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기차 속 깊은 그림책 5
제르마노 쥘로.알베르틴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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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에서 소개되는 도서 목록 중 랜덤으로 몇 권을 우선적으로 대여해 보았다. 그중 첫 번째 만난 책이 바로 <토요일의 기차>인데, 첫 느낌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밝은 형광색의 표지에 비해 심플한 선으로 그려진 기차의 이미지, 여기에 대해 생각보다 큰 사이즈가 압도적으로 다가왔는데, 원래 그림책이 이렇게 컸나 싶어 자꾸 더 들여다보게 된다.

 

큰 사이즈의 스펙만큼 다가오는 부피감이나 느낌도 남다른데, 두 손 가득 품지 않으면 페이지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

 

전체적인 구성은 90%의 선으로 이루어진 디테일한 그림과 10%의 한 줄 글자라고 말할 수 있을듯하다. 아이가 타고 가는 기차를 제외한 그 어떤 사물에도 컬러는 입혀져 있지 않다.

 

극도로 긴 화면, 선으로만 그려진 그림, 반복적 구도지만 다양한 배경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페이지에는 철로를 따라 아이의 꿈과 우리의 삶이 담겨 있는듯하다. 그래서 읽다 보면 여행을 하는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초등학생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기차역에서 홀로 기차여행을 떠난다. 엄마의 배웅을 끝으로 할머니 집을 향해 먼 길을 나아간다.

 

짤막한 한 줄의 설명을 통해 짐작건대, 아마도 아이가 아는 세상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세상의 반대쪽 끝에 자리한 할머니의 집이 아닐까 싶다.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한적한 시골로의 여행이자,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여행이다. 더불어 온 세상을 모두 경험해 보고 싶은 아이의 바램이 담긴 여행이기도 하다.

 

내용은 아이의 관점에서 서술되는데, 아이에서 성인으로의 과정을 이미 거쳐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법한 내용으로 씁쓸한 감정 내지 한때 꾸었던 꿈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기차여행을 통해 아이는 언젠가 온 세상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의 소망에 대해 엄마와 할머니는 모든 곳을 여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온 세상을 여행하기엔 아이가 너무 작고, 내 안을 들여다보고 살피는 일만 해도 아주 어렵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전한다.

 

아이는 그런 어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나의 반응에 엄마는 내가 크면 세상일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될 거라며 다독였고, 할머니는 또 내가 크고 나면 삶이 아주 빠르게 흘러갈 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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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해요, "크면 다 알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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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런 반응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세상일을 잘 이해하게 된 것은 물론 아주 빠르게 흘러가는 삶을 이제는 너무 잘 알게 되어 오히려 되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이 살짝 그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엄마와 할머니의 말에 아이는 되려 크고 싶다는 바램을 전한다. 엄마와 할머니의 말처럼 어른이 되면 세상일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될 거라며.

 

어쩐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말에서 기대와 바램이 느껴져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한편 어릴 적 한 번쯤 해봤던 생각이라 '그땐 그랬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더해 아이는 당차게 삶이 빠르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며, 온 세상을 여행하며 어디든 갈 거라는 강한 의지를 전한다. 그리고 후에 엄마와 할머니에게 자신이 직접 증명하여 보여줄 것을 다짐하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때묻지 않은 생각과 반대되는 엄마와 할머니의 모든 것을 다 이룰 수는 없다는 생각 모두에 깊이 공감하고 납득하기에 웃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이일 때 넘나들 수 있는 경계가 없는 선, 그리고 무한 상상력과 믿음은 아이가 하는 기차 여행의 배경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엄마와 할머니의 말처럼 세상 모든 곳을 다 여행하거나 이룰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지레 한계를 그어놓고 살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삶의 여정은 이 책에서 아이가 혼자 기차여행을 하듯 누구나 공평하게 오롯이 혼자 겪어나가야 한다. 그 길 끝에 어떤 풍경을 마주할지는 아마 그 긴 여정 속에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복잡한 도시에서 세상의 끝에 자리한 한적한 시골마을로 향할지, 아니면 판타지 속에 자리한 꿈꾸는 세상 속이 될지 중간 점검 시간을 통해 한 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아직까지 기차 위에 올라 인생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기회는 충분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 미리 포기하거나 불가능이라 단정 짓지 않고 한 번이라도 더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한다면 말이다. 찰나의 순간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인생의 여정 속에서 다시 한번 도전을 불태우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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