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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평점 :
#살아남은자들이경험하는방식 #김솔
일상 속 상황에서 상상의 끝을 다양하게 펼쳐보자
40편의 이야기를 담은 수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긴 짧은 소설이다. 짧지만 잠깐 유쾌하고 썩 석연치 않고 긴 상념에 빠지게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여러 단면들을, 2~5장 사이의 이야기로 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친구>
미슐랭 가이드 평가원으로 일하는 모헤드씨는 라오스의 한 식당을 평가하러 간다. 그 식당은 모헤드 씨의 친구인 장의 식당이지만, 친구임을 떠나 처음 맛 본 수프만으로 역대 최고임을 느낀다.
도대체 무슨 재료로 만든 음식인가 하니 발바닥이나 손바닥의 굳은살, 각질, 손톱, 발톱 등을 1년 내내 모아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그에 모헤드는 역겨워 돌아가는데 장씨의 뒤꿈치는 얼핏 핏자국이 비쳐 보이고 있다.
<믿음>
너무 사랑한 두 부부는 고난은 많을수록 삶이 풍족해진다며, 서로의 인생을 존중하며 따로 나눠 살기로 한다. 이혼 서류를 작성하며 키득거리고 매일 각자 집에 누워 네 시간 넘게 통화한다.
아내는 주변에 감시인이 많으니 주의하자고 하며, 아내의 실루엣을 보고자 온 남편은 두 명의 실루엣을 보고 외로운 아내가 가족을 불렀을 것이라 예상한다. 며칠 후 여자는 갑자기 이사를 가버린다.
연락 두절이던 중 여자의 청첩장이 온다. 위장 결혼으로 우리의 사랑을 더욱 두텁게 하려 한다고 한다. 남자는 가명으로 화한을 보내고,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 우리의 풍요로운 노후가 준비되었음에 흐뭇해한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흐름, 반전이 짧은 몇 장내에 담겨 있기에 몇 날 며칠을 두고 읽었다. 며칠안에 읽으려니, 그 안에 담긴 뜻을 더 알지 못해 아쉬웠던 책이다. 믿음, 독서, 고독사, 청혼 등 다양한 소재를 이렇게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보기 보다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니다. 다만 읽으면 읽을수록 진실인지 몽상인지 모를 지경을 접할 수 있다. 죽음 또한 삶이 아니고, 죽음 그리고 삶일 수 있다는 #슈뢰딩거의고양이 를 떠올리게 한다. 가볍지 많은 않은 철학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생은 좁고 무른 존재의 이유에 붙박여서 앞뒤로 불안하게 흔들리지. (73쪽)
소중한 것들이 사라진 방향을 알아야 나중에 그것들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98쪽)
시간을 이길 수 있는 사랑은 존재하지만 의심을 견뎌낼 사랑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당신이 늦게나마 깨닫게 되길 바라요. (3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