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공부와 배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저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저에게 ‘공부’란 무엇이었는지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최근에 저는 5cm 굽의 구두를 사게 되었습니다. 항상 플랫만 신다가 처음으로 도전을 해본 건데 신발이 정말 안 맞는 거예요. 온종일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다니느라 다리도 아프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녁쯤 되니 골반까지 흔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 신발을 매일매일 신어야 한다면, 심지어 이 신발을 신고 친구들과 달리기를 해서 1등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정말 끔찍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제가 느낀 공부는 바로 그랬습니다. 내 몸에 맞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어른들이 하라고 하니까 했었죠.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고 믿으면서요. 물론 학창시절은 어떻게든 마무리되었고 대학생을 지나 지금은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해내던 그때와 직장인이 된 저의 생활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무엇이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바로 ‘교육’, 그리고 학생들의 ‘등교’ 문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2020년 6월 8일,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6학년이 마지막으로 등교를 하면서 전체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학생들의 등교 문제에 주목했던 것은 방역을 해야 하지만 아이들의 시험도 치러야 하고, 질병으로부터의 생존뿐 아니라 사회적 경쟁에서 살아남는 생존도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갔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요?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2020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청소년(9~24세)의 수가 827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말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어마어마한 수입니다. 2019년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한국의 공교육 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는데요. 이런 비판과 통계가 더는 새롭지도 않고,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것이 어쩌면 더 충격적인 현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에서는 “시험 기간을 목전에 둔 청소년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 가장 큰 분노와 절망,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시·수시 비율과 같은 단편적인 입시제도 변화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목표와 철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공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부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며, 둘째, 공부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고, 셋째, 공부는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이라고 말합니다. 책 곳곳에는 실제 청소년들이 ‘우리가 바라는 교육’을 주제로 토론한 결과물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잠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5세 청소년의 글이었는데요.
“저는 아직 넓은 세상을 만나지 못했고 경험도 부족해서 물어보는 것밖에 하지 못합니다. 적어도 저보다 많은 것을 알고 능력도 있는 어른들께서 제 질문에 대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구가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과학 시간도 필요하지만, 큰 지구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야구 티볼을 배우는 체육 시간도 필요하지만, 인생의 변화구를 던질 중요한 사건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서로 말하고, 듣고,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우리 스스로의 잠재능력을 믿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눈과 귀와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149
인디고 서원의 청소년들은 교육을 그저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브라이언 스티븐슨, 주제 사라마구, 오에 겐자부로가 스스로 어떤 삶을 살기를 선택했는지 보여주고 폴 파머, 김용, 간디와 체 게바라,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의 부조리함에 직면하고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크리스 조던, 에드워드 윌슨, 마수드 하사니가 세상을 더 이롭게 만들기 위해 일구어온 변화들을 들려줍니다.
책에는 우리가 꼭 읽어보아야 할 60권의 책과 15편의 영화가 담겨 있고, 토론해볼 질문거리들이 함께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청소년들만 읽어야 할까요? 저는 청소년, 청년, 중년, 노년 모두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세계가 무엇이든, 우리가 방관해온 그 교육을 받고 자라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발을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린, 불친절한 신발을 벗어버리는 것, 변화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밤중에, 어느 상점 바닥에 앉아 등잔 불빛을 받으며 아이는 몸을 수그린 채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주변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불편함, 소음, 혼잡함, 그의 곁에서 벌어지는 거칠고 폭력적인 삶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숲 한가운데, 그 상점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등잔 불빛 아래서 홀로 글을 읽는 아이는 우연히 그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중략)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지구상에, 성(性)과 언어와 종교가 무엇이든, 어떠한 아이도 향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굶주림과 무지에 내던져지지 않기를. 그 아이는 자기 안에 인류의 미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썼듯, 그 아이에게 절대적인 힘을 주기를.” - 르 클레지오
이 책을 읽고 진심으로 우리 사회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교육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