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그럽 스트리트
조지 기싱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뉴그럽스트리트 #조지기싱

인간의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의 삐뚤빼뚤한 치아가 싫고,
60년대 헤어스타일도 싫고,
울퉁불퉁한 무릎도 싫어.
목에 있는 바퀴벌레 모양 점도 싫고.
-영화 <500일의 썸머> 중-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그녀의 치아, 헤어스타일, 무릎, 그 점까지 다 사랑스러웠던 남자 주인공. 사랑이 다 한 후에는, 그녀의 사랑스러웠던 모든 것이 꼴보기 싫어진다.

이 책은 19세기 출판업계 현실에서 생계형 작가들이, 글을 쓰고 평을 받으며 치열한 분투를 담고 있다. 런던 다락방에서 빈곤에 시달리며 글을 쓰던 저자의 삶이 녹아 있기에, 문장의 깊이와 묘사가 남달랐다. 죄와 벌을 읽을 때 섬세한 감정 표현에 놀라워했는데, 이 책은 죄와벌에 비해도 손색없었다.

상황은 다르나 흐름은 유사한 연인, 부부들이 등장한다.
1. 여인의 순수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고 결혼한 남자는, 성공궤도를 달리며 무식하고 덜 세련된 아내의 모습에 치를 떤다. 세련되고 유식한 여자를 만났으면 좋았을거라 한다.
2. 세련되고 지적이며 주체적인 모습을 보고 결혼한 남자는, 자신이 퇴보될수록 함께 가난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후회한다. 순종적이고 순수한 여자를 만나면 좋았을거라고 한다.
3. 자신의 성공을 위해 경제적인 뒷받침과 외향을 갖춘 여인을 찾고자 하는 남자는, 약혼한 애인이 경제적으로 몰락하자 돈 많은 과부를 택한다.

어제의 그녀는 오늘도 같은 그녀이다. 가난은 그들의 옷, 물건을 가져갈지언정, 그녀의 성품과 신념을 약탈하지지는 않았다. 남성들은 상황에 따라 그녀들이 맞추길 바랬다. 1번의 여인은 더 성공하지 않기를 바랬고, 2번의 여인은 그를 떠나 지냈다.

주인공인 재스퍼 밀배인은 성공에 대한 야망이 크고 자신감이 넘친다. 이 시대에 어떤 글을 써야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을지 알고 민감하게 대처한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과 두 여동생은 남다른 지성을 자부한다. 가난으로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믿으며 고귀한 자태를 뿜고 다닌다. 3번의 남자이다.

☑️결국 두 부부는 자신들의 역경을 함께 헤치며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 반전 흐름이 있기는 하나,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자제한다. 함께 고생을 한 배우자, 연인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있음을 잊지 말자.

☑️직장인들은 퇴근 후 쉼을 맛보게 되는데, 작가들은 일상에서 쉼없이 창작을 한다. 비펜이라는 인물은 집이 불타게 되자, 불 속을 뛰어들어 오랜 기간 쓴 초본 하나 건지고 나온다. 그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으나, 읽는 내내 창작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행복했다.

☕️꿈꾸지도 못할 행복이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185쪽)

☕️절망감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흔히 격렬한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이로부터 비롯되는 고집스러운 반발심에 매달린다. (319쪽)

☕️우리가 수동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지. 삶을 아주 조용히 즐길 운명이네. 그런데 우리는 즐기지 못하므로 조용히 고통받을 뿐이지. (348쪽)

☕️불행은 상냥한 마음도 적개심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걸 내 경험으로 배웠어요. 어떤 위대하고 고귀한 슬픔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지 모르지만, 빈곤에 시달리고 푼돈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 졸이는 일은 항상 사람을 타락시키죠. (362쪽)

☕️유명해질 수 있는 관심을 받으려면 먼저 유명해져야 해. (365쪽)

☕️정말 좋은 책은 두세명 평론가에게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커. 하지만 이후에 매주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에 묻힐 가능성이 역시 더 크지. (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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