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지음, 송지혜 북디자이너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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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한 이야기로 돌아온 메리골드 시리즈 2탄!"



전작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준 윤정은 작가의 신작이 나와 찾아 읽게 되었다. 흔히 접하는 세탁소라는 소재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마음 세탁소를 만들어 얼룩지고 구겨졌던 마음까지 깨끗하게 해준다는 환상적인 내용이 인상 깊게 남았는데, 이번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또 새로운 감동과 삶을 이야기해 줄지 너무 궁금했다.


이번에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관'이라는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는데, 앞선 이야기를 통해 어느새 메리골드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된 세탁소와 지은의 후일담도 함께 알 수 있으면 좋을 듯했다.



메리골드 마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해인을 중심으로 총 4가지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앞선 <마음 세탁소>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구분하자면 이 책은 메리골드 시리즈의 2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꼭 1탄을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면 도움은 된다.)


그래서인지 터줏대감 같았던 지은은 어느새 끝없는 환생을 멈추고 사라지게 되고, 해인이 그 자리를 이어받아 세탁소 1층에 사진관을 차려 그녀를 대신해 여전히 사람들의 행복을 빌어주게 된다.


세대교체를 이룬 만큼 분명 변화된 부분도 있었지만, 의식과 의미는 그대로 이어졌으며, 지은이 건네주던 차 맛 또한 해인을 통해 변치 않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은이 있을 때와는 다른 변화도 눈에 띄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세탁소가 사진관이 되고, 행복을 비는 시간이 '밤'에서 '새벽'으로 바뀌었으며, 빨간 꽃잎이 파란 꽃잎으로 바뀌게 된다.


또 이야기의 중심이 지은에서 마을 전체로 확장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각 에피소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더해지며 진한 감동과 여운을 더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마을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사진 한 장으로 인생을 바꿔주는 사진관이 있다면 어떨까? 어쩐지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이다. 보고 싶은 미래나 읽고 싶은 마음, 행복과 불행한 순간을 함께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존재한다면 당장 달려가지 않을까?


여기 그것을 실현해 주는 '마음 사진관'이 있다. 이곳은 기존 마음 세탁소 1층을 개조해 사진관으로 만든 곳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 덕에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곳이다.


이곳은 한때 사람들의 얼룩지고 구겨진 마음을 세탁을 통해 깨끗하게 펴주고 행복을 빌어주던 곳으로 그곳을 지키던 지은이 꽃잎과 함께 빛으로 부서지듯 사라진 후 지금은 해인이 이곳에서 행복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다.


하지만 앞서 지은처럼 해인은 늘 이곳에 상주하며 사람들을 기다리진 않는다. 때론 긴 여행을 떠나 장시간 사진관을 비우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이곳을 지켜준다. 이를 통해 더 끈끈해진 메리골드 마을의 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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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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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한꺼번에 사고로 잃은 해인은 오랫동안 마음을 닫고 살았다. 하지만 지은을 알게 되면서 사랑을 알게 되고, 서서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중 지은이 해인의 행복 카메라로 찍은 사진 한 장 덕분에 마침내 마법의 결계가 풀리게 되면서 지은은 비로소 환생을 멈출 수 있었고, 그러다 꽃잎과 함께 빛으로 부서지듯 사라지게 된다.


사람들의 얼룩진 마음을 깨끗이 세탁해 주고 행복해하던 지은의 마음을 닮고 싶어 사진관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해인은 마침내 꼭꼭 숨겨두고 있던 마법의 힘을 개방한다. 그리고 지은이 운영하던 세탁소 1층에 사진관을 차려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위로와 응원을 해주는 일을 시작한다.


지은에게 전수받은 차 레시피를 사람들에게 대접하며 엄마가 남긴 행복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미래나 읽고 싶은 마음을 사진으로 찍어주는 것으로 공허함을 채운다.


그러다 지은의 추모 파티를 기점으로 1년간의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이 여행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면서 서서히 마음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인은 그렇게 자기만의 정답을 찾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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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은 사람들 마음에 든 멍을 찍을 때 나타나요. 원래 하얀 목화솜처럼 고운 마음이 상처로 이리 맞고 저리 맞아 검푸른 멍이 든대요. 그런데 행복사진을 찍으면 행복한 기억이 마음 아픈 상처의 기억을 덮어 아름다운 푸른색으로 변하면서 멍이 빠진대요.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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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히 만나보는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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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끝내려는 부부와 어린 딸의 이야기

봉수와 영미는 같은 보육원 출신으로 딸 윤과 함께 살고 있다. 불운한 가정사로 인해 보육원에서 자란 이 부부는 보육원을 함께 나와 부부로 살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가난을 면치 못한다.


이 와중에 국가에서 진행하는 무료검진에서 봉수는 길어야 석 달을 살 수 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면서 마지막 결심을 하게 된다.


이에 부부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삶을 끝내기 위해 메리골드로 가족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이들은 처음으로 낯선 호의와 친절을 받게 되면서 마침내 마음을 다잡게 되는데,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메리골드에서의 기적과 행운을 직접 만나보기를 바란다.



■세상이 부러워할 커리어를 갖고도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아온 탓에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

판사 남편에 본인은 자신의 능력으로 스카우트되어 상무 자리에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수현은 누가 머라고 해도 '엄친딸'로 불릴 만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갖은 냉대와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엄마의 미움받이로 자라면서 스스로 감정을 죽이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는 공부에 몰입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일에 몰입하며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찾으려 애를 쓴다.


이런 수현이 결혼 후에 시어머니에게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시어머니 역시 차별과 폭언을 수시로 하며 수현을 힘들게 한다. 결국 집에서 엄마에게 받던 대접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수현은 남편과의 사이도 소원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어느 날 출장을 앞두고 번아웃이 심하게 온 수현은 모든 일을 내려두고 갑자기 친구 이서의 고향인 메리골드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 있는 마음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가치와 행복을 발견하게 되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확 바뀌게 된다.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자랐지만 스스로 자신의 행복과 가치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갔던 수현의 발걸음과 성장담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꿈을 찾지 못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하루살이 취급을 받는 20대 청년의 이야기

스물다섯의 나이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범준은 알바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보낸 지 3년.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그이지만, 편히 쉬며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아빠가 택시 기사를 하며 고생하는 것이 미안했던 그는 그나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벌이 중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메리골드에서 진행하는 '청년 도시 체류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되고 이 프로그램에 합격하게 되면서 메리골드로 가게 된다.


삶 자체에 큰 동기부여가 없었던 범준이기에 친구랑 어울리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던 그는 메리골드 마을에서 이곳저곳에 도움을 주며 약 1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후 여행에서 돌아온 해인을 만나게 되면서 마음 사진관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무가치한 것처럼 느껴졌던 삶에 작은 희망을 보게 된다.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투명 인간처럼 느껴지는 워킹맘의 이야기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우철과 결혼한 상미는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놀이공원에서 매표소에서 일하던 때였다. 우철은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는데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우철은 결혼 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 군인을 하다 추후 새로운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이 첫째 딸 민희와 둘째 딸 민영이 태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상미는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하며 가족에게 헌신적인 날들을 보내게 된다.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크고 작은 것들을 챙겨주는 것은 물론 남편의 선택과 상황을 존중하며 물심양면으로 가족들을 돕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점차 그런 엄마를 투명 취급하는 아이들과 남편으로 인해 상미는 점차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데, 그 시점에 마침 우연히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옛 지인을 통해 메리골드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마음 사진관을 방문하게 되면서 사진을 찍게 되고 이를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저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을 케어하는 것에 올인하며 자신을 희생했던 상미였지만, 마음 사진관을 방문한 후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하는 엄마의 열정 가득한 모습에 마침내 딸들도 그런 엄마를 존중하게 되고, 반성하며 엄마에게 미안함을 표한다.


한편,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입장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함으로써 상미다움이 꽃을 피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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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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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비가 다시 오네. 장마인가. 저리 비가 시원하게 와야 무지개도 뜨고 해도 나제. 비가 오고 폭풍이 불고 바람이 불어야, 또 마른 날이 오제. 시원하게 내리는 비 핑계 삼아 시원하게 울어재낄 수도 있고 말이여. 오늘 밤은, 저 비에 많은 게 씻길 거여. 암, 그럴 겨."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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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을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봉수와 영미 부부의 앞날은 마치 폭풍우가 드리우는 캄캄한 암흑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이 가족에게도 무지개가 뜨고 해가 나는 화창한 날이 다가왔다.


우리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괴롭다고 그저 땅으로 파고들기보다 그냥 그 비를 핑계 삼아 펑펑 울어보자. 그리고 비가 그친 이후의 맑은 날 또 새롭게 힘내서 살아보자.


그게 인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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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는 물음표를 지닌 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집니다. 최선을 다해.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르죠."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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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정의에 대해 다시 곱씹어 보게 된 문장으로, 보통의 기준보다(나이나 경력, 살아온 날들) 훨씬 납득이 가는 어른에 대한 규정처럼 느껴졌다.


요즘같이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이 많은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모두는 정답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더 헤매는 날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아간다면, 후에 진짜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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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웃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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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는 우울할 때 오히려 행복한 사진이나 순간을 떠올리는 게 더 좋지 않다는 말도 있지만, 보통의 상황이라면 사진은 우리에게 참 많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잊고 있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해주고, 그리운 이들을 추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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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봐.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이라 했으니까."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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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특히 더 기억하고 되새기면 좋을 것 같아 핸드폰에 기록해 둔 문장이다. 믿는 만큼 보이고,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믿어보자. 그리고 그 가능성과 믿음에 따라 전진해 보자. 믿는 만큼 이룰 수 있고,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나 역시 그렇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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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의 베스트 컷을 위해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지만, 어쩌면 매 순간이 베스트 컷임을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겠다.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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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탁 치는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매 순간 베스트 컷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순간을 허비했던가. 사실은 그 순간조차 베스트 컷이었는데 말이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을 허투루 넘기지 말자. 이 단어들이야말로 인생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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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가을을 그리지 말고 가을에 겨울을 그리지 말아요. 마지막 부탁입니다. 부디 오늘을 사세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세요. 먼 미래의 거창한 행복을 좇느라 오늘의 사소한 기쁨을 놓치지 말고 오늘을 살아요. 나 자신을 위해서. 삶은 여행입니다. 여행 온 듯 매일을 살길 바라요."

150~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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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의 모티브가 녹아져 있는 문장이자, 이 책의 에피소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장이다. 이들은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행복해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버티며 살아간다.


하지만 또 다른 오늘이 되어도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다. 먼 미래만 그리며 살았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누리는 것들에 조금 더 집중하며 살아보자.


여행 온 듯 매일을 설렘과 즐거움으로 살아보자. 오늘의 모든 순간이 스치듯 흘러가기 전에 붙잡고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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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가는 순간도 내 인생이고, 시간이 가지 않는 순간도 내 인생이잖아. 주말의 나도 내 인생이고, 평일의 나도 내 인생이듯이. 모든 순간의 시간 흐름에 연연치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잊지 않으려고 팔에 타투를 새겼어."

1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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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흐르건, 느리게 흐르건 모두 내 시간이다. 더불어 그 시간 속에 존재하는 내 모든 모습 또한 나 자신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 모습에 연연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고, 진짜 중요한 것들에 더 집중해 보자. 그러면 진짜 행복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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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길은 자신의 선택과 용기로 만들어진다.

(...)

삶이라는 여행에서 어떤 길을 지나오고 나서 한참을 걷다 뒤돌아 보아야만 그것이 길이였음을 알게 될 때도 있다. 아니, 사실 대부분의 길이 그렇지만.

2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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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맞이하고 싶은 운명이 있다면, 스스로 이를 개척해 보자. 나의 선택과 용기에 따라 길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식으로 걷든, 어떤 식으로 시간이 흐르던 삶이라는 여행은 어떻게든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다른 길을 가고 싶다면 용감한 선택과 방향 전환을 통해 나만의 길을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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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한걸. 아무것이 된다든가 평범하다든가 특별하다든가, 그런 기준들도 어차피 사람이 정한 거 아닌가? 내 삶에 대한 기준을 내가 정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아무것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시절이 청춘 아닌가. 방황하고 헤맬 특권을 낭비해도 될 거 같아. "

20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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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데 문득 이효리가 과거에 했던 발언이 생각났다. 아무거나 돼라던 그녀의 말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었는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아무것이 되어도 좋고, 안되어도 상관없다!'


SNS의 발달로 보이는 것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진짜 내 인생을 살지 못하고 불행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디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가기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범준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 주는 아빠와 그리고 그런 그를 다정한 눈으로 지켜보고 응원해 주는 메리골드 사람들을 보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런 다정함과 기다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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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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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푸른 새벽 나부끼는 파란 꽃잎의 환상에 젖었고, 공감 가는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마음 사진관을 운영하는 해인을 비롯해,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해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일가족, 모든 것을 가졌지만 엄마의 사랑만큼은 가지지 못했던 한 여성, 꿈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살이 취급을 당하며 사는 20대 청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투명인간 취급받는 워킹맘의 삶까지!


모두 우리네 이야기라 더 깊게 와닿았다. 왜 이들은, 우리는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걸까 하며 내심 분개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깊은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개운하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던 이유는 메리골드 마을 덕분이다. 어딘가에 존재할까 싶으면서도 꼭 어딘가에 존재했으면 하는 마을 덕분에 푸근함과 든든함을 맛본다.


밥 짓는 냄새와 넉넉한 인심 덕에 배가 부르고, 따뜻한 눈길과 손길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기에 더해 화룡점정은 마음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음에 든 멍은 멀리 날려버리고, 행복한 순간이나 보고 싶은 순간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살다가 만약 나도 모르는 사이 비뚤어진 인생길을 걷고 있다면, 꼭 한번은 메리골드 마을을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나에게 조금 더 충실해 보려 한다.


마음이 허한 날, 세상의 시선에 치여 멍투성이 된 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날 이 책을 꺼내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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