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역사 되짚기는 언제든 흥미진진하다. 이미 지나온 궤적을 다시금 걸어가는 일은 미련해 보일지 몰라도 꼭 필요하다. 꼭 과거를 공부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얼마나 뜨겁고 치열한지 떠올린다면 그들의 투쟁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감사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감염의 전장에서』는 의학의 역사를 다루는데, 그중에서도 항생제와 설파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은 게르하르트 도마크가 1차 세계대전에서 위생병으로 일한 경험에서 시작한다. 특히 제약회사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책 자체는 그리 딱딱하지 않다. 전문적인 정보를 나열하기보다는 그 당시 질병과 싸웠던 이야기가 잔뜩 담긴 보따리를 풀어 둔다. 덕분에 주제와는 조금 빗나간 감상이지만, 초장부터 전쟁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일임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설파제는 단순히 병을 막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를 기반으로 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최초의 설파제와 항생제에도 부작용은 있었고, 시행착오가 쌓이고 쌓여 현재의 약이 만들어졌다.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사실을 책을 따라 곱씹을 수 있는 기회였다. 감기에 걸렸을 때에도, 복통으로 고통스러울 때에도, 너무 아파서 혼이 쏙 빠질 것만 같을 때에도 가장 먼저 약에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중에서 약이나 약을 만든 사람에게 진정한 고마움을 느끼는 건 과연 몇이나 될까.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나는 거의 없다고 대답할 수 있다.

몇 달 전 『페스트』를 연극으로 보았다. 지면에서 무대 위로, 무대 위에서 나에게로 전해져 오는 사투의 절박함에 사로잡혔었다. 그때의 기분이 다시금 느껴졌다. 한창 ‘덕분에 챌린지’가 SNS를 맴돌던 시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챌린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무런 감정 없이 하나의 유행처럼 참여하는 거라면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그런 게시글을 통해 최소한의 경의를 표하려는 목적이라면 긍정적이다. 지금은 이 견해가 더욱 확고해졌다. 이제 거의 벗어난 줄 알았던 코로나는 여전히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니, 도대체 치료제는 언제 나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의 전장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 느껴지지만, 사실이 우리는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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