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실 - 잡아라, 그 실을. 글이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앨리스 매티슨 지음, 허진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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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만 있으면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혼자 알아낼 수 있어야 할까? 연과 실의 저자이자 다년간 문예창작을 가르친 앨리스 매티슨에 따르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충동이 있는 이들은 다음에 무엇을 할지, 또는 생각 자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다. 역시 혼자는 어렵다. 그렇다면 반드시 수업이나 공식적인 모임만이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행동까지 이끄는가? 저자는 시간과 노력, 자존심, 돈을 거는 도박”(p.255)의 일종인 글쓰기를 위해 더 큰 자신감과 흥분, 희망을 품고 접근하기를 원한다.

 

   저자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이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글을 쓰고 위험해 보이는 것을 시도할 용기를 전한다. 단순히 소설 작법의 기술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 내부의 작동 방식과 그것을 설계한 작가의 의도, 그렇게 구성된 글을 읽는 독자의 호기심과 기대감, 더 나아가 출판의 원리까지 소설 쓰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총체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고민했던 문제를 현대 여성의 글쓰기 버전으로 전환시켜 접근한 부분은 신선하고 예리하다.

 

  여성 작가는 어머니가 아프면 글쓰기를 그만두고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성 작가는 어머니가 아프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뉴요커에 글을 팔아 어머니의 약값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p.255)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성공의 보장 없이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갈 자신감을 얻기 쉽지 않은 현실을 저자는 지적한다. 출판되는 남성과 여성의 작품 편수가 항상 불균형하다는 점을 들면 분명 여성 작가는 더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은 진실이다. 저자는 외친다. 여성들이여! 글쓰기를 원하는가? “당신이 글을 쓸 때 자신감이 있든 없든 자신있게 행동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p.257) 조건의 문제 보다 선택하는 용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감 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객관적인 선택들로 이야기를 분명하게 전할 수는 있다.

 

   이야기 쓰기를 열망하는 이들의 글쓰기가 모호하고, 비논리적이고, 모순적이라면, 즉 마음의 가장 본질적이고 혼란스러운 부분에서 나온다면, 이들은 좋은 글을 쓰는 법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저자는 바람을 타고오르는 연과 그것을 잡아주는 실 같은 방종과 통제를 제안한다. 이어 규칙과 방법론으로 좋은 글을 죽이고 싶지는 않지만, 영감을 기다리거나 무작정 쓰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해결책은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객관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것”(p.51)을 기초로 상상을 덧입히는 것이다. 글에는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야기의 본질은 단순히 내면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이”(p.35)기 때문이다. 글로 표현된 내적인 삶을 중요하게 여긴 저자는 자신의 실제 삶이 소설 속의 삶처럼 설명할 수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저자는 이야기 쓰기에 대한 모든 것들을 반복, 변주, 해결 등으로 설계하여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지닌 독자에게 따뜻하면서도 냉정한 애정을 전한다. 작가는 말한다. “내가 이 책에서 알려 주는 충고를 따르면 당신은 스스로의 기대감도,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대신해서 느끼는 전율도 어느 정도 잃게 될 것이다. 책을 낸다는 것은 물론 신나는 일이지만 위험하고 무섭고,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p.306~307)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망상이 아닌 현실 직시하는 눈이다. 저자는 글을 써서 출간하고 싶다면 항상 다른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을 인지하라고 조언한다. 저자의 진심어린 충고는 쓰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양 강장제가 될 수도. 거기까지 이르는 비법은 분노하되 분노에 의해 무너지지 않고, 슬퍼하되 몇 년 동안 쓴 글로 극히 적은 돈을 받아도 당신이 그 정도의 자격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p.306) 생각만큼 쉽지 않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외롭고 힘든 여정이지만 이를 알아 줄 이가 누군가가 있다면, 어쩌면 앨리스 매티슨의 글을 읽는 누군가는 선택하는 용기를 얻어 스스로 꽤 괜찮은 글쟁이로 여기게 되지 않을까?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앨리스 매티슨의 연과 실을 곁에 두는 건 어떨까? 저자와 함께 연을 날리는 순간, 작가의 삶이 시작될 수도. , 실은 반드시 붙들고 있어야 한다. 멀리 날아오른 상상력이 날아가지 않도록.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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