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와 일하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박진숙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실의 아이들은 다양하기도 하고 다양하지 않기도 하다. 몇몇의 자신감에 차 있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 일찍 진로를 찾아 거기 몰두하고 있는 몇몇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고만고만하게 아직은 꿈도 뭔지 모르겠고 나중에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공부를 해야 된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공부를 열심히 하려 노력하는 아이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그 공부 노선을 따라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일찍부터 누적된 실패 경험으로 무기력해진 아이들이 있다.

답답했던 적이 많았다. 모든 사람이 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고, 토익을 보고, 회사에 취직해야 되는 것은 아닐 텐데. 분명 다른 길이 있을 텐데 나조차 그 다른 길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며 보고 들은 바로는 공부를 통해 먹고 사는 길 외의 다른 길은 힘들고 어렵다고 했지만 실제 내가 체험한 것이 아니기에 함부로 조언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리고 나는 항상 궁금했었다. 어쨌든 모두가 다 어른이 되기에 학교에서 권하는 정석 루트를 밟지 않은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되는 것일까. 의외로 자신의 길을 잘 찾아서 멋진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듣던 대로 공부 못한 죄(?)로 힘들게 살고 있는지.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의 글쓴이이자 '소풍 가는 고양이'의 '씩씩이'인 박진숙님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었다. 소극적인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리듯 펼쳐졌다. 겨우 사회로 첫 발을 떼는 아이들이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것이 자명했고 겪어보지 못한 환경에 얼마나 또 방어적일지도 선했다. 이런 아이들과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해 나가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 텐데 위기에 현명하게 대응하며 '소풍 가는 고양이'를 꾸려나가는 모습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 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동시에 '소풍 가는 고양이'를 거쳐갈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일지라도, 우리 사회 어디서 이렇게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회에 대해 진지하고 참을성 있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일의 가치와 인생을 꾸려가는 법,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다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 등... 부끄럽기도 했다. '소풍 가는 고양이'의 구성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책으로 읽으며 나름 공교육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정작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소풍 가는 고양이'가 작은 가게일지라도 우리 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참으로 의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소풍 가는 고양이'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해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이 책을 통해 그들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앞날이 막막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그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학생들, 어른들의 사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슬며시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