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2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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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만나본 사건의 전말과 깔린 복선들을 통해 전반적인 마을의 분위기와 상황 등을 알 수 있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절정과 결말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차례다.


앞서 1권에서 거론한 <중점적으로 봐야 할 내용>의 해답도 찾고, 또 인물관계도에는 표기되어 있지만 1권에는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정치인 리샤르드 테오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잊지 말고 확인해 봐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끝나버린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이 모든 상황들에 대한 수습 과정과 결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약간의 씁쓸함과 더불어 현재보다는 훨씬 더 나아질 미래 공동체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 제목이 말하는 진정한 위너는 무엇이며, 누구일까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세 마을을 이끌어 갈 '미래'에 결국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알리시아'로 대변해서 말하고 있는데, 모든 문제의 근간이자 해결책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간단히 표현해 보자면, '여성', '하키', '어린아이', '하키 신동', '핵심 사건의 중심', '주변인' 등을 키워드로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위너> 안에 자리한 핵심 사건 속으로 들어가 제대로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다. 앞서 1권에서 복선처럼 이야기한 서술과 생각들이 진짜 맞는 이야기인지, 또 이 이야기의 결론은 어떻게 마무리 지어지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자.


어쩌면 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이는 좌절을, 또 어떤 이들은 희망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진실은 달라지지 않으며, 이제 이들은 과거의 잔재 속에서 벗어나 변화와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저 덮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모습과 안녕을 고하고, 이제는 똑바로 현실을 마주 보며 정의롭지 못한 것과 정면 승부할 다짐과 각오를 다진다.


여기에는 여성이, 어머니가, 하키신동 소녀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남성을 뒷받침하는 자리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닌, 생명을 구하고, 전문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며,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줌으로써 또 다른 생산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만의 역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앞서 하키는 이들 마을에서 막강의 권위를 자랑하는 스포츠이자,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며, 마을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전체를 상징하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였다. 이에 반해 여성, 아이, 약한 자들은 그저 권력 집단속의 부속품 내지는 희생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마을들은 변할 것이다. 뒤로 빠져있던 '여성'이 앞으로 나서 조화를 이룰 것이며,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균형을 통해 정의를 구현할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가치있게' 여기게 될 것이다.


우정과 사랑과 공동체와 가족과 또 한 번의 기회와 가장 중요하게는 용서에 얽힌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위너>를 이제 본격적으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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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 다루는 핵심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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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가 베어타운 하키팀에서 저질렀다는 부정부패의 전말
▶베어타운과 헤드의 하키팀 통합에 관한 안건
▶마야의 성폭행 사건이 끼친 영향력
▶루트 죽음의 진실과 동생 마테오의 복수
▶정체성은 찾았지만, 그 외 모든 것을 잃어버린 벤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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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지속되어 오던 베어타운과 헤드의 앙숙 같은 관계는 '카더라'에서 시작된 오해가 쌓이면서 지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여태까지는 간단한 주먹다짐으로 끝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 여기에 피의 복수가 더해지며 생각보다 더 큰 사건의 현장이 되어 버린다.


'쏘고, 덮고, 쉿.'


오랫동안 이어져오던 관행 같던 이 행동이 되풀이되다가 마침내 터져버린 것이다. 늘 그림자같이 눈에 띄지 않던 한 아이의 처절한 복수는 그렇게 이 숲을, 이 마을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너무 가까워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이들은 큰 희생을 치른 뒤에야 비로소 바로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이야기에 담긴 내용들은 폐쇄적인 공동체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과 최상의 이점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서로를 위해 무조건적인 경쟁보다 협력과 공생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교훈도 함께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면서 벌어진 최악의 상황, 그리고 끝내 기회를 잘 활용함으로써 얻은 용서와 화해의 현장이 이 안에 모두 담겨있다.


핵심 사건들을 통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또 이를 우리 삶에 어떻게 대입하면 좋을지 깨달음을 얻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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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극한으로 치달을 때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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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희한하게 불행할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행이 몰려오면서 삶을 극한으로 몰아간다.


베어타운과 헤드 역시 그랬다.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 불행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라모나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를 추모하느라 베어타운의 모든 주민이 아무도 출근하지 않게 되면서 공장에서는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헤드에 사는 전 직원에 연락처를 돌리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관심을 보인 한 여직원이 두둑한 일요 추가 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이에 응하게 되면서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녀가 맡은 기계는 오래됐고 전 시간 근무조가 고장 난 곳이 있다고 보고한 것을 다들 정신이 없어서 그녀에게 미처 알려주지 못한다. 여직원은 본업 후 추가로 하는 땜빵일을 하기에 앞서 피곤하고 속이 메슥거리며 살짝 어지러운 느낌도 든다.


태풍 때문에 수리기사는 여기까지 출동하지 못했고, 경영진은 생산 라인에 지장을 초래할 수 없어 수리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뒤 그 기계를 그냥 가동한다. 원래를 2인 1조라야 하지만 오늘은 인력이 부족하기에 젊은 여직원 혼자 작동을 맡게 된다.


보건안전 담당 공무원은 다른 수많은 것들을 두고 공장 경영진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기계를 돌리면 뭔가가 걸렸을 때 비상 멈춤 버튼이 너무 멀리 있어서 누를 수 없다는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다.


그렇게 수많은 이유들이 뒤섞여 마침내 사고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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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하키단에서 벌어진 부정부패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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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그의 아버지는 꽤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베어타운 하키단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에 매우 근접하게 접근한다. 그러나 촘촘하게 짜인 베어타운의 인맥으로 인해 이 사실이 주동자인 프락에게 알려지면서 마침내 미라, 그리고 페테르에게까지 전해지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던 프락과 페테르였기에 페테르는 의심 없이 프락의 부탁에 제대로 된 확인이나 검증 절차 없이 문서에 서명을 해준다.


위기에 빠지게 되자 프락은 제일 먼저 미라를 찾아와 위기를 알리고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제시한다. 이에 모든 문서를 열람한 미라는 프락이 그동안 자신들을 이용한 것을 알게 되면서 분노하지만, 이내 철창신세가 될 남편을 위해 프락과 협상하게 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직업윤리를 내세워 남편에게 비밀로 하지만, 후에 그녀는 사실대로 숨겨온 모든 것을 그에게 털어놓게 된다. 모든 걸 한방에!


다른 한편으로 프락은 페테르를 이용해 티무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이 역시 각자 원하는 협상 조건을 바탕으로 진행되며, 티무는 프락에게 레브로부터 펠센(라모나 가게)를 지켜달라고 요구한다.


프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인인 리샤르드 테오를 찾아가 언론으로부터 하키팀을 살리기 위한 거래를 하게 된다. 이들은 같은 목표를 위해 손을 잡고 양쪽의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헤드의 아이스링크를 수리하는 방향으로 바꿈으로써 베어타운에 쏠려있는 시선을 분산시키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베어타운 스캔들을 덮으려는 것이다. 프락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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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랑 똑같아요. 걸리지 않으면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2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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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숲에서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들이 서로 엮어 있고 지금까지 프락만큼 그걸 잘 이용한 사람도 없다. 조그만 공동체에서는 누구도 독립적일 수 없다. 심지어 기자들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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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동체의 부패 여부는 다음과 같은 방식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걸리지 않으면 부정행위가 아니고 터지지 않으면 스캔들이 아니다. 그때까지는 그냥 비밀이다. 어느 곳이든 숲은 비밀로 가득하다.
2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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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과 티무의 협상 조건 덕에 편집장은 어느새 모르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고 집과 신문사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 그토록 베어타운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데 진심이었던 편집장의 아빠는 리샤르드 테오의 으름장에 마침내 꼬리를 내리게 된다.


주변에 알아본 바에 따르면 정치인인 테오가 제대로 위험한 인물인 것은 물론 그 작자를 딸의 적으로 만들어놓고 자신이 여길 떠나면 어떻게 될지 눈에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 일로 편집장의 아빠는 그자가 준 기삿거리를 받으라며, 이것이 페테르 안데르손 기사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딸에게 말함으로써 언론인마저도 통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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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을 한 번에 한 명씩만 상대할 수 있더군요." 그래서 그는 양쪽 마을을 서로 싸우게 하는 대신 공동의 적을 선물했다. 정치인이라는 공동의 적을.
3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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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프락은 대중을 움직이는 방법을 통해 쐐기를 박는다. 헤드 하키단의 후원자 섭외로 문제를 해결하고 미라와 한나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횃불행진 덕분에 모든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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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의 성폭행과 죽음에 얽힌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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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의 누나인 루트가 죽음에 이르게 된 사연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마테오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 그를 도와준 이들을 루트가 마주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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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를 구해준 이들은 헤드 출신인 '옹알이'와 그의 친구 '로드리'로, 이 둘은 절친 사이다. 그 둘은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기에 서로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는데, 한쪽은 덩치가 제법 컸고 다른 쪽은 다소 작았다.


동네 친구들은 작은 아이는 '모지리', 큰 아이는 '사이코'라고 불렀다. 선이 없다는 것을 그때부터 다들 알았기 때문이다.


옹알이에게 로드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였는데, 그 이유는 옹알이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쳐 준 것도, 하키에서 골키퍼라는 보직을 제안한 것도 모두 로드리였기 때문이다.


둘은 몇 년 동안 함께 뛰었다. 로드리는 꿈은 컸지만 재능은 별로 없었고 옹알이는 그 반대였다. 이 둘은 하키뿐만 아니라 여름방학의 모든 시간도 함께했다. 그리고 이때 둘이서 뭐 하고 놀지 정하는 사람은 역시 항상 로드리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훈련 도중 로드리가 한 팀원과 싸움을 벌였고 코치가 말리려고 하자 그에게 주먹을 날려 아래턱을 부러뜨리게 되면서 로드리는 하키팀에서 쫓겨나게 되고, 옹알이는 그대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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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이들이 우연히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마테오를 구하게 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보잘것없던 이들이 순간 영웅이 된 것이다.


작은 소년을 집에 데려다주면서 그의 누나인 루트를 마주하게 된 로드리는 한눈에 반하게 되고 이내 계속 집에 찾아오고 문자를 보내면서 관심을 표하게 된다.


이때쯤 루트는 앞서 유일한 친구였던 베아트리체와의 유일한 아지트가 부모님에게 발각되면서 헤어지게 되고 외로움을 느끼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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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와는 아이러니하게도 교회에서 만나 절친이 된다. 그들이 열여섯 살이 됐을 때 한 파티에 참석하게 되면서 루트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며 난생처음 평범해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파티에서 한 남자아이와 입도 맞추고 방 소파에 단둘이 있게 되면서 그는 섹스를 하고 싶어 했지만 세워야 할 것을 세우지 못하면서 불발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다음날 그가 온 학교에 헛소문을 퍼뜨리게 되면서 루트는 '헤드의 걸레'로 소문이 나게 된다.


그래도 베아트리체가 있어 루트는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아지트를 들키게 되면서 베아트리체가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친척과 살게 되고, 부모님께 이 사실이 전해지면서 교회는 물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면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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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와 헤어진 루트는 다시 혼자가 되면서, 혼자가 아닐 때의 느낌을 알기에 전보다 더 끔찍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계속되는 로드리의 구애에 못 본체하던 루트는 어느 날 몰래 집을 빠져나와 로드리와 함께 헤드 바로 외곽의 숲으로 가게 된다.


그와 옹알이가 아지트로 꾸며놓은 아무도 살지 않는 판잣집이 있는 곳이었는데, 옹알이는 거기서 만화책을 읽었고 로드리는 루트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약을 권한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다준 로드리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지만 그녀는 거부하고 움켜진 손목을 뿌리치고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 어지럽고 잠을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로드리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고 이에 베아트리체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남자들은 가끔 그럴 때가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루트로서는 미심쩍었지만 그냥 넘긴다. 앞선 파티에서 만난 남자아이의 헛소문으로 인해 여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루트는 마침 그 상황에 로드리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를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헤드 파티에 그녀를 데려간 로드리는 그녀에게 약을 탄 술을 계속 먹이면서 마침내 둘만 있는 방에서 성폭행을 시도하게 되고 소리를 지르며 거부하지만 이내 기절하게 되면서 블랙아웃이 되고 만다.


얼마 후 다시 깨어난 그녀는 자신이 알몸인 상태인 것을 알게 되고 도망치려 하지만 남동생을 두고 하는 협박에 몸이 얼어버리면서 그대로 성폭행을 수차례 당하게 된다.


그러다 겨우 도망쳐 나온 문 앞 복도에서 옹알이를 마주치게 되는데, 사실 이때 루트는 물론 옹알이 역시 로드리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로드리가 그를 공범으로 몰면서 어쩔 수 없이 문 앞에서 그냥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성폭력을 당한 후에 로드리의 협박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사진을 보내고 혼자만의 상상 속에 갇혀 루트를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루트는 그의 협박에 못 이겨 사진을 돌려받기 위해 그가 준 약을 먹고, 그가 원하는 대로 그와 자고 난 후에는 몇 장의 사진을 지우는 일을 반복하면서 그 시간을 견디고 기억을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그걸 사랑으로 해석한다.


그러다 결국 자책으로 무너진 로드리는 이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그녀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런 그를 뿌리치고 집에 돌아온 루트는 자고 있는 동생을 보며 어느새 자신의 안위보다 동생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음날 경찰서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도움은커녕 오히려 살살 구슬리는 말로 궁지로 내모는 경찰들과 딸의 말을 믿지 않고 약쟁이로 취급하며 비난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루트는 큰 실망감은 물론 실의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루트는 점점 더 작게 몸을 웅크리게 되고, 혼자 있을 때면 자해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렇게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감옥이 된다.


이때에도 로드리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냈는데, 가상 현실 속 러브스토리를 읊어대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몇 달 뒤 케빈이 마야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소문이 퍼지게 되고 이를 듣게 된 루트는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을 전부 읽게 되는데, 모두 마야를 우롱하고 조롱하는 글들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가능한 빨리, 최대한 멀리 사라져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나라로 건너가는데 성공한 루트는 그곳에서 누구보다 평범하게 생활하게 된다.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편안하고 뻔뻔하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2년 반 동안 그녀는 아주 많이 웃었고 전설 속의 배처럼 썩은 널조각을 모두 교체해 새사람이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찾은 파티장에서 약물이 루트를 덮치게 되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그녀가 쓰러지게 되면서 숨이 끊기게 된다.


마테오는 그녀의 누나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약물중독으로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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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의 복수, 그리고 벤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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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던 마테오. 종교에 심취해 있던 부모님과 사랑하던 누나의 죽음으로 인해 어느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던 마테오는 우연히 발견한 누나의 숨겨진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면서 점차 자신만의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는 복수를 위해 무덤을 세 개 준비하게 되는데, 하나는 죄를 저지른 로드리를 위해, 또 하나는 루트를 도와주지 않은 옹알이를 위해, 또 하나는 자신을 위해 무덤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심이 없던 레브의 부하에게 권총을 구매하게 되면서 그렇게 끔찍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움직이게 된다.


토요일 새벽, 하키가 열리던 그날 일찍이 로드리를 찾아간 마테오는 로드리가 차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앞 유리창을 향해 방아쇠를 세 번 당기게 된다. 그렇게 죽은 것을 확인한 그는 빙판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다다른 링크장 라커룸 안 벤치에 앉아있는 옹알이를 발견한 그는 또 한 번 '탕'하고 첫발을 쏘게 된다. 하지만 첫발은 불발되고, 다음 연속으로 '탕, 탕' 발사하게 되면서 마침내 누군가의 가슴에 명중하게 된다.


옹알이는 자기가 죽게 됐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눈을 감고 끝나기만을 기다리지만, 이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눈을 뜨게 되는데, 이때 피투성이가 된 채로 두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첫발이 쏘아지고 이내 벤이는 옹알이를 향해 몸을 내던진다. 그리고 동시에 마테오의 수상쩍은 움직임을 간파한 아나의 아빠가 트럭에서 엽총을 들고 쫓아오면서 마침내 마테오 역시 머리에 총을 맞고 죽게 된다.


이 둘은 바닥 위로 쓰러지기 전에 숨이 끊긴다.


벤이는 다시 돌아온 마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만, 정작 모든 것을 잃는다.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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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지만 달랐던 마야와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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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이야기도 루트의 이야기처럼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부분들로 인해 모든 게 전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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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주었던 엄마, 사랑해 주었던 아빠, 곁을 지켜주었던 동생, 온 세상을 생대해 주었던 단짝 친구, 하키단 회의장에서 마야의 편을 들어주었던 술집 할망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걸 목격하고 용감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어주었던 증인.


그게 다였다. 그뿐이었다.
4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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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은 그녀의 이야기였다. 마야와 루트! 이들은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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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에게는 딱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루트는 죽었고 마야는 살아 있다.
(...)
루트는 도망쳤고 마야는 거처를 옮겼다.
(...)
루트는 잊혔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녀가 겪은 일은 중요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
이 숲에서 우리가 딸들에게 저지르는 가장 끔찍한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루트 같은 여자아이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당연히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이례적인 경우는 마야다. 보복을 눈곱만큼 이라도 감행하거나 정의를 손톱만큼이라도 구현한 사람들이 자신을 '생존자'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들은 루트 같은 여자아이들의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411~4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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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목격한 목격자의 행동 역시 달랐다. 옹알이는 모른척했고, 아맛은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폭로했다. 그리고 이 마을은 더 이상 눈을 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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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때 얘기를 할 때마다 새로운 죄를 짓는다. 아맛의 대처를 일반적인 반응으로 간주하는 죄를 말이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건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옹알이의 반응이 일반적이다. 그가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다.
4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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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트의 일기장>
(432~433페이지 中)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쉬는 시간에 남자아이들이 우리 여자들을 때리고 머리를 잡아당겨서 어른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그들은 그런 식으로 남자아이들에게 우리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가르친다.


나이를 먹어서 그들에게 성폭행을 당해도 그게 칭찬인 줄 모르다니 우리더러 멍청한 걸레라고 한다. 그들이 우리를 때리고 죽여도 그게 다 우리를 좋아해서 그러는 건데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한다.


그날 헤드에서 그 아이와 아무 일이 없었는데도, 그 아이가 나와 잤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으니 나는 이미 걸레였다. 그리고 걸레에게는 성폭행을 당한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부모님마저 나를 믿어주지 않는데 무슨 희망이 있을까?
부모님들은 항상 딸들을 단속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일러주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전부 알고 있다. 성폭행을 당하는 쪽은 우리니까!! 우리 말고 빌어먹을 아들들을 교육시키란 말이다!!


더는 딸들을 단속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미 전부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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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피어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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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의 피를 뒤집어쓴 아맛과 보보, 그리고 그 속에서 우두커니 서있던 알리시아를 목격한 마야는 알리시아를 안고 이 아수라장에서 빠져나간다.


숲속으로 달린다. '아이를 보호해야 해'라는 생각뿐이다.


눈밭 위로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는 두 팔이 느껴진다. 엄마의 팔이다. 미라는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가지 않고 아이들을 뒤쫓아서 달렸다. 그 뒤로 테스가 따라오고 조만간 빨간색과 초록색, 심지어 검은 재킷을 입은 다른 여자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들이 서로 팔을 감싸고 동그랗게 한 겹, 두 겹, 세 겹의 원을 만들어 알리시아를 가운데 두고 벽을 칠 것이다.


사건의 중심에 알리시아에 있었다. 이 마을의 희망, 하키의 꿈인 그녀가 피투성이 속에 있었다. 여성들은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현장에서 벗어나 아이를 감싼다. 한 겹, 두 겹, 세 겹 원을 만들어 그녀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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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을 맞이한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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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하는 총소리 하나로 기민하게 알아차린 아나는 황급히 라커룸을 들여다보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라커룸을 향해 뛰어가 아빠를 옆자리에 태우고 그 자리를 벗어난다.


한편 레브는 부하들의 이야기를 듣고 급히 아이스링크를 찾지만 이미 한발 늦은 뒤다. 바닥에 남은 핏자국과 시신을 보고 금세 상황을 파악한 그는 아나의 트럭을 따라간다.


아나와 레브는 트럭 뒷자리에서 공구를 꺼내고 같이 얼음에 구멍을 뚫어 엽총을 분해해 부품을 호수 여기저기 흩뿌리는 것으로 사건을 은폐한다. 그리고 셋이 술을 나눠 마시는 것으로 알리바이를 만든다.


아나는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이 전혀 없었지만 이제는 평생 남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게 된다. 벤이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던 이때가 시작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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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서는 마테오를 죽이는 데 쓰인 엽총을 끝내 찾지 못한다. 벤이를 죽인 권총의 출처도 밝히지 못한다. 베어타운 이쪽 끝에서 헤드 저쪽 끝까지 가가호호 탐문수사를 벌이지만 어느 누구도 쓸만한 정보를 흘리지 않는다.
5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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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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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앞서 두 마을은 증오가 알아서 척척 절차를 밟고 있었다. 오해가 또 오해를 낳는 상황이었다. 폭력은 대물림 되고 있었고, 어느 누구 하나 이것을 풀어보려 노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 이후 두 마을은 달라졌다.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관점이, 시선이 바뀌었다. 내부의 적을 외부의 공공의 적으로 돌리면서 함께 협력하고 도우면서 사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벤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한다.



■미라
미라는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는다.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구세대들이 절대 잊지 못하도록 성범죄를 좌시하지 않도록 나서고자 한다.


문제가 있는 것은 여자애들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 이에 동업자인 친구도 함께 하기로 한다.


그렇게 미라는 몇 달 뒤에 회사를 일부 직원들에게 넘기고 비싼 차도 판다. 그리고 신생 법률회사를 차리고 집의 부엌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 일종의 대성당이 된 것이다.


■마야
몇 년 뒤 이 나라를 통틀어 가장 큰 무대에서 공연할 만큼 유명해진다. 그곳은 아이스링크로 가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역사적인 그 순간에 마야는 눈물을 흘리며 모든 곡을 소화한다.


그리고 그녀의 공연 속 영상에 나타난 사진을 알아본 한 청년이 무작정 마야의 공연장을 찾아가 벤이를 알고 있으며 그를 사랑했다고 외친다. 이로 인해 그 청년은 마야의 베이시스트가 된다.


■하키팀
보보와 아맛은 A 팀 모든 선수들을 데리고 나가서 모든 장소에서 하키를 하고 또 한다. 그것이 그들이 아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요니
테드의 하키팀 코치로부터 테드가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며 여러 관계자들로부터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는 말에 요니는 조언을 듣기 위해 베어타운에 있는 페테르에게 달려간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요니의 말에, 페테르는 자신의 선수 경험에서 느꼈던 것들을 가감 없이 전하며 도움을 준다.


요니는 페테르의 도움으로 아들에게 가장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을 훈련시킨다. 이후 테드는 헤드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주장이 되고, 그로부터 몇 년 뒤에는 NHL 프로팀의 주장이 된다. 그리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집'에서 리더가 되는 훈련을 받았다고 전한다.


■프락
프락은 모두를 위해 또 다른 희생양으로 라모나를 희생하자는 테오의 요구에, 스스로를 던진다. 그렇게 프락은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몇 개월 징역형을 살게 된다.


그리고 출소하자마자 베어 타운으로 돌아와 건축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애초에 계획했던 비즈니스 파크나 트레이닝 시설이 아니라 소꿉친구를 도와 대성당을 짓는다. 자비로 지붕 공사비를 충당하고 직접 공사에 참여한다.


소박하고 조그만 아이스링크는 그렇게 지어진다. 뭔가의 시작이 된다. (베어타운과 헤드, 그리고 또 다른 마을인 아맛의 고향인 '할로'에 아이스링크가 들어서는 순간이다)


■한나
변호사가 되려고 하는 딸을 응원하며, 엄마 외에 다른 사람을 찾는 딸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더불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미라 안데르손의 명함을 건네며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한다.


■편집장과 아버지
편집장과 그 아버지는 휴가를 떠난다.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후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편집장은 헤드로 돌아가지만 이내 좀 더 넓은 도시의 좀 더 규모 있는 신문사로 자리를 옮긴다. 힘이 생기면서 리샤르드 테오를 덮칠 기회가 생기자 놓치지 않는다.


그 무렵 테오 역시 좀 더 높은 자리에 앉아 있기에 추락의 충격이 더 심하다. 그의 정치 인생을 끝장내고 그를 파멸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은 스캔들을 파헤친다. 그럴 능력이 되니깐 한 것이다.


■아맛
아맛은 결국 NHL에 진출하는데 성공한다.


■옹알이
옹알이는 하키를 계속한다. 그는 마테오의 총구가 실은 누굴 겨냥하고 있었는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구의 마음도 뒤집어놓지 않고 조용히 살며 베어타운 하키단이 그에게 골문을 맡길 때마다 모든 슛을 막으려고 한다.


그는 여러모로 베어타운 하키단의 진정한 전설이 된다. 추후 부상으로 하키를 접어야 할 때 그의 나이는 서른이 조금 넘는다. 그는 용서를 받으려는 사람처럼 매 순간 경기에 임했다.


은퇴식 다음날 그는 먼 길을 달려 마테오라는 무덤이 있는 이름 아래에 꽃다발을 놓는다. 용서를 빌던 그는 하키 가방을 열고 안에 든 엽총을 장전한다. 총을 들고서 숲속으로 들어간다.


■루트와 마테오의 부모님
루트와 마테오가 살았던 집에 옆집에 사는 노부부가 찾아온다. 딸의 장례식을 담당했던 목사도 찾아온다.


루트와 마테오의 부모님은 남은 인생을 자선사업에 바친다. 가난한 마을에서 일하고 그들을 위해 건물을 짓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곳이 보육원이다.


이후 루트와 마테오가 살았던 조그만 집은 몇 년 동안 빈집으로 남는다. 하지만 젊은 부부가 널빤지를 하나씩 교체해 거의 모든 곳을 새롭게 바꾼다. 그들의 쌍둥이가 앞마당에서 논다. 


■벤이 어머니
벤이 어머니의 삶도 고되지만 꿋꿋하게 계속 이어진다.


■알리시아
알리시아는 자기 집도 있고 침대도 있지만 거기서 지낼 때가 거의 없다. 대게 수네의 집 아니면 아드리의 집에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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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삶에 있어 진짜 중요한 가치를 깨닫고 다시 연대하며 살아간다. 주어진 삶을 감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쏘고, 덮고, 쉿'의 방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두꺼운 벽을 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함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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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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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천연덕스러운 질문을 하고 천연덕스러운 답을 듣는다. 거짓말이 그렇게 쉽게 차곡차곡 쌓일 수도 있다.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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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는 지금 사실대로 얘기하는 중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지만 백 퍼센트 사실대로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에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실토하지 않았다. 이것으로는 부족하기에 다시 하키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실토하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고,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한 일이라고 실토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미라도 프락에게 어떤 예기를 들었고 어떤 식으로 운영위원 자리를 제안받았는지 페테르에게 밝혀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번 일에서만큼은 그녀가 그의 아내가 아니라 변호사라고 자기 최면을 건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73~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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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관계에 있어 미라와 페테르는 서로의 감정을 철저히 감춘다. 때문에 오해는 오해를 낳고, 서로의 진심을 받아들일 기회마저 빼앗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속은 곪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터져버린 진심 덕분에 이들은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공유하고, 마침내 이것을 실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은 물론 후대, 나아가 마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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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에서는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로 아주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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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과 마을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어떤 식의 결론에 도달할 것인가는 곧 마을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여태까지는 모르는 척 덮고, 회피하는 방식으로 나의 이웃, 친구, 지인의 일을 무마시켜줬다면 그 일 이후로는 정의로운 방식으로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기로 마음먹는다.


우리의 미래, 아이들을 위해 모두가 두터운 벽을 허물어 뜨리고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한발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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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최악의 편견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며 전해준 이야기로 항상 입증된다.
우리는 이 관계가 오랜 역사에 걸쳐 뿌리내린 관행이라고 할 것이다.
2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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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폭력 속에 자리한 것은 '편견'과 '관행'이었다. 특히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폐쇄적인 집단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최악의 단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뿌리 깊은 관행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진실에 입각한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전해진 '입증'이 진실이라 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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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단은 어린 시절 내내 숲속에서 같이 놀았고 등을 맞대고 잠을 청했던 친구다.
(...)
하키단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경기를 펼친다. 여기 이 베어타운에 와서 경기하는 팀은 빙판 위에서 골키퍼와 다섯 명의 선수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을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횃불이 이렇게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이다. 모두가 동참했기 때문이다.
4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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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에서 하키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이 알 수 있는 문장이다. 세대를 이어 온 친구이자 모든 것! 어쩌면 그래서 더 뿌리 깊은 부패와 관계가 얽혀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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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악을 물리칠 수 없다. 우리가 건설한 세상의 가장 견딜 수 없는 점이 그거다. 악은 근절하지도 어디 가두 지도 못한다. 그걸 없애겠다고 폭력을 쓰면 쓸수록 악은 문 틈새와 열쇠 구멍으로 스며나오며 점점 더 강력해질 뿐이다.


악은 우리 안에서 자라나기에 어떨 때는 심지어 우리 중에 가장 훌륭한 사람들 안에서, 또 어떨 때는 심지어 열네 살짜리의 안에서 자라나기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그것에 대항할 무기가 없다. 그것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선물을 받았을 뿐이다.
4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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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외부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 안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자라난다. 이것은 특정 누구를 가리지 않으며, 절대 사라지지도 물리칠 수도 없다. 이것을 없애겠다고 폭력을 쓸수록 공기나 연기처럼 문 틈새와 구멍으로 스며 나오며 점점 더 강해진다.


이것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사랑'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진정한 위너는 '사랑'을 품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래의 희망을 대변하는 '알리시아'를 품은 마야, 미라, 테스, 그 외에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벤이를 사랑하고 라모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티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검은 양복을 입은 일당들. 그 모든 사람들이 어쩌면 승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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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2>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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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이 오래도록 버텨내려면 나름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새 연대에 '친밀감'이 붙어 얽히고설킨 나무뿌리처럼 하나의 거대한 망이 형성된다.


이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뻗어나가면 좋겠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관계 때문에 한두 번의 부정이나 비리를 눈 감아 주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이것은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된다.


베어타운과 헤드의 관계도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친선을 위해 시작한 하키가 세월을 덧입고 경쟁이 심화되며 어느새 마을의 전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숲으로 이어진 하나의 마을이 점차 나뉘고, 격차가 벌어지면서 각자 마을이 가지는 고유의 친밀감과 남성우월주의가 더해지며 이런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폭풍을 만나고, 사람들을 이어주던 사람이 죽고, 큰 사건을 겪으며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면서 두 마을의 사람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과오와 실수를 깨닫게 된다.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에게 서로를 미워하며 죽고 죽이는 일이 대물림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부터 변하기로 마음먹는다. 성폭력에 희생당하는 여자아이들이 더 이상 없도록,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하고 돕는 일에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나'만 잘 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하며 오래 걸리더라도 바르고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대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결과물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아이들은 각자의 길에서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모든 마을 사람들의 연대로 큰 사건은 최소의 범위로 마무리되고, 죄를 지었던 사람들은 어떤 형태가 되었든 책임을 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며 시작한 작은 변화가 또 다른 미래를 써 내려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명의 죽음이 여전히 눈에 밟힌다. 그들은 바로 벤이와 루트, 마테오로 상황이 조금만 달라졌다면 어쩌면 이들 역시 함께 숨 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루트와 마테오의 부모님이 조금만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줬다면, 마테오가 권총을 구매하지 못했다면, 루트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면, 링크로 가는 길에 마테오가 트럭을 얻어 타지 못했다면 등등.


수많은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어느 누구도 이 기회를 막지 못했다. 그러므로 인해 이들은 결국 눈 깜짝할 사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작은 온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쩌면 마야처럼 인생의 작은 에피소드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데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또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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