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각성
정원 지음 / 북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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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고 즐겨 하는 나에게 있어 '여행'이라는 말은 곧 스위치와 같아서 이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곤 한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이 내 레이더망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여행하면 보통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때로 책으로 읽거나 구전으로 듣는 이야기 또한 간접 여행을 할 수 있기에 못지않게 즐겁다.

처음에 <여행 각성>이라는 제목을 보고 무엇에 대한 각성을 말하는 것일까 내심 궁금한 마음이 들었는데, 모든 여정을 함께 하고 보니, 동질감과 공감의 마음이 들어 힘찬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누가 뭐라든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사는 게 최고라는 말과 함께, 나 자신과 저자 모두에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총 3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세 장소를 각기 다른 사람과 여행하며 느낀 감정과 여정을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과 색깔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여행지는 오사카로, 인생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겪게 되는 어리숙함과 홀로 사유하며 느낀 감정들을 솔직 담백하게 담고 있어 잔잔함 감성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여행지는 뉴욕&보스턴으로, 형제의 출장길에 동행하게 되면서 따로 또 같이 즐기는 여정을 담고 있다. 처음은 낯선 장소에서 겪는 이질감과 소심함에 주눅 들기도 하지만, 이내 곧 마이페이스를 되찾으며 뉴욕을 한껏 즐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여행지는 삿포로로, 엄마와 함께 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눈꽃 세상에서 마주하는 속 깊은 이야기와 함께이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챙기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했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많이 생각났다. 취준생 시절 발 동동 구르며 고민하던 모습, 첫 해외여행의 설렘과 걱정들, 엄마와 함께 했던 여행의 추억, 지인이나 친구들과 했던 여행에서의 에피소드 등이 하나 둘 떠오르며 잊고 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러면서 내 인생 또한 저자처럼 여행 덕분에 많은 것을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보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꽤 멋진 일임을, 여행하는 사람에 따라 여행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내가 보고 듣고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그렇기에 더 넓은 세상에서 원하는 일을 맘껏 해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걷고,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이 어느새 일상에 세트처럼 당연한 것이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저자가 여행에서 비슷한 행동 패턴으로 하루하루를 채웠다는 일화는 어쩐지 반갑기까지 했다.

여행 에세이이기에, 단순히 책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사진을 보며 도시 곳곳을 탐험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첫째는 삶과 인생에 대해 사색하며 여행하는 관점을 바탕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여유와 낭만, 즐거움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여행이 주는 더 큰 목적은 일상을 벗어나 낯선 나를 마주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저자는 그런 사유의 시간을 가지며 꿈과 미래,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책에 담았는데, 이를 통해 나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듯하다.

두 번째는 동행자에 따라 일정이나 여행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혼자 여행하는 것과 동행자가 있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날수밖에 없는데, 공교롭게도 세 여행지에서 각기 다른 동행자를 두고 있어 확실한 비교를 할 수 있다.(홀로 여행/형제와 따로 또 같이/엄마와 여행)

각기 다른 장단점을 살펴보고, 더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지 또 나의 여행 스타일은 어디에 더 적합한지를 살펴보면 좋겠다.


<문장으로 만나보는 여행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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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를 선택함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간단히 살 수 있는지 배운다. 앞으로도 더욱더 힘차게 짐을 줄이는 여행객이 되고 싶다. 여행도, 지구도 모두 포기할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선택지를 고르며 상호 공존하는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단순해진 몸과 마음은 풍성한 선물을 안긴다. 마음에 드는 물건 대신 200장의 사진이, 취향을 저격한 옷 대신 고책을 가득 채운 빽빽한 글씨가 다가왔다. 가벼움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 오사카 여행은 가장 나다운 여행이었다.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여행객으로 지구를 돌아다니고 싶다.
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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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것저것 싸 들고 여행을 다녔던 저자는, 홀로 떠난 첫 해외여행인 오사카 여행을 통해 비움의 깨달음을 배운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 주는 풍성함과 이를 통해 더 큰 걸 얻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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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텅 비었기에 순수한 욕망으로만 채워졌다. 걷고, 먹고, 사진을 찍고, 썼다. 딱 4가지의 행동으로만 열흘이 반복됐다. 단순하고 원초적인 행동들 사이에서 나는 도망쳤던 것들을 마주했다.
(...)
매일 평균 3만 보를 걷느라 신발이 눈에 띄게 닳던 여행이었다. 돌아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신발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새로 사야만 했다. 새로운 신발로 바꿔 신자, 묘한 해방감이 발끝을 시원하게 맴돌았다. 현실은 꼭 답으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
세상에 몇 번을 물어도 내게 힌트 하나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순간순간마다 맞닥뜨린 관심에 기울이고, 시도하는 게 최선이었다. 한 번이라도 혼자 여행을 떠날 용기가 있었다면, 조금은 일찍 마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얕게 남는다. 하지만 더 늦게 시작했기에 더 꾸준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나아가고 싶다.
90~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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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여행을 하다 보면 반드시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걷다 보면 도망쳤던 일들을 마주하기도 하고, 또 미뤄두었던 일상의 문제들을 다시금 꺼내보면서 어느새 생각 정리를 마치게 된다.

다리는 퉁퉁 붓고, 신발은 밑창이 닳아 너덜거릴지언정, 마음이 한결 개운해짐을 알 수 있다. 생각이 단순해진다. 먹고, 자고, 사진 찍고, 쓰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된다.

누구 하나 알려주지 않던 인생의 힌트를 나도 모르게 찾게 된다. 현재 지금의 나에게 귀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자꾸만 나 홀로 여행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주의사항
자신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이런 시간을 가지고 있는 나 홀로 여행자를 방해하지 마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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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계속되는 버스 이동과 정신없는 일정에 버스 내 분위기는 피곤함에 가라앉아 갔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모든 코스를 성실하게 도는 무리가 있었는데,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사진을 찍고 싶으면 가이드에게 부탁해 사진을 촬영했다.(...)누구보다 생기 있어 보이는 자들의 활력을 우리도 끝까지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태도로 이 여행에 오게 되었을까.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한 번도 투어를 도전해 볼 생각은 안 해봤는데, 어떤 하루를 남길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개인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즐기는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선택과 속도로 정형화된 일정에 개성을 더해 투어를 누렸다.
197~1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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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내 이야기 같기도 해서 공감이 가는 문장이었다. 홀로 여행할 때는 챙기거나 신경 써야 할 타인이 없어서인지 줄곧 모든 에너지를 여행에 쏟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여행하는 낮 시간 동안은 정말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무리한 스케줄도 서슴없이 강행하고는 하는데, 그때의 내 모습이 얼핏 떠올랐다.

이후 밤 시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기절 상태로 숙면하지만, 낮 시간 동안만큼은 원하는 만큼 구경하고 먹고 사진을 찍으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그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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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난 오사카를 시작으로, 여행은 내게 글과 사진의 세상을 이어준 매개체가 되었다.
(...)
혼자 떠난 오사카 여행은 공책, 카메라, 노트북이 나의 대화 상대가 되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 10일간의 여행이었으며 나는 앞으로도 숱한 여행을 떠나겠지만 처음 혼자서 떠난 2023년의 첫 여행은 오래도록 내 곁에 남을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나와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혼자일 때도, 혼자가 아닐 때도 스스로 말을 걸며 껍질이 두 세 겹 벗겨진 솔직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253~2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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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하는 여행의 맛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때때로 주변에도 권유하고는 하는데, 무섭다거나 초라해 보인다는 이유로 꺼려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처럼 나 홀로 여행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또 여행은 나만의 잇템이나 특정한 습관을 새로 가지게 되는 계기도 된다. 저자는 글과 사진을 얻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일상에 치여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온다면 꼭 한번 나 홀로 여행을 떠나보자. 나 홀로 여행은 몰랐던 나, 잃어버린 나, 솔직한 나를 대면할 수 있는 기회이자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고, 돈이 없다고 주저앉아 있지 말고 일단 떠나보면 여행이 주는 새로운 변화와 장소 덕에 삶의 활력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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