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달래 아리 - 그래서 고양이 집사로 산-다
윤성의 지음 / yeondo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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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작가의 여행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글의 모음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여행에 대한 글을 많이 쓰신 분이라는 생각에 단순히 그렇게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읽어가며 그리 가볍기만 하지 않은 주제를 만나게 되고, 생각은 가지를 펼칩니다. 공존. 어떤 존재가 다른 어떤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문제입니다. 미소를 머금은 채 작가의 펜 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리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작가의 경험과 잘 버무려져 저항감 없이 생각의 문을 열게 만듭니다.


공존은 현재 우리 삶의 방식에서 가장 결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장과 발전을 지고의 선으로 보고, 이에 방해 되는 것은 모두 배척하는 방식으로 한 세대 이상을 살아 왔습니다. 세계사의 흐름을 놓치며 일본에 의한 굴욕적인 식민시기를 통한 근대화, 그를 뒤이은 전대 미문의 내전을 겪고 마치 이를 보상받으려는 듯 질주하는 동안 일어난 현상입니다. 현재의 우리가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역사 공동체인 우리의 모습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던 중 작은 변화가 하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공존, 배려, 존중과 같은 가치를 삶의 중심에 놓는 일군의 사람들의 등장이 그것입니다. 도시의 삶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은 이미 그들이 가축화된 목적, 그 효용성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위적 장치 없이는 단 며칠도 버틸 수 없는 비생명적 공간인 도시에서 너무도 나약한 생명인 이들이 홀로 버티기란 전쟁터에 내던져진 아이들 만큼이나 처절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들의 삶은 인간의 돌봄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인간마저도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하루도 살아낼 수 없는 도시의 삶이니까요. 그들은 이렇게 힘없는 절대적 약자들의 지위를 이용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짐승을 사람 취급 하느냐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런 대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사람들의 초(超)공감능력은 인간의 특권이었던 권리와 격(格)을 이 존재들에게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존재 인식에 대한 작은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들로 인해 생명과 공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겪은 이런 작은 혁명을 유쾌함과 진솔함으로 엮어내고 있습니다. 호기심으로 입양한 첫 고양이에서 책임감을 배웁니다. 생명의 소중함 뿐아니라 인간과 동격의 생명체로 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배려라는 의미를 찾는 과정 또한 겪게 됩니다. 이제 짐승을 사람 취급하느냐는 시각은 무색해집니다. 그들에게 이들은 짐승이 아니라 약자이자 공존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을 확장하다보면 이들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보입니다. 가장 약자인 이 생명체들을 이렇게 배려하게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대할지 상상되기 때문입니다.


윤성의님은 직장 동료입니다. 책을 냈다고 했을 처음 생각은회사원이 무슨 책이람’, ‘아마도 시간 보내기용 가벼운 글이겠지하는 낮은 기대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그런 생각을 부끄럽게 합니다. 작가의 깊은 사색이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화를 통해 알게 그의 깊은 생각이 표현되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작품은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겠거니 하는 상상으로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이제 막 출간을 마친 작가에게 무리한 기대지만 차기작이 기다려집니다. 지배가 아닌 공존을 선택한 작가가 어떤 후속작으로, 어떤 방식의 글로 다시 찾아 올지 기대하는 것은 독자의 권리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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