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로런 플레시먼 지음, 이윤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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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비를 넘어 마침내 발견한 나를 위해 달리는 법!"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문득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과 무시, 혹은 부당한 대우들이 왜 이토록 오래도록 사회 깊숙이 뿌리내려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여성만 할 수 있는 일들(이를테면 출산 등)은 당연한 일이고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강요와 의무로 덧씌우면서 왜 여기에는 어드밴티지가 붙지 않을까? 더불어 왜 여성이 상품화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따지고 보면 이건 대한민국 안에서만 벌어지는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뿌리 깊이 자리 잡으면서 삶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었고,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여성들은 많은 부분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다.


법을 바꾸고, 공식적인 선포를 통해 알려도 실제 시스템에 도입이 되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기에 어쩌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스포츠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 소녀가 여성 장거리 챔피언으로 성장하고 이후 은퇴하기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는 회고록이자 여성 스포츠에 실상에 대해 가감 없이 고발하는 선언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스포츠와 큰 연이 없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여성 스포츠인들만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을 이 책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뛰어난 여성 선수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와 남성 선수와는 달리 여성 선수들이 오랫동안 성적을 낼 수 없었던 이유를 밝힌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오랫동안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해 달리는 법을 찾으면서 관찰하고 실험하고 배우면서 얻었던 모든 것들을 총망라해 이 책에 담음으로써 후대에는 동등한 평등과 권리를 갖기를 희망한다.


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던 정책과 시스템, 그리고 몸이 성장함에 따라 성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객관적 지표로 조목조목 밝히면서 미래 여성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


이를 통해 여성이 스포츠와 더 가까워지기를,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기를, 마지막으로 여성을 성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으로 마주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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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적으로 보면 좋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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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의 달리기 사랑이 실패와 경험을 거치며 챔피언의 자리에 이르게 한 성장담의 과정

■여성 스포츠의 뒤떨어진 시스템과 현주소

■평생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달리는 법을 배우려 노력한 저자의 끝없는 도전과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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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통해 살펴보는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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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로런은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의 육아정책에 따라 어릴 때부터 몸쓰는 일을 즐기며 성장하게 된다. 때문에 아빠의 영향을 유독 많이 받으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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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의 눈, 힘을 가진 자의 눈, 남성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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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사용하는 것은 저자에게 강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고, 때문에 단순히 몸쓰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든 이기기 위해 몸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바뀌어갔다. 특히 남자아이들을 이길 때마다 인생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곤 했다.


그때쯤 학교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교육했으며, 신체적 외모와 아기를 가지는 것 외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고 가르쳤다. 또 이것은 아주 사소한 차이라고 이야기함으로써 그렇게 믿도록 만들었다.


또 이때에는 곳곳에서 '최초의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었고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무수한 기회가 주어지던 시기였는데, '최초'의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저자에게 있어 최초의 여성들은 무척 중요했다.


남녀 구분이 되지 않던 시기에는 항상 달리기로 1등을 차지하던 저자는 어느 날 사춘기에 접어든 로키가 저자의 최고 기록보다 1분을 단축하는 것을 보고 이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춘기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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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여성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몸이 외모 말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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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까지만 해도 사춘기는 내게 큰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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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운동할 때면 몸에서 안정적이고 믿음직스러운 힘을 느꼈다.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호감을 가진 남자아이들의 눈에 띄지 않아도 운동선수로서의 자신감 덕분에 쉽게 떨쳐버릴 수 있었다.

(...)

하지만 로키에게 진 뒤로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소녀의 몸이 변한다는 사실은 나의 우정과 사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제 변화하는 소년의 몸이 내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27~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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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또 한 번 몸의 변화에 대해 자각하는 시점이 발생하는데, 8학년 댄스 파티를 위해 드레스 쇼핑을 하던 중 친구들과 자신을 몸을 비교하면서다.


스포츠에서 내가 강력하다고 느끼게 해준 몸은, 이제 올바른 몸, 여성으로서 자격을 갖춘 몸과 대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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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여성 운동선수들의 삶과 커리어에서 계속 반복되는 현상, 즉 남성 지배적인 시선을 받는 여성의 신체 기능과 외모 사이에서의 충돌, 육체적으로 강한 동시에 성적으로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다.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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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또래의 아이들보다 성장이 더뎠던 저자는 오히려 육상에서는 빛을 발하게 된다. 캐니언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키가 125 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았고, 몸무게가 35 킬로그램에 불과했는데, 그런 작은 체구 덕에 선배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은 물론, 친구들도 얻을 수 있었다.


크로스컨트리에서는 처음에 달리기 그룹 '새내기'에서 시작해 둘째 주에는 주니어 대표팀으로 옮기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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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달리기는 더 넓은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몸은 가벼워졌고 얼굴은 경외감으로 부드러워졌다. 하늘을 나는 건 아니었지만 하늘이 가까이 있는 느낌이었다.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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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자에게 있어 달리니는 그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통로이자 세상 전부였다. 더불어 스포츠는 노력을 보상하는 그 자체였기에 저자에게 있어 달리기는 그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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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을 보상하는 스포츠 문화는 내가 세상에 대해 믿고 싶었던 모든 것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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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바로 자기 결정이 가능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노력은 명확하게 측정되고 보상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43~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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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만 해도 저자에게 있어 스포츠는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는, 세상에 그 어떤 것보다 믿는 것 중 하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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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랑에 빠지고 있는 이 스포츠에서 성공은 전적으로 통제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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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받은 내용을 적용하는 능력이, 내게 투자할 만큼 나를 사랑해 줄 사람들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 계획에 협조해 줄 몸이 필요했다. 몸이 변하면 모든 것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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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자신이 믿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몸이 변하면 자신이 원하는 데로 실현되지 않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보고 듣는 내용들이 많아지면서 몸의 변화가 가져오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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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위에 서 있다가 사라진 소녀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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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랑 가슴이 생겨서 끝났어요."

"신입생 때 정점이었죠."

"사춘기는 여자애들이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이에요."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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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마치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부상으로 취급하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 달리기에 대해 부푼 꿈을 안고 있는 이 소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보통은 몸의 변화에 대해 위협적인 것 혹은 두려워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았을까? 여기에 더해 슬퍼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됨으로써 결국은 몸의 변화를 거부하려는 동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후 저자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건강하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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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보다 부상이 두 배나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자 대학 스포츠에 아무도 메우려 하지 않는 구멍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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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전념할수록, 동료들과 오랜 시간을 공유할수록 늘어가는 동료들의 부상을 그녀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을까?



고등학교 졸업 후 고민 끝에 입학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도 그녀의 행보는 꾸준히 이어진다. 한날에 800미터, 1600미터, 3200미터 모두 우승하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하면서 코치인 들롱과 저자는 시즌에 세웠던 모든 목표를 이루게 된다.


이로 인해 학교, 도시, 지역 단위에서 선수에게 수여될 수 있는 모든 영예를 다 차지하는 것은 물론, 올해의 선수, 올해의 화제 인물로도 선정되게 된다.


이후에도 저자는 여자 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NCAA 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그해 최고의 대학 선수를 일컫는 올 아메리칸에 선정 총 네 번이나 올 아메리칸에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실내 계주에서 NCAA 우승을 차지해 '월 오브 챔피언스'에 첫 명패를 달기도 하고, 5000미터에 출전해 미국 주니어 신기록을 세워 올림픽 선발전에 출전할 자격을 얻기도 한다. 덕분에 입학할 때 받지 못했던 전액 장학금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런 행보 뒤에 저자의 체력은 완전히 바닥나 있었다. 몸 안의 모든 세포가 피로를 느끼고 있었고 오로지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피로 누적으로 몸이 무거워진 저자는 이후 준결승전에서 꼴찌를 하면서 연승으로 이어가던 우승 행보는 끝나게 된다.


이후 이런 패턴은 수없이 반복된다. 부상으로 인해 출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챔피언이 되어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한다. 또 몸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꾸준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저자는 어릴 때 아빠를 관찰함으로써 화를 피했듯, 타인을 관찰하는 것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과 상황들을 파악하려 애쓴다. 또 생리학과 영양학 강의를 들으며 칼로리를 파악하고 식품일지를 통해 습관을 바꾸는 등의 노력도 기울인다.


알려주는 이가 없으니 스스로 이런저런 방법들을 자신의 몸에 대입하면서 실험하면서 방법을 강구하지만, 이내 이 모든 방법들은 결론적으로 자신의 몸을 해치는 것이 되고 만다.


저자와 같은 이런 어려움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는데, 섭식장애를 앓기도 하고,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나중에는 온갖 부상에 시달리는 등 점점 더 악재에 치닫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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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경쟁에 집중했다. 우리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스스로와의 싸움에 쏟았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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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사춘기에 도래하면서 몸에 변화를 느끼게 된 여성 선수들은 오롯이 경쟁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변화하고 있는 자신 스스로와의 싸움에 쏟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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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 자해, 자기 파괴 같은 결과는 전 세계 모든 팀에서 예측 가능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묻기보다 실망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여성을 비난하기만 한다. 이러한 행동은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특수한 스포츠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선택이다. 여성들은 이곳에 접근하기 위해 싸워야 하지만, 이곳을 꾸려나갈 기회는 없다.

1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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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여성의 문제들은 예측 가능하지만 대비하지 않으며, 결과만을 보고 여성 선수를 비난하거나 실망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때문에 여성 선수는 홀로 싸워야 하며 그러한 스포츠 환경에서 적응해 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저자의 선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의 변화가 시작된 이후 스스로 컨트롤 되지 않는 몸 상태로 인해 해볼 수 있는 온갖 방법은 모두 시도해 보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마치 자신의 몸이 실험체인 것 마냥 관찰과 적용을 통해 마침내 문제점을 하나하나 찾아 나간다.


갈망을 무시하면서 그것이 '절제'라고 생각했고, 무월경을 무시하면서 그것이 '적응'이라고 생각했으며, 외로움을 무시하면서 그것이 자립이라고 생각하며 서서히 몸이 망가지는 상태를 경험한다. 또 어떨 때는 외적인 것에 집착하면서 포인트가 엇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스포츠계와 스폰서인 나이키를 경험하면서 어린 여성 선수들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또 문화를 바꾸기 위해 어떤 것들을 적용하면 좋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여성 선수들을 성 상품화하며 불공정 계약으로 밀어붙이는 상황들을 타파하기 위해 나이키 CEO를 만나기도 하고,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하며 여러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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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선수가 여자라는 이유로 그들이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이타적이어야 한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 선수에게는 그런 기대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노력으로 얻어낸 자리였다. 마땅한 것을 누리고 있을 뿐이었다.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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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스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타성에 젖어 있음을 상기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여성 선수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과 부상, 그리고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어느 순간 저자는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게 되고, 남편 제시의 제안으로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직접 대중과 소통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부상을 딛고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된 남편이 매번 기성제품을 먹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직접 수제로 에너지바(피키바)를 만들면서 이것 또한 상품으로 판매하게 된다.


그렇게 저자는 프로선수 경력을 쌓으면서 할 수 있는 완벽한 부업을 이어나가게 되는데, 명성은 물론, 대중이 몰랐던 여자 선수들의 고충과 실패와 성공에 대한 비하인드를 서슴없이 공개함으로써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준다. 덕분에 이 모든 사업은 모두 성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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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롤 모델이 없었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롤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

선수들이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우승할 때가 아니면 말을 하지 않았고, 오래전에 지나간 힘든 시절을 회상하지도 않았다. 해피엔딩이 보장되지 않아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필요했다. 그래서 직접 썼다.

(...)

육상이라는 작은 세계에서 내가 성장하고 승리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다른 프로선수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랐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가장 큰 승자는 나였다. 트랙 밖에서의 삶이 더 확장될 수록 나는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

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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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장대높이뛰기 선수이자 친구인 로 맥게티건과 함께 소녀들을 위한 훈련 일기를 출판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나이키와는 완전한 안녕을 고하게 된다.


운동선수로서 임신은 사형선고와도 같았는데, 와젤의 초기 투자자인 밥과 세라 레스코, 그리고 둥지 대표 샐리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여성 프로 선수 최초로 공개적으로 임신한 상태에서 중요한 후원 계약을 체결하는 선수가 되기도 한다.


이 계약으로 인해 여성이 코치하는 여성 프로팀이 전무하던 시기에 여성 선수를 위한 전담팀을 만드는 또 하나의 '최초' 여성 코치가 되기도 한다.


개인 커뮤니티 영역을 확장한 이후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시상식인 쇼티 어워즈에서 유명한 후보를 제치고 최고의 프로 운동 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점차 그녀의 영향력은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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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포츠와 달리기가 더 선량해지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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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를 한다면 내가 지도하는 선수들을 위해 선량한 스포츠의 코치를 하고 싶었다.

2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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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선수들에게 코치를 하기에 앞서 자신이 겪었던 몸의 변화와 일련의 잘못된 방식들을 교훈 삼아 선수들을 위한 몇 가지 지침을 만들게 되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접근 방식을 건강에 두고 시작한다.

2. 주요 의사 결정을 선수들 스스로가 함으로써 자신의 달리기와 삶을 주도하도록 한다.

3. 이미 실패와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기에 체력적인 측면은 물론 스포츠에 대한 애정부터 다시 쌓도록 한다.



또 스포츠 시스템 자체가 여성의 필수적인 생리적 경험을 평가절하하거나 부정하고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우선순위를 강조함으로써 여성에게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2016년 공식적으로 은퇴 선언을 하면서 그녀는 비로소 코치라는 직함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고, 이후 그녀는 여자들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선수들을 관리하기에 이른다.


그 후 5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여성을 중심에 두고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는 답도 찾게 된다.


그녀가 코치로 있으면서 돌봤던 리틀윙 육상 선수 여섯 명은 2021년 모두 생애 최고의 기록을 세웠고, 모두 올림픽 선발전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 것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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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과 내 안에서 망가진 것들을 고치려는 시도가 나를 코치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사람들과 내가 사랑했던 팀원들에게 상처 입힌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혼란 속에서 안전한 곳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해냈다.

2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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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스포츠에서 여성 신체의 건강을 구체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말하며, 여성 선수의 '성'과 '기복'에 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공식 자격증이 필수라고 말한다.


또 이 모든 것은 여성을 성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으로 마주하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며, 여성과 소녀들이 직면하는 문제를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바꿔야 할 인간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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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제시한 객관적 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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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여학생은 14세가 되면 또래 남학생의 두 배에 달하는 비율로 스포츠를 그만두고 17세가 되면 절반 이상이 완전히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캐나다 청소년의 경우 10대 후반이 되면 스포츠를 하는 남학생 10명 중 1명이 운동을 그만두는 반면 여학생은 3명 중 1명꼴로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에서 이 시기는 여학생의 스포츠 평등을 위한 노력에서 가장 크고 완고한 누수가 발생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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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포츠재단이 25년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학생이 스포츠를 그만두는 여섯 가지 주된 이유는 접근성, 안전 및 교통수단의 차이, '동성애자' 꼬리표와 같은 사회적 낙인, 경험의 질 저하, 비용, 긍정적인 롤 모델의 부재 등이었다. 하지만 경쟁 스포츠를 떠나는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인 사춘기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28~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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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현실이다. 여자아이들은 움직임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변화하는 신체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들은 함께 뛰놀던 또래 남자아이들과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끼지만 여아들의 신체는 성애화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어른들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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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성별에 따른 운동 능력의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는 12세까지 다양한 스포츠와 분야에서 또래 남자와 경쟁하며 연령대별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사춘기 호르몬이 여성과 남성의 신체에 서로 다른 변화를 일으키는 12세가 되면 수행 능력의 경로가 두 갈래로 나뉜다.

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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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이후 생물학적으로 달라지는 신체의 변화에 대해 당연히 다른 방식의 대처가 필요하다. 여태까지는 남성의 신체에 맞춰 기준을 정함으로써 여기에 부합하지 못하는 여성은 탈락하거나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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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의 수행 능력 격차는 해가 갈수록 커지다가 20세 전후가 되면 종목에 따라 남성이 10~50퍼센트 유리한 상태로 안정화된다. 훈련, 영양, 자금, 의료 서비스와 같은 요소를 통제하더라도 이러한 패턴은 일관되게 나타난다.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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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구조의 변화에 따라 벌어지는 능력 차이를 통계를 통해 확인하고, 이것을 남녀 각각에 맞는 형태로 적용하여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기준안을 가지고 다른 한쪽이 따라가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성장이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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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 18~22세는 테스토스테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훈련 능력이 극대화되며 회복력이 강해지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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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성에게 18~22세는 어머니의 몸으로 변화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우리는 생식에 집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몸은 생물학적으로 생식력 극대화에 투자한다.

(...)

이러한 신체 구성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꾸준하고 선형적인 개선이라는 남성적 표준과 양립할 수 없다. 여성의 신체 변화를 고려하면 이상적인 경기 체중 역시 터무니없는 개념이다. 여성 운동선수들은 새로운 체중 대비 근육량에 힘줄, 인대, 근육, 뼈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내가 겪었던 운동 능력 정체나 저하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현상이지만 스포츠 세계는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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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 각 신체가 생물학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맞춰 훈련하고 회복을 도와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기준안을 두고 일정 몸무게를 유지하기를 강요하거나 무기하게 훈련하게 되면 운동 능력 정체나 저하를 경험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부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제는 스포츠계의 전통에 따르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안전과 신체 상황을 고려해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달리는 것이 좋아 시작했던 선수 생활이 직업이 되면서 서서히 이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불안과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사춘기가 도래하기 전에는 가벼운 몸 상태로 날듯이 뛰면서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노력하는 대로 성취할 수 있다고 믿었었지만, 실상 사춘기를 겪으면서 이것이 사실과 다름을 알게 된다.


몸의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력은 실로 컸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경험한다. 수많은 챔피언 자리를 석권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실패와 좌절도 수없이 맛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여타 선수들과는 다르게 거기에서 주저앉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위해 다양한 공부도 하고 이를 직접 적용하고 테스트해보면서 호르몬과 월경, 사춘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객관적인 통계와 지표를 통해 통상적인 기준과 방법으로는 해결책이 없음을 알고 새로운 방법과 변화를 통해 몸의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건강까지 도모하게 된다.


추후 그녀는 블로그와 같은 SNS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같은 경험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을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게 되면서 많은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된다.


그녀의 그 모든 수고와 노력은 자신을 위한 달리기 방법을 찾는 시간이었으며, 또 다른 여성 선수들이 스포츠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함이기도 했다.


원인과 이유도 모른 채 부상으로 스포츠와 유유히 멀어져 간 수많은 여성 선수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녀가 여성 선수를 위해 노력한 수많은 노력들(의상, 캠페인, 돌봄, 정신적 치유, 신체적 다름의 인정, 책 출판 등)이 빛을 발하기를 멀리서나마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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