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준비됐어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사계절 1318 문고 135
이재문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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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청소년문학 수상 작가들의 단편을 묶은 작품집이다. 청소년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쓴 소설이라 그런지 상상력이 돋보이는 기발한 작품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 책에는 총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첫번째 단편 ‘파티를 수락하시겠습니까?’는 내가 이 작품집 속 이야기들 중에 가장 인상깊게 읽은 이야기이다. 롤플레잉 게임의 문법을 따르는 메타버스 세계가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결말 부분에는 반전도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두번째 단편 ‘백투더퓨처’는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다. 보통 시간여행이라 하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자라나는 미래지향적인 청소년들이 독자이기 때문인지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서술한다. 2075년, 아마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그 때를 상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세번째 단편 ‘바깥은 준비됐어’는 이 작품집의 표제작으로 SF적 상상력이 가미된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아주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이 한번씩 겪었을 만한 친구간의 일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청소년기에 교우 관계에 생기는 감정적 문제들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했으며 주인공이 멘토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안정감을 주었다. 

 네번째 단편 ‘주먹 쥐고 일어서’는 다문화 가정이자 한부모 가정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소외된 주인공의 외로움을 또 다른 주인공에게 위로받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 따스히 감싸주지 못하는 그늘진 곳의 청소년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다섯번째 단편 ‘옥상 정원’ 역시 현실적인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청소년들이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이다. 가정 내에서의 지나친 기대로 자기 파괴를 원하는 지경까지 이른 주인공이 우연한 인연으로 마음을 돌리게 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지나가는 교복 입은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왠지모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온통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오늘날의 청소년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깨지고 닳아져 우리와 같은 어른이 될 것이다. 그 사실에 새삼 마음이 놓였다.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을 아이들도 이 이야기들을 읽고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얼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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