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결정적 리더십의 교과서, 책 읽어드립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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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때는 대학 신입생 시절이다. 두 번째 세미나에서 지정 도서로 정해 준 탓에 허겁지겁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연하게도 강의 내용이나 당시의 감상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군주론』은 꽤 단호한 어조로 적혀 있다. 마키아벨리가 스스로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그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각 나라의 예시를 들어 진언하는 것이다. 덕분에 대표적인 지도자의 정치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외전과 내전 중 어떤 쪽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부터 동맹을 대하는 법 등 장마다의 길이가 짤막하면서도 폭넓다.

  이건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지배층의 시선에서 쓰인 글이다. 스무 장쯤 넘겼을 때 든 생각이다. 그만큼 군주론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 나가자는 몽글몽글한 몽상이 아니라, 왕좌의 게임만큼이나 치열한 정치 세계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전술’이라는 의미이다. 특히 식민지 국가를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서술한 대목에서는 일본이 실제로 사용했던 내선일체가 떠올라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는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불편하면서도 도덕을 이야기해 그보다 선한 인상을 주고,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해 복잡미묘한 감정을 선사한다.

  이 글을 읽고 똑같이 행동한다면 좋은 군주가 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저자의 인간을 향한 근본적 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책에는 군주에게 잔인함을 권장하는 부분도 여럿 등장한다. 그는 인간이 “경우에 따라서 언제든지” 애정을 끊어 버리는 반면 두려움에는 굴복하고, “아버지의 죽음은 곧 잊어버리지만 빼앗긴 제물에 대해서는 좀처럼 잊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미움을 사지 않도록 하되 잔인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반복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악의 편을 드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는 분명 효과적이고 옳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는 헌법을 달달 익히며 살아 왔던 이십 년 넘는 세월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옳은 이야기가 태반이어도 이제야 읽는 『군주론』은 “충성”을 얻고 “지배”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적용될 시기를 지났다는 인상을 남길 뿐이다. “군주”라는 명칭이 오늘날에는 더 이상 쓰이지 않기에 영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것처럼.

  읽기 전 기대했던 『군주론』은 시대를 불문하고 동일하게 지도자를 위한 내용이었지만 지금은 사뭇 다르다. 여전히 요구되는 이런 처세술은 부디 국내가 아닌 국외에 발현되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나 역시 기업 CEO부터 일반인들까지 모두 필요로 할 것 같고 익혀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너무 순진한 소리인 줄은 몰라도 여전히 나는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는 솔직한 세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지배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공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하는 식으로 살아간다면 더 이상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될 것만 같다. 골치 아프고 우울한 세상이 도래하는 것도 금방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책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던 처음과 달리 나는 오히려 소신대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군주론』은 필독서나 실용서가 아니라 영원히 역사서로 남았으면 한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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