디브랜딩(debranding)’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브랜드를 덜 기업적이고 더욱 진정성있어 보이게 해 준다고 믿는다. (p.247)

 


고유한 정체성이 돋보이도록 드러내는 건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여전히 수많은 로고가 생겨나는 지금, 일부는 위대함을 떨치는 반면 일부는 다른 것과 그저 구별되는 수준에서 머무른다. 또 일부는 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바뀌기도 하며 동시에 사라지기도 한다. 정체성을 대표하는 얼굴인 로고. 우리는 이 수많은 얼굴들을 한 번쯤은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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