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필로 나눈 문단 교우록
박이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단의 큰 어르신들부터 가까운 선후배들까지 서로 나눴던 나의 사적 교우록

박이도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의미 있는 수고로움의 과정이 담긴 책이다. 본인 스스로 정체되지 않으려 문학적 지평을 확장시키고 정면교사 삼고픈 각 문인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담겨있다.

낭만이 죽어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 또한 그런 시류에 휩쓸려 인스턴트같이 소모되고 삭제되며 쉽게 재가공되는 것들에 익숙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디지털 문화의 주류에서 벗어나 낭만이라는 실체가 담겨있다. 종이의 서걱거리는 질감이 느껴지고 펜과 붓으로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전달된다.

목차는 총 4부로 시담(詩談), 편지, 엽서와 메모, 그리고 각 문인들이 서명으로 구성되어있다.이 책의 목록에서 내가 아는 문인이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정규교육 과정에 수록된 익숙한
황순원, 서정주, 나태주, 박두진 선생님 정도일 터,,,
시를 마지막으로 읽었던 때가 언제인가? 하며 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에 노력하지 않음을 반성했다

몰랐던 문인들의 작품과 그 작품이 쓰여진 배경과 비하인드를 엿보는 묘미가 있다.

읽어나가면서 사전 찾기도 함께 해두었다. 나의 좁은 식견과 부족한 어휘력을 깨닫는 순간들이었다.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늘지 않는 어휘의 폭을 확장시켜주는 계기였다. 왜 이렇게 한자어와 고어들을 섞어가며 쓰는 걸까 생각하다가도 그 단어가 주는 정확한 의미와 함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인들의 필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있다. 어떤 필체는 획마다 힘이 넘쳐나고 강단 있어 보이기도 하며 또 어떤 필체는 부드럽고 유려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상깊었던 조정래 작가의 편지 일부를 소개하고 싶다.

"글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야말로 박이도 시인을 위해 있는 거 아닌가 싶다. 그만큼 박 시인의 인간적 품격과 시의 격조가 혼연일체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싶다

이 책은 개인의 단순한 문단 교우록이 아니라 인문학적 유산으로도 손색없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