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이 된다 - 지치지 않고 꿈을 실현한 청년의사 폴 파머 이야기
트레이시 키더 지음, 서유라 옮김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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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학 관련 여러 뉴스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반, 화가 나는 마음 반으로 아슬아슬 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마음들이 싹 해소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소소하게 이야기하자면,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를 보면서 느꼈던 든든함에 더해 세상에 아직 이런 의사도 있구나라는 안심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소위 '21세기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이 사람을 여태 왜 몰랐었나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그나마 이제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중보건을 위해 온몸을 내던진 폴 파머의 삶을 되짚어보며 '참 한결같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여기에는 보통의 위인전이나 전기문에서 보이는 과장이나 거품, 영웅시하는 내용들을 빼고 그저 있는 그대로 서술한 저자의 역할이 한몫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오히려 이 책이 나온 후에 그의 업적과 삶을 통해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느낀 이들이 도덕적 질투심을 느껴 오히려 "폴 파머처럼 치열하게 살았어야 해."라던가 "이 재수 없는 인간과 비교하니 내가 패배자처럼 보이잖아."와 같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 너무 거대한 산 같아서 감히 엄두가 안 나는 한편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이러한 그의 행보에 호감과 동시에 일종의 불편함을 느껴 한동안 연락을 일부러 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고 하니, 실제 곁에서 지켜본 그의 삶은 얼마나 가슴 뛰는 모습이었을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이후 폴 파머를 따라다니며 지낸 3년 동안 그를 향한 부러움에 면역이 생겼다는 것을 보면, 이후에는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내심 그의 삶을 존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약 5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 곳곳에는 아주 세밀하고 세세한 그에 관한 일화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폴 파머의 젊은 날을 밀착해서 서술함으로써 눈에 그리듯 동행하는 느낌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저자가 폴 파머와 오랫동안 동행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은 물론 그와 가까웠던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하고 사실적인 내용의 팩트를 최대한 살려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와 우연히 만난 첫 만남, 그의 어린 시절, 처음 아이티에 정착하게 된 계기, 좋은 인연들과의 만남 등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살아있는 디테일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폴 파머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단순히 아이티에서 의학을 펼친 한 의사에 대한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가치관과 끊임없이 성취를 이뤄내기 위해 한 다양한 노력들, 꿈을 좇으면서도 놓치지 않았던 자기관리,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 등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몇 가지 질문들을 먼저 살펴보고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을 취하면 더 좋을 것 같아 함께 남겨본다.

 

 


<이 책을 읽기 전 미리 살펴보면 좋을 질문들!>

 

1. 특수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폴 파머, 성인이 된 그는 남들이 감히 할 수 없는 업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질투심을 유발했는데 그가 자라난 환경과 그가 선택한 삶 사이에 관계가 있을까?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자라난 환경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만약 영향을 미쳤다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2. 폴 파머의 뛰어난 업적 뒤에는 그의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능수능란하게 잘 이어간다는 점이다. 그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3. 폴 파머에게 '어른'이란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갖추고 이러한 신념을 실천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을 의미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가?

 

4. 자신이 한 선의의 행동을 '희생'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자의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5. 남들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해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6. 폴 파머는 인류애와 신앙, 의학 등을 아우르는 의학을 현지에서 펼쳤는데,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화적 신념(신앙 등)이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7. 폴 파머가 이룬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의 업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8. 당신이 생각하는 공중보건이란 무엇이며, 공중보건이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공중보건이 꼭 필요한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폴 파머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살펴보면, 그는 '21세기 슈바이처', '세상을 고치는 의사', '국제 보건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생에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인물로, 아이티와 인연을 맺으면서 그곳을 오고 가며 가난한 빈민층을 대상으로 연구와 의학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대단한 모험가로 통하는 아버지를 따라 삶의 터전 없이 여기저기를 떠도는 삶을 살았는데, 덕분에 가난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며 자라게 된다.

 

특히 집도 없이 캠핑촌에서 살며 생활하는 것은 어쩌면 비참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들 형제들은 삶을 불우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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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파머는 어린 시절에 자신이 가난하다거나 불우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 "조금 이상한 가족이긴 했지요."라고 인정은 했지만...

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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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상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긴 해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이 어쩌면 이때부터 서서히 쌓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가난했지만 그는 친구들과 사이가 좋았고 또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성적은 늘 상위였으며 선생님(혹은 교수님)들 또한 그를 좋아했다.

 

그의 남다른 행보는 학업과 그 외 생활에서도 도드라졌는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물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부지런히 보스턴과 아이티를 오고 가며 이중생활을 즐긴다.

 

추후 그는 명망 있는 의사이자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학과 인류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며, 브리검 병원의 전문의이자 선임 의료진으로 인정받는 생활을 하게 된다.

 

'빈민을 위한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의 행보가 아이티 중에서도 최고로 열악하다고 말하는 캉주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며 의료 행위를 펼쳤다는 점 또한 특이하다면 특이점으로 꼽히는데, 그 내막을 살펴보면 그가 왜 캉주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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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보다 더 가난한 개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전체가 이토록 가난하고 병들 수 있다는 사실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1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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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터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해서인지 특별히 한곳에 머무르거나 어느 한곳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는 그가 처음으로 캉주에서 '여기가 내 고향이다'라는 확신이 얻게 되면서 마침내 빈민들을 위한 '장미 라장테'로의 설립까지 이어진다.

 

그의 남다름은 단순한 업적을 넘어 가치관이나 관념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가 전한 말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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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제게 성인이라고 불러줄 때마다, 저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짜 성인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할 테니까요."
(...)
그의 내면에는 내가 감히 헤아리지 못한 대단한 포부가 꿈틀대고 있었다.

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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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4개월은 보스턴에서 보내고 나머지 8개월은 캉주에서 보내는 것만으로도 지극정성이라 말할 수 있지만, 여기에 더해 그의 꿈을 향한 성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캉주에서의 생활은 열악했지만 그는 그냥 그 삶 자체를 즐기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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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이런 일에 다섯 시간이나 쏟아부을 가치가 없다고 말하죠." 그가 어깨너머로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의료 시스템 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데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75~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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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빼먹은 환자를 만나기 위해 무려 다섯 시간을 쏟아부으며 방문 진료를 하면서도 그는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폴 파머를 보며 고난을 대가로 어떤 보상을 받는지 묻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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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겠다고 결심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면, 그걸 희생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제 내면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자의적인 선택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내 의술을 팔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든 이러한 현실에 모순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느껴야만 합니다."

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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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는 돈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그가 운영하는 '장미 라장테'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거의 공짜로 치료를 받는다.

 

폴 파머의 생활은 보스턴과 아이티를 오고 가는 것만큼 빈민 생활과 풍족한 생활 전반을 오고 가며 이중적인 삶을 이어나가는데, 이 모든 것들은 독특한 유년기 덕에 생긴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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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의 어린 시절이 장거리를 여행하며 사는 지금의 삶을 가능케 한 좋은 준비운동이 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독특한 유년기를 보낸 덕에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해방됐다.

95~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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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좋은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것은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고, 장거리를 여행하며 이중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은 한곳에서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되면서 생긴 심리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독특한 이력 중 타인을 위하는 이타심 또한 어쩌면 어린 시절에 경험한 독특한 이력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아버지와 비록 사이가 매끄럽진 않았지만 살면서 보여준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치관이 형성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일화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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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만한 인간을 경멸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포용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존경하게 됐다. 아버지는 지체장애인들을 돌봤고 재활용품으로 저금통을 만들어 자기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캠프촌의 이웃들을 사랑했으며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기꺼이 돈을 나눠줬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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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는 아버지를 닮아 한번 목표를 세우면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이 신념이 그의 평생 업적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것으로 볼 때 단순히 열악하고 가난한 환경을 넘어, 경험한 모든 것들이 성인이 된 후에 가치관과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폴 파머의 이러한 행적은 아이티에서 만난 사람과 환경 등에서도 여러모로 영향을 받는데, 그의 마음속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킨 한 사건을 통해 그는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 사건은 폴 파머가 레오가네에 위치한 생루치아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젊은 미국인 의사를 알게 되고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루어지는데 그 의사가 한 말이 기폭제가 된다.

 

며칠 후에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던 그가 "나는 미국인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거야."라는 말을 남기게 되는데, 그가 말한 '나는 미국인'이라는 말에 대한 뜻과 사람들은 어떤 것을 근거로 자신을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 분류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던 중 한 환자의 보호자가 울분을 터뜨리며 내지르던 말과 합쳐지며 그가 스스로에게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환자의 보호자는 크리올어 문장으로  "뚜 문 세 문(우리도 똑같은 사람이잖아요.)"라는 말로 억울한 상황을 대변했는데, 이 말 덕에 미국인이라는 것만으로 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을까라는 말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가 캉주의 고지대에 위치한 먼지투성이 빈민촌을 둘러보며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고 그가 한 말은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그의 긍정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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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캉주의 상황은 미레발레에 비하면 정말로 열악했어요. 그런데도 그곳 사정을 보니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일단 진료소가 한곳도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홀가분하게 생각됐어요."

1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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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캉주에 머무르며 행한 의료 행위는 여타 의료봉사를 나온 의사들과는 사뭇 달랐는데, 현지인들의 모습과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이 처한 환경과 의식 등을 고려해 맞춤형 의학을 실천하기에 이른다.

 

또 빈민가에 사는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토착신앙을 공부함으로써 현지인들의 신앙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감으로써 의사 대 환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그들의 말 못 할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접근하게 된다. 이로써 의사 겸 인류학자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폴 파머의 출중한 능력 외에도 후방에서 물품과 경제력을 뒷받침해주고 지원해 준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톰 화이트, 오필리아, 김용, 라퐁탕 신부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자주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소통하며 1987년 보스턴에 '파트너스 인 헬스(PIH)'라는 이름의 비영리 기관 설립하고 동시에 아이티에 자매 법인인 '장미 라장테'를 설립함으로써 캉주에 본격적인 공중보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마침내 캉주에서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에서 시작된 꿈이 삶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흉흉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만나보자. 어쩌면 하나도 이루기 힘든 수많은 업적들을 보며 기가 꺾이거나 질투심에 휩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머가 펼친 의료활동을 통해 그가 꿈을 향해 나아간 여정을 쫓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응원과 에너지를 받게 될 것이다.



폴 파머는 여러 관심 분야를 탐색하며 인류학자이자 의료인이라는 꿈을 키웠고 더 나아가 개인의 꿈을 함께 하는 모두의 꿈으로 확장시켰다. 현지인에게 맞는 방식의 의술과 인술을 펼치며 에이즈, 결핵 등 세계를 휩쓴 질병 퇴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

 

권위나 성별, 인종에 굴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스스로 찾아서 행했다. 업적으로 보자면 얼마든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도 여러 국가를 넘나들고, 수십 통의 메일에 답장을 하며 매일을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살았다.

 

최근 세계가 경험한 팬데믹,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을 경험해 봤다. 그리고 응급실이 없어 이동하던 중 사망하는 사건들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공중 보건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파머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바로 그 공중 보건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그저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올곧게 걸어가는 폴 파머의 모습은 그래서 더 존경스럽고 큰 울림을 준다. 아마 이 책에 모두 담지는 못했어도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인 트레이시 키더는 한동안 그의 곁에서 그와 함께 생활하며 파머의 그런 면면을 지켜보았을 것이고 그래서 어쩌면 더 응원하는 마음이 간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된다.

 

선한 영향력을 함께 나누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료애와 그들의 여정 또한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 〈벤딩 디 아크: 세상을 바꾸는 힘〉을 통해 후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무시하고 홀대받던 나라, 그 속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 몸을 낮추고 한 명 한 명을 대해줬던 파머의 태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와 감동을 전했는데, 현실에서도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의사의 모습이라 더 간절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기본적인 의료 행위가 중단되고, 의사가 부족한 우리네 삶 속에서 어쩌면 우리가 가장 바래 마지않는 의사의 표본이 바로 파머의 삶에 녹아있지 않나 싶다.

 

환자를 그저 증상 혹은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고, 친절한 설명은커녕 제대로 된 병명조차 듣기 어려운 우리네 의료 시스템을 고려해 보면, 친근하게 다가와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는 파머의 모습에서 참고해 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도 환자를 위해 살았던 폴 파머, 그의 삶에서 깊은 영감과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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