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손영기 지음 / 북라인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전통 한의학을 보존하려는 한의사의 열정이 묻어나는 책. 하지만, 일부 한의대생들의 취향에 맞는, 한의대 복사실에서나 읽힐 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양오행을 절대시하지 말고, 하나의 언어로 인식하라는 첫머리의 글을 보고 책을 사 들었지만, 결국, 저자는 나같은 독자로 하여금 음양오행의 가설에서 출발하여 검증의 단계가 없이 논쟁만이 난무하는 전통 한의학에 대한 회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저자는 한의학의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철저히 무시하고, 과거 제자백가 시대와 같은 다양한 논쟁으로 한의학을 발전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약과 침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임상시험에 매진하는 연구자들과, 죽어가는 세포를 살려내는 한약의 실험실적 연구 결과를 하나하나 발표하면서 먼 미래에 한의학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국제적으로 대중화하려는 피땀흘리는 연구자들에게 한없이 씁쓸하고 안스러운 현실을 안겨다 준 셈이다. 저자는 다양성있고 창조적이라 생각하는 자신의 상념들을 배설하는 데 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현 한의대의 교육현실을 사실적으로 꼬집어 그 대안을 낸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자신만의 관을 형성하고자 일독과 다독의 과정을 권고한 점도 한의대생들이 꼭 귀담아 들어야 할 점인 것 같다. 하지만 한의학적인 관을 형성함과 동시에 생리학, 약리학, 병리학, 해부학, 통계학 등의 인접 학문에 매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좋은 한의사가 되기 위해 수백년 전의 전통의서 정독만을 주장하는것은 문제가 있다. 저자는 역학원리강화 백 번 읽는 한의대생과 가이톤 열 번을 제대로 정독하는 한의대생 중에 누가 과연 훗날 한의학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라.

저자의 번뇌와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릴 때는 그만한 근거와 탄탄한 논리가 있었으면 한다. 상투적인 비유로 일관한 논리의 전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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