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다녀왔습니다
신경숙 지음 / 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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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그녀만이 주는 포근함과 따뜻함이 있다. 매 작품마다 전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어쩐지 자꾸만 궁금증을 자아내 찾아 읽게 만든다. 그런데 한동안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느라 미처 그녀의 책을 둘러보지 못했는데, 어떤 책을 읽다가 우연히 그녀의 책 제목이 눈에 띄어 To do list에 담아두고 마침내 찾아읽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그녀의 에세이 책 <요가 다녀왔습니다>였다. 앞서 읽었던 그녀의 작품들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게 다가와 살짝 낯선 느낌도 들었는데, 막상 읽다 보니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느껴져 조금 더 저자와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 한편, 내 몸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신경숙 작가가 소설 쓰기 외에 가장 오래 해온 일인 요가에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요가를 하면서 저자가 본 것, 느낀 것, 만난 사람, 요가를 하는 동안 자신의 마음에 들락거렸던 생각들에 대한 글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여기에 쓰인 글은 요가를 하면서 지내온 순간들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작품 외에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일상 및 생각들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작품을 쓸 때의 루틴과 일상생활습관, 창작욕구를 얻는 아이디어 등도 확인해 볼 수 있어 어쩐지 조금 친숙해진 느낌도 들었다. 이와 더불어 요가를 통해 한층 내 몸과 친해진 저자와 이를 통해 활짝 열린 마음에 관한 이야기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소설 쓰기 외에 가장 오래 해온 일인 요가는 글쓰기를 위해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뜻밖에 사람과 사물에 대해 친절하고 다정한 태도를 지닐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더불어 오랫동안 쓰기만 하고 돌보지 못했던 몸을 응시하는 시간도 물어다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요가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고 하니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그녀가 소설 <리진>이 미국에서 출판되어 뉴욕을 방문했을 때의 일정 중 하나인 요가원에서 낭독회를 하게 되면서 누군가 요가에 대한 글을 쓰지 않는 이유를 묻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마침내 자신이 요가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도 요가를 하면서 이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고 마침내 요가에 관련된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이 책이 출간되기에 이른다.

 

요가는 마흔이 되던 해 그동안의 체력이 다 소진되어 그로기 상태에 접어들었던 때 건강을 위해 동네 가까에 있는 요가원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생활습관도 바로잡고, 내 몸도 돌아볼 겸 겸사겸사 생활의 루틴 속에 집어넣고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느새 이것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요가를 시작한 후에 첫 연재는 <리진>이었는데, 이 시간 배분이 연재하기에 참 좋았다고 한다. 저녁에 일찍 잠들고 새벽 세시에 깨어나 글을 쓰고, 여덟시 반에서 아홉시 사이에 남편이 간단히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살펴주고 빈속으로 요가하러 가는 것, 이것이 그녀의 하루 일과이자 루틴이었다.

 

사실 요가원에 다니겠다고 했을 때 남편은 처음에는 미심쩍어 했으나 나중에는 매우 반겼는데, 이는 요가를 시작하고 난 뒤에 저자가 상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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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가 단순히 몸을 살피는 일만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로 연결되는 증거라고 여긴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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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육체의 불균형들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은 요가를 하는 동안 오로지 내 몸에 집중할 수 있어서였다. 나는 그 집중이 좋았다. 그 집중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방치해두었던 내 몸의 처지를 파악할 수가 있었으니까.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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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안정과 편안함을 챙기게 되면서 어느새 요가는 해외 일정에서도 늘 함께 하는 루틴이 되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요가를 하게 되면서 단연 함께 하는 주변 사람들에 관한 에피소드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요가 선생님에 얽힌 이야기, 함께 요가를 배우던 이웃님들에 관한 이야기, 가까운 지인들과 요가를 했던 이야기 등 수없이 많은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요가를 하면서 자세가 잘 잡히지 않아 속상했던 이야기, 유독 요가원에서 집중이 잘 되는 이야기 등 그녀 스스로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요가 이야기 속에는 그녀의 작품 집필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는데, 집필에 들어갈 때의 습관들을 보며 나름대로의 집중 방식을 찾아 실천하는 것을 보고 실천하기 위한 굳은 의지와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 전 시간을 온통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던 때 그녀는 작품 집필에 들어가기 전 맨 먼저 냉장고를 가득 채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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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이상은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기본적인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구워 먹을 수 있는 생선은 얼려놓고, 채소는 빨리 시들지 않는 것 위주로 쟁여놓고, 과일과 요거트 등의 식품을 냉장고에 채워놓은 다음에는 전화선을 뽑았다. 환기시킬 때만 빼면 모든 창의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다.

3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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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품을 마칠 무렵이면 냉장고는 텅 비어 있고, 청소를 하지 않아 집안은 먼지투성이에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시디들 책들 벗어놓은 셔츠나 양말들이 굴러다녔는데, 그것이 그녀의 삼십 대였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 후에는 오로지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시간 배분이 필요하게 되었고, 글을 쓰는 동안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나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상 시간을 새벽 세시로 정하고 아침 아홉시까지는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책을 읽다 보면 꽤 오랫동안 요가를 해왔음에도 요가에 관한 책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한 내용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요가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편안함을 얻었지만, 반대로 그랬기에 너무 빠져들까 무서워 거리를 두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은근히 요가로의 완전한 몰입을 무의식이 막게 되면서 그것에 대한 글을 쓰는 일도 되지 않았고, 결국 안 쓴 게 아니라 못 썼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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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이야기든 그걸 글로 쓰려고 마주했을 때에야 비로소 그것과 나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실감하는 사람이며, 문장으로 완성하고 난 후에야 그 시간을 내가 살아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글로 쓰려면 그 세계로의 깊은 몰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동안 요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쓰지 않았던 것은 요가로의 몰입을 스스로 피하고 있었던 게 이유였다. 깊이 몰입한 후 발생할 일들을 내가 두려워하면서 요가를 해온 것이다.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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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녀 작품 중 <새야 새야>라는 작품에 대한 작가 자신의 생각을 담은 내용도 흥미로웠는데, 저자는 그 작품을 이렇게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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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야 새야>는 그때가 아니었으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읽을 때마다 지금은 이렇게 쓸 수 없을 거야, 생각한다. 그 작품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읽을 때마다 이제는 내 것이 아닌 상실한 것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찾아 읽는다. 내가 잊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때여서 가능했다. 그 나이여서, 그 감정이어서, 그 상황이어서. 또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글을 쓰는 순간은 단 한 번뿐이다.

125~1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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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규칙이나 룰 없이 혼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일상을 무너뜨리는 일이 되기도 한다.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때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생활을 하는 작가나 아티스트들의 일상은 언제나 늘 궁금하고 호기심을 자아낸다. 어떻게 저런 글을 쓸까? 언제 저런 작품을 만들어냈을까? 새삼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규칙적인 루틴을 가지고 부지런히 글을 쓰고 삶을 이어나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직장을 다니며 규칙적인 삶을 사는 이들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는 것을 볼 때면 반대로 너무 그 생활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나서보니 챙겨야 할 것들이 새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너무 내 몸에 무심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귀찮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멀리 미뤄뒀던 일들도 다시 당겨와 마주 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결혼 전 온전히 내 시간이었던 것이 결혼 후 쪼개 쓰기 형태로 써야 했기에 일찍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졌던 저자처럼,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나름대로 나만의 루틴과 생활습관을 들여 그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다정한 일상 속에서 나를 좀 더 껴안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잔잔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찾아봐야겠다. 그녀가 요가로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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